"野와 협상 어려워졌지만…당청관계 불이익 있을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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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두고 새누리당이 갈팡질팡 하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4일 “핵심이 빠진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 필요는 없다”며 정부조직개편안 처리 지연에 대한 배수진을 쳤다.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즉각 “오만과 불통의 일방통행”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정부조직 개편은 대통령의 촉구담화와 대(對) 야당 압박 일방주의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며 원안에서 일보 후퇴를 촉구했다.

    같은 당 이언주 대변인 역시 “대국민 담화는 유신정권으로 회귀였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새누리당의 태도는 모호하다.

    황우여 대표가 야당을 향해 박 대통령이 제안한 ‘영수회담’ 참여를 거듭 독려했을 뿐이다.  
    여기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의 사퇴 배경에 불만을 표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내정자가 ‘조국을 위한 뜻을 접겠다’고 한 말을 재고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어려움이 많은 땅이지만, 국민·정치권과 함께 이를 극복하는데 의미가 있지 어려움 뒤로 물러서는 것은 올바른 게 아니다.”
          - 황우여 대표

     

    김 전 내정자의 자진 사퇴가 무려 34일 간의 논의에도 정부조직 개편안이 처리되지 못한 국회의 무능과 대통령과의 회담까지 거부한 '정치 실종'에 있음을 잊어버린 듯한 발언이다.

    새누리당은 대변인 명의의 공식 논평도 나오지 못했다.

    당내에서는 조해진 의원이 “이제 통치의 시대는 갔고 정치만 가능한 시대이다. 매사를 이렇게 (대국민담화로) 풀어갈 수는 없다”고 비판한 것을 제외하곤 별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선대위’에서 대변인을 지냈으나 친이(親李·친이명박)계로 분류된다.

    여기에는 이제 막 첫발을 뗀 새 정부와 집권 여당간의 복잡한 역학관계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말 한마디에도 조심스러운 기류가 묻어난다.  

    자칫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의 입장을 두둔할 경우, 원내 과반의석을 지닌 새누리당이 향후 5년 간 ‘박근혜당’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집권 여당으로서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지지해야 하는 입장인데, 지금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맞다”고 말했다.

    이번 일로 당청 간의 불편한 감정이 생기진 않을 지 우려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다른 관계자는 “새 정부가 정책 드라이브를 본격화 한다면, 입법부와의 손발을 맞추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또 당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의 공직 진출도 가로 막히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살벌했다. 야당 선택의 폭을 더 좁혀 놔 협상이 더 어려워지진 않을지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