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진흥 기능 뺀 미래부 필요 없다” 승부수 띄워

  • 취임 일주일 만에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은 단호했다.

    지난 1월 28일 국회로 넘긴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34일이 지나도록 공전하자 박 대통령은 직접 국민 앞에 서는 ‘정면승부’를 택했다. 목소리에는 절박함과 단호함이 묻어 나왔다.

    특히 쟁점사안인 미래창조과학부에 방송진흥 기능을 넣는 문제에 대해서는 “(방송분야가 빠진다면) 굳이 미래부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승부수를 띄웠다.

    박 대통령은 4일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 섰다.

    허태열 비서실장 등 수석비서관 전원이 단상 옆 자리에 미리 앉아 박 대통령을 기다렸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담화가 시작되자 착잡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봤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부처로 꼽히는 미래창조과학부를 둘러싼 논란에 질린 김종훈 장관 내정자가 전격 사퇴를 선언한 지 한 시간만이었다.

    박 대통령은 정부조직 개편안의 진정성을 호소하는데 담화의 절반 이상을 할애했다.

    “새 성장동력을 만들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겠다는 목적 이외에 어떠한 정치적 사심도 담겨있지 않다.”

     

    박 대통령은 야당의 방송장악 우려 주장도 일축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방송 장악은 그것을 할 의도도 전혀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


    박 대통령은 “이것은 저의 신념이자 국정철학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라며 방송·통신 융합에 기반한 ICT 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는 전일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계획을 알린 것은 같은 날 오후 4시 30분 경.
    김 전 내정자의 사의 표명를 듣고, ‘대국민 담화’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김 내정자의 사퇴에 대해 “미래성장동력과 창조경제를 위해 삼고초려해온 분인데 우리 정치의 현실에 좌절을 느끼고 사의를 표해 정말 안타깝다”고 심정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저는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해 드리는 것이야말로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최고의 가치이다. 대통령이나 정치권 어느 누구도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는 것”이라며 야당으로 공을 넘겼다.

    국민들에게는 “하루 빨리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도 힘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정부조직개편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종합유선방송(SO) 등에 대한 관할권을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길 지에 이견을 보여 결국 합의하지 못했다.

    임시국회가 마무리되는 5일 전까지 정부조직법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새 정부의 국정운영은 장기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