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장, 우리는? 10문10답

北韓 3차 核實驗 10問 10答

5개 TV Radio 등 언론 인터뷰 내용 종합 요약
    
  金 熙 相(韓國安保問題硏究所 理事長·육군 예비역 중장·정치학 박사)

1. 북한은‘미국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는데 북 핵의 우리에 대한 위협은?
2. 김정은이 국제 사회의 강력한 제재에도 실험을 강행한 의도와 이유는 무엇인가? 4차 핵실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 또 다시 핵실험을 강행할 것인가?
3. 중국도 이번에는 북한에 상당히 강하게 핵실험 중단 압력을 넣었다는데, 이렇게 온 세계가 압력을 넣고 경고하고 했는데도 억제에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4. 2003년부터의 북한 비핵화 협상 다자 틀인 ‘6자회담’은 끝났다고 보는가?
5. 앞으로의 중·북 관계는? 이명박 대통령은 유사시 '미군의 38선 이남에만 주둔한다.'는 논리로 중국에 한반도 자유통일을 설득할 수 있다고 했는데 가능할까?
6. 미국과 중국 양국이 어느 순간 이해가 일치하면 우리나라만 외톨이가 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7. 북한 핵 무기 기술 수준은?
8. 실질적으로 북한 핵개발을 막을 수 없다면 우리의 대책은?
9. 앞으로 2년 뒤 전작권이 넘어오면 연합사는 해체된다. 그래도 괜찮을까?
10. 그렇다면 우리의 대북정책은 어떠해야 할 것인지 새 정부에 충고를 한다면?

1. 북한은 ‘미국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는데 북 핵의 우리에 대한 위협은?

   그동안 온 세계가 경악하는 북한의 도발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오히려 무덤덤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북한 3차 핵 실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가 폭락 같은 경제적 충격도 별로 없었고 사회적 불안감도 느끼기 어려웠다. 인터넷 실시간 검색 빈도(頻度)에서는 화장품 관련 기사가 1위였고 ‘북한 3차 핵 실험’은 3위에 불과 했다고 한다. 한국인의 담력(膽力)에 세계가 신기해한다. 2012년 2월 서울에 온 아마코스트 전 미 국무차관 일행은 “도대체 한국 사람들이 북한 핵에 관심이나 있느냐?”고 묻더라는 것 아닌가? 북한 핵 공갈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이런 의연한 자세가 중요하니 다행일 수도 있지만, 한 편 국가적 위기에 대한 우리 국민의 안보불감증이 너무 중증(重症)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북한이 ‘미국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호도(糊塗)하고 그것을 증명하듯 ‘장거리 미사일 발사’부터 먼저 해서 그런지, 핵 실험 당일 우리 TV 방송을 봐도 마치 미국 방송을 보는 듯했다. ‘미국에 어떤 위협이 되고 미국이 어떻게 대처 할 것인가’ 하는 것들이 주(主) 의제들이었고 그렇다보니 한국의 대책에 대한 토론은대체로 것 돌고 공허했다. 어느 전문가 좌담회에서는 한 전문가가 ‘우리도 현실적 대처를 해야 한다.’니까 ‘그러면 공연히 추가 도발의 빌미를 준다.’며 펄쩍 뛰는 ‘전문가’라는 사람도 있었다. 미국이나 우리가 ‘빌미’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뜻인가? 하긴 과거 어느 대북정책 담당자는 ‘북한 핵 해결 간단하다. 북한이 핵을 가질 필요를 느끼지 않게 해주면 된다.’는 말도 했었다. 아니 어떻게 하면 ‘핵을 가질 필요를 느끼지 않게’ 해 줄 수 있을 것인가?
   분명한 것은 북한 핵이 미국과 중국 등 다른 나라에게는 어디까지나 좀 골치 아픈 국제 안보이슈의 하나일 뿐일 수가 있지만 우리에게는 바로 죽고 사는 문제다. 우리 사회 종북세력들이 흔히 그러듯이 2007년 북경 ‘세계발전연구소’에서는 중국 측 대표가 ‘북한 핵은 미국에 맞서기 위한 것일 뿐이고 김일성이가 동족(同族)에게는 쓰지 말라고 교시 하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 동족이라서 안 쓴다? 그럼 누구에게 쓰나? 미국? 일본? 그랬다가는 북한이 문자 그대로 쑥밭이 되고 김씨 왕조 일가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북한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턱도 없는 일이다. 도대체 자기 국민도 수백만을 참혹하게도 굶겨서 죽인 사람들이 새삼 무슨 동족을 다 찾겠는가? 이렇게 되물으면 다들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실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정말로 미국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북한이 ‘핵 국가’가 되면 우리에게 미치는 결과는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핵은 이른바 재래식 무기와는 차원이 아예 다른 ‘절대무기’요 ‘정치무기’라는 것이 아닌가? 남과 북의 군사력균형은 일거에 붕괴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이 북한 핵의 인질이 되어 한국의 군사력은 손발이 꽁꽁 묶인 채 ‘전쟁이냐? 항복 할 것이냐?’ 한 없이 시달리면서 점차 적화의 문턱을 끌려 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설사 평화가 유지 된다 해도 노예적 평화, 종속적 평화에 불과 할 것이다. 그래서 2006년 북한 핵 실험 당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 실험은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宣戰布告)와도 같다.’고 강조 했던 것이다. 그랬더니 다음 날 국내 유수의 다른 언론에서 그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전문 특별 사설을 실었다. 전례가 별로 없는 일이다. 그만큼 전적으로 공감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국민이 너무 겁을 내서 북의 핵 공갈에 쉽게 휘둘려도 안 되겠지만, 안보불감증은 더 큰 문제다. 눈을 감고 회피 한다고 해결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바에야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올바른 대책이라도 강구 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2. 김정은이 국제 사회의 강력한 제재에도 실험을 강행한 의도와 이유는 무엇인가? 4차 핵실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 또 다시 핵실험을 강행할 것인가?
 
   북한은 이미 수시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폐기’한다고 선언 한 데이어 김정일은 핵보유를 ‘유훈’으로 남기고 2012년 북한 개정 헌법 전문에는 ‘핵보유국’이라고 못까지 박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온 세계가 경고하며 막아서는데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했다. 그만큼 핵 보유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것이 이번 3차 핵 실험의 가장 중요한 의미일 것이다. 의지가 문제지 의지만 강하다면, 이번 실험이 성공했던 실패했든 언젠가는 핵을 완성하게 될 테니까.
   이유도 분명하다. 1992년 북한 영변 핵 개발이 처음 문제가 되었을 때 우리 전문가들은 대체로 ‘6.25 같은 유사시 미국의 한반도 지원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었다. 2006년 1차 핵실험 시 우리 언론에서 ‘미국과 대화의 문을 열려는 것’이라며 대미 협상용이니 뭐니 하니까, 김정일의 비공식 대변인이라던 김명철 조미평화센터 소장은 ‘그게 아니고 (적화)통일의 원동력을 구축하려는 것’라고 일갈(一喝) 했다. ‘원동력’이라는 표현이 제법 적확하고 절묘하다. 그리고 보니 오늘 북한에게는 ‘핵 개발만이 한국을 압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요 ‘적화통일’을 정말로 이루는 것 외에는 오늘의 항구적 체제위기를 벗어날 길도 거의 없다.
   그런데다가 오늘 북한에 있어서의 핵은 김씨 왕조 정통성의 방증(傍證)이자 권위의 상징이요, 이른바 brinkmanship(벼랑끝외교- 나는 깡패외교라고 부르는데)으로 먹고 살아온 북한 대외 교섭력의 바탕이기도 하다. 2008년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 맥케인은 ‘핵만 없으면 북한에 누가 관심인들 갖겠느냐?’고 했는데 북한도 이것을 잘 알고 있다. 2003년 북한 김정일 측근들(inner circle)은 ‘우리가 핵이라도 있으니까 세계가 쌀 줄 가 기름 줄 가하지, 핵도 없었어 봐라. 북한이란 나라가 있는 줄도 모를 것이다.’고 하고 있었으니까.
   여기에 북한은 그들이 핵 개발을 해도 ‘결정적 제재’는 없을 것이라는 나름의 확신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 무엇 때문에 망설이겠는가? 아마도 북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4차는 물론 그 이상이라도 핵실험을 계속 할 것이라고 봐야 될 것이다. 이미 4차 실험은 대략 4월 말 전후라고 그 시기까지 점치는 이도 있다.

3. 중국도 이번에는 북한에 상당히 강하게 핵실험 중단 압력을 넣었다는데, 이렇게 온 세계가 압력을 넣고 경고하고 했는데도 억제에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의 경고와 압력이 북한의 의지를 꺾을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여기에는 중국과 미국은 물론 우리자신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다. 좀 살펴보자. 지금 ‘6자회담’을 북한 핵 해결의 유일의 길로 보지만, 러시아는 여기에 관심도 별로 없고 일본은 관심은 많지만 영향력이 거의 없다. 미국은 영향력은 있지만 북한의 의지를 꺾을 확실한 수단이 없고, 주로 중국을 통해서 해결하려고 한다.
   2003년 중반 존 볼튼 미 국무차관이 사무실을 들렸다. “북한이 핵을 가지면 일본과 한국, 대만까지도 가지게 될 테니 중국이 나서서라도 해결하지 않겠는가?”고 물었다. 나는 ‘단연코 아닐 것’이라고 대답 했다. ‘일본은 이미 사실상의 핵 강국인데 새삼 그것 만들어서 세계의 눈총을 받을 필요가 없고, 우리는 그럴 수 있는 입장에 있지 못하다. 그것은 중국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만이 핵을 개발하면 오히려 좋아 할지도 모른다. 대만이 고립되고 중국이 힘으로 공격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길 테니까. 그 반면 중국은 북한이 적당한 핵 강국으로 존재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길지도 모르고 북한이 좀 말썽을 일으키는 것도 중국 입장에서는 그리 나쁠 것이 없다. 북한이 말썽을 일으킬 때마다 미국도 일본도 중국에 매달리지 않느냐? 예컨대 중국이 언제 ‘의장(議長)’이니 뭐니 지금처럼 국제외교 무대의중심에 서 본적이 있느냐? 중국 지금 해피하다. 무엇 때문에 적극적이겠는가?’ 그랬더니 “실은 나도 동감인데 그래도 워싱턴에는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오바마 정부도 기본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2009년 초 주한 미 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중국에 북 핵 해결 하지 않으면 일본과 한국이 핵 개발할지 모른다고 압력을 넣겠다.’고 했다. 결국 중국을 움직여서 해결 하겠다는 뜻이다. 지금도 미국 전문가들의 이야기에는 주로 중국의 조치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면 중국은 어떠냐? 우선 중국은 북한 핵을 별로 ‘위협’이라고 느끼지 않는 듯하다. 한 중국 전문가는 북한 핵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중국은 이미 수 천기의 핵무기로 둘러싸여 있다. 여기에 몇 기의 핵무기가 보태진다고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어쨌든 지금 중국은 북한 핵 폐기를 책임진 6자회담 의장국인데도 북 핵 폐기 보다는 북한 체제보호에 훨씬 더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중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6자회담’을 강조하지만 ‘6자회담은 북한 핵실험 시간 벌기요 식량과 에너지를 얻어내기 위한 사기 수단’이라고 한 사람이 바로 중국 공산당교 장렌구이 교수다. 중국도 6자회담이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과 한국의 기대가 좀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중국은 ‘한국과 미국도 말 뿐, 그리 진지하지 않다’고 보는 듯하다. 2007년 북경의 어떤 한반도 전문가는 ‘북한 핵을 폐기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도 중국은 북한에 정치적 경제적 지원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 한국도 그럴 것 아니냐?’ 아주 당연하다는 어투였다. 그리고 최근 추수롱(楚樹龍)교수는 우리 언론에 ‘미국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부분 북 핵 보유보다는 확산 금지에 주력하는 것 같다. 따라서 미국은 강력한 대북제재는 취하되 그 궁극적 목적은 핵 확산 방지에 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니 이런 정도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잘 알고 있을, 그래서 사실상 중국 정부의 내심을 대변한다고 봐도 좋을 중국 한반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흔히 북한을 사실상 핵 국가로 봐야 한다고 강조하곤 해 왔다. 2009년 6월 베이징대학에서의 중국 한반도 전문가 정세토론회에서는 ‘북한 핵이 중국에 좋을 수는 있어도 나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너무 솔직한 말이 나오고, 2010년 2월 워싱턴 미국외교정책분석연구소(IFPA)에서의 중국 대표단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해야 할 때”라면서 “대북제재 해제하고 북한을 핵 국가로 봐야하고 오히려 한‧미동맹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변했다.
   하기야 중국뿐인가? 우리는 또 어떻게 해 왔는가? 한국이 참여하지 않으면 경제건 군사건 어떤 대북제재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고, 앞장서서 발목을 잡으려 들면 현실적으로 북한의 핵 폐기, 특히 평화적 해결은 아예 불가능 할 상황인데도 우리역시 말로는 북한 핵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언필칭 ‘평화’를 내세워 북 핵 폐기 보다는 결과적으로 북한 체제보호에 더 관심을 쏟아왔다. 오죽하고 로버트 아인혼이 ‘한국이 북한 수석 대변인 같다.’고 어이없어 했겠는가?
   예컨대 RAND의 브루스 베넷 박사 같은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군사력으로 직접 핵시설을 파괴하든지, 아니면 1986년 리비아의 카다피도 미 공군의 폭격으로 혼이 난 후에야 태도를 바꾸었듯이, 김정일도 ‘핵 포기 않으면 얻어맞겠구나.’ 겁이라도 나게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어떤 방책도 효과가 없다’고 해 왔다. 그런데도 우리는 미국이 군사제재란 말도 꺼내기 전에 절대로 안 된다고 말리고 또 안 할 것이라고 다짐까지 해주었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같은 것은 말만 나와도 그럼 ‘전쟁하자는 말이냐’고 말문부터 막았다. 심지어 UN에서 경제제재를 말해도 그것도 위험하니 “대화”로 해야 한다며 온 나라를 돈 분도 있고. 참 점잖은 말씀이지만, 아니 경제제재로 안 되는데 대화로는 된다는 말인가?
   북한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2003년 전반 북한 지도층들은 ‘혹시 미국이 군사공격을 하면 어떻하나?’ 겁을 내면서도 ‘중국이 배신하지 않을 것이고 한국도 막아 줄 테니 미국도 말 뿐이지 정말 군사공격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하고 있었다니까. 여기에 후진타오도 ‘북 핵 해결의 길은 대화와 협상 뿐’이라고 해 왔다. 북한 입장에서는 주변 각국의 이런 태도가 안심하고 핵 만들라는 격려 정도로 보이지 않았을 가? 이러니 북한 핵문제가 어떻게 해결이 될 수 있었겠는가? 

4. 2003년부터의 북한 비핵화 협상 다자 틀인 ‘6자회담’은 끝났다고 보는가?
   이번 핵실험으로 그런 이야기 하는 것은 좀 우습다. 북한은 진지하게 ‘핵을 포기 할 의지’는 전혀 없었고, 그렇다는 것은 조금만 냉철한 사람이면 누구나 꿰뚫어 볼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오죽하고 중국 공산당교 장렌구이 교수가 6자회담을 ‘북한의 사기 수단’이라고 단언했겠는가? 6.25 휴전 회담 시 UN군 측 수석대표였던 터너 조이 제독은 북한의 회담전술을 salami tactics와 brinkmanship 두 마디로 요약했다. 모든 회담 사안을 세밀하게 잘게 나누고 그 하나하나마다 벼랑끝외교로 상대의 진을 빼서 얻을 것을 챙긴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길고 긴 핵 회담에서도 똑 같이 그렇게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대 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햇볕정책과 중국이 없었어도 그런 성공이 가능 했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사실 수많은 핵 회담에서 단 한번이라도 ‘실패했다.’는 회담이 있었던가? 회담 마다 대성공이라고 했고 우리는 또 그 보상으로 엄청 퍼 주었다. 북한은 그 보상으로 먹고사는데도 보태고 핵 개발도 계속하다가 일정시간이 지나고 또 적당한 핑계를 만들어 새로운 도발로 기존의 합의를 무효화시키고 다시 새 협상을 시작하곤 했다. 그것이 이른바 ‘도발->협상->보상과 합의->새로운 도발’ 로 끊임없이 반복되어 온 핵 협상 싸이클의 진실인 것이다.
   그러니 결국 북한은 ‘회담’을 방패로 삼아 핵 개발에 대한 세계의 간섭을 막아내고 ‘가짜 합의’를 팔아 식량과 에너지 등을 얻어내 먹고 살고 또 그것으로 핵 개발을 계속함으로써 마침내 ‘핵실험’까지 쾌속으로 달려 올 수 있었던 것이다.

5. 앞으로의 중·북 관계는? 이명박 대통령은 유사시 '미군의 38선 이남에만 주둔한다.'는 논리로 중국에 한반도 자유통일을 설득할 수 있다고 했는데 가능할까?
   중국은 이번 3차 핵실험 후에도 여전히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내세워 ‘당사국들의 자제’를 먼저 강조하고 또 다시 ‘6자회담’ 열자는 말만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내심을 잘 아는 스인훙(時殷弘) 런민대 교수는 13일 우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미 북한의 핵실험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왔다”며 “중국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음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 단독 행동이 있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고 천펑쥔(陳峰君) 베이징대 교수도 “중국보다는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더 중요하다”면서 “중국 내에는 이번 사태를 놓고 완전히 북한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도 있지만 미국 등이 북한을 너무 몰아세웠다는 인식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니 중·북 관계에서는 한동안은 긴장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지난 1차 2차 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설득 론'은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에서는 대체로 순치지간(脣齒之間)이라는 중·북간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비추어 한반도 자유통일을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보자 우선 중국이 기회 있을 때마다 문제 삼는 것이 주한미군 문제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기만 할 가? 2000년 중국 국방대학교의 초청 강연 시의 일이다. 강의가 끝나고 한 중국군 소장(小將)이 ‘강의는 감명 깊게 들었다. 그런데 한국이 주한미군은 왜 붙들고 있느냐’는 힐난(詰難)성 질문을 하고 ‘북한 군대가 그렇게 겁나느냐?’ 슬쩍 자존심도 찔렀다.
   당연히 답변이 좀 길었다. ‘1949년 한국에 주둔하던 5만 여명의 미군이 모두 철수했었다. 그랬던 미군이 한반도에 다시 상륙한 것은 중국의 뒷배를 믿은 북한의 남침 때문이었다. 중국은 그 사실부터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지난번 연평해전 보지 않았느냐? 그것은 두 가지를 증명한다. 김정일이가 지금도 무력으로 도발할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 그 하나이고, 미군이 있든 없든 막상 맞붙어 싸우면 우리가 이긴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정말로 전쟁을 하면 우리가 승리한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김정일은 이 엄연한 사실을 무시하고 한국군은 쉽게 보고 미군만 겁을 낸다. 우리는 50여 년 전, 500여만이 죽고 상하고 3천리 강토가 폐허가 되는 참극(慘劇)을 겪었다. 지금은 남․북의 파괴력이 6.25 당시의 250배가 더 된다고 한다. 우리가 같은 비극을 또 겪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북한 군대가 겁나거나, 전쟁이 겁나는 것도 아니다. 단지 평화가 소중 할 뿐이다. 그리고 주한 미군이 어디 북한의 위협만을 대비한 것이냐? 일본의 재무장 가능성까지 고려한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것이라는 것 아니냐? 그렇게 묻는 당신도 실은 주한미군의 역할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
   뜻밖에 큰 박수를 받았다. 고개를 주억거리는 친구들도 있었고 강의는 환호와 웃음 속에 마무리 되었다. 강의 내내 진지하게 듣던 중국 국방대 형세충 상장은 물론 다음날 츠하오텐(遲浩田) 국방부장으로부터도 80분여를 환담하면서 ‘좋은 강의 고맙다’고 제법 진지한 인사를 받았다. 2010년 6월 시진핑이 ‘6.25 참전을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해서 우리 사회에 논란을 일으켰는데, 이때의 츠하오텐은 ‘어쩔 수 없는 개입이었다.’고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어쩐지 주한미군에 대한 중국의 이해를 얻는 것이 반드시 불가능하지는 않겠다 싶었다.
   그렇더라도 지금 중국 사회에 ‘자유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욕구’가 팽창하고 있는데, 만약 북한이 붕괴되고 중국이 자유 대한민국과 국경을 맞대게 되면 한반도의 자유가 중국 대륙으로 파급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북한 체제의 보호’에 주력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중국은 지금 북한을 개혁 개방하되 중국식 개혁 개방을 희망하고 있고 그렇게 하면 중국 공산당의 정당성도 인정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에서 오래 살았던 탈북동포들 중에는 중국이 북한의 체제보호에 관심이 크기는 하지만, 그렇게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예컨대 ‘중국이 김정은 체제를 인정한 데 대한 공산당 내부의 반론도 만만치 않았고 이를 창피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거나 ‘탈북동포 북송 문제도 실은 한국은 관심이 없는 반면 북한은 적극적으로 돌려 달라고 하니까 그냥 손쉽게 북한으로 넘겨버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달라질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면서 ‘중국 내의 소수민족 문제만도 얼마나 골치 아픈데 북한까지 너무 깊게 끌어안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이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지금 한반도 남과 북에 대한 중국의 입장 자체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말도 있다. 사실 한‧중 관계도 국교수립 이후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지만, 중국 사회 자체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변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0.61로 세계 최악이요 역대 중국왕조가 망할 때보다 더 나쁘고, 각종 시위도 해마다 급증해서 2010년에는 18만 건을 넘었다는 것 아닌가? 더욱이 이제 한․중 협력의 가치는 중국에게도 매우 무겁다. 중국을 이끌어 낼 고리도 있다는 뜻이다. 그 때문인지 최근에는 중국 사회에 ‘한반도 자유통일이 중국에 불리하지 않다.’는 ‘합리적 지성의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것도 주펑(朱鋒), 추수롱(楚樹龍), 장렌구이 등 제법 영향력 있는 학자들 사이에서.
   그리고 바로 이런 때에 '북한 3차 핵 실험 사태'가 일어 난 것이다. 핵 실험 위기가 조성 될 때부터 중국에서도 경고의 목소리가 높더니 핵 실험 실시 후에는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분노의 목소리가 폭발하고 있다고 한다. 지성인들 사이에서는 미사일과 항공기가 하늘을 뒤덮는 이런 시대에 ‘북한의 전략적 완충지대로서의 중요성은 시대에 뒤떨어진 가치’라는 반성도 점차 광범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중국에 자유통일을 설득하는 것도 이제 우리하기 나름이지 싶다. 중국의 참된 국익이 무엇인지, 중국의 미래를 위해 남과 북 어느 쪽이 정말로 중요한지 우리가 중국의 변화를 설득하고 강하게 압박 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때마침 중국 새 지도층, 시진핑은 법학박사, 리커창은 경제학박사로 후진타오 원자바오 같은 ‘개발독재(開發獨裁)시대’ technocrats들과는 좀 다른 듯하다. 특히 시진핑의 사표(師表)는 한·중 새 시대를 연 덩샤오핑이 아닌가? 미국은 지금 은근히 시진핑이 노태우 대통령 역할, 그러니까 중국 민주화의 문을 열어 주기를 기대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중국 지도층 사이에 우리 박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신뢰와 인망이 광범하고 높다고 한다. 우리가 중국에 조금만 더 지혜롭게 또 적극적으로 설득하면 의외의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 가 싶다. 
   다만 이제는 좀 더 의연(毅然)하고 당당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굳이 이것을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2008년 우리 수도 서울을 무법천지(無法天地)로 휩쓸고 어선의 불법 만행에도 오히려 배상을 요구하는 중국, 천안함 사태를 인내하며 찾아간 우리 국방장관에게 감히 총참모장의 훈계로 외교적 모욕을 안겨준 오만하기 짝이 없는 중국을 보아왔다. 중국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 알만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우리는 처벌은커녕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일본이나 미국이 그랬으면 서울의 미·일 대사관이 남아나지를 못했을 것이다.
   이러다가 자칫 중국으로 하여금 과거 천(千) 년 이상 지속되었던 동북아 중화질서(中華秩序)로의 회귀(回歸)를 기대하게 만들가 두렵다. 그래서는 한반도 자유통일에 대한 중국의 참된 공감을 얻어 내기도 어렵고 얻어 낸다고 해도 무의미 한 것이 될 수가 있다. 그러니 더 이상 그래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도 연미화중(聯美和中)에다 연미연중(聯美聯中)해야 한다며 중국에 더 잘해주라는 사람들이 많지만, 오히려 그동안 우리가 너무 잘해 주려다가 오늘 중국을 저리도 오만(傲慢)하게 만든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이제는 의연하고 당당하게 그리고 확고한 의지로 어떻게 하든 중국으로 하여금 오늘 국제사회 국가 간의 보편적 관행과 예의에 맞게 대한민국을 진지하게 존중(尊重)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6. 미국과 중국 양국이 어느 순간 이해가 일치하면 우리나라만 외톨이가 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그리고 보니 노무현 정부 당시 워싱턴에는 ‘미·중 빅딜 설’이 떠돌았었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대신 중국이 북한을 사실상 접수해서 북한 핵을 폐기한다는 것이었다. 외톨이 우려는 흔히 있어왔다는 말이다. 좀 냉철하게 생각해 보면 그런 우려도 가능하겠다 싶다. 원래 동맹관계란 ‘공통의 이익과 이해를 위한 상호지원 관계’다. 한미동맹이 튼튼하려면 우리도 미국에 합당한 동맹적 기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이 한국을 진심으로 혈맹으로 받아 준 것도 월남전에서 함께 피를 흘린 후였다.
   그런데 2009년 4월 한 지인(知人)이 연합사 해체 문제 때문에 바이든 부통령을 만났더니 ‘미국은 잘 지내고 싶은데 한국이 너무 제몫을 다하지 않으려 한다.’고 아쉬워하더라고 했다. 사실 이라크 파병 때도 우리는 큰 생색을 냈지만, 2005년 가을 러포트 연합사 사령관과 제주도 휴가를 같이 갔는데 ‘도대체 한국에서 3000명이 뭐냐?’고 펄펄 뛰는 럼스펠드를 달래는데 ‘2시간 동안 진땀을 다 뺐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했고 현 정부 들어서는 한결 더했다. 우리는 겨우 320명의 아프간 파병을 두고도 논란이 분분(紛紛) 했지만, 한반도 전문가 스캇 슈나이더는 ‘2009년 오바마 정부 초기, 미 의회 군사위원들과 클린턴 국무장관 등이 연이어 계속 한국을 방문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으로의 발전을 약속하고 심지어 ‘한반도 자유통일’까지 거론 한 것이 모두 왜 그랬겠느냐? 아마 영국 수준은 기대 했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 9,500명을 보내 놓고 있었다.
   사실 전략동맹이 결국 무엇이겠는가? 동맹의 대상과 적용 범위를 넓혀 나가고 그 강도(强度)를 더욱 강화 하자는 것 아니겠는가? 반드시 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2004년 9월 부시가 그랬듯이, 퍼트레이어스 아프간 주둔 사령관도 2011년 3월 미 의회에서 아프간 참전 파트너들을 거론 할 때 한국은 거명하지 않았다. 물론 대규모 파병이라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 일가 만, 그래도 기대가 크면 주는 것도 넉넉해야 하고, 창조적 미래를 경영하자면 때로는 다소 모험적 투자도 필요한 법이다. 월남 파병이 그랬듯이 전략이란 그런 것이다.
   실제로 지금 미국의 눈은 많이 냉정해진 듯하다. 2012년 12월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보고서 ‘글로벌 트렌드 2030’에서는 ‘한반도가 통일되어 북한 위협이 사라지면 한국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들 것이고 그것이 미래 동북아 정세의 변수’라고 내다보았다. 최근 한 미 정보관계자는 ‘이제 유사시 한국이 동맹국으로서의 역할을 다 해줄 것으로 믿는 미국인은 나 자신을 포함해서 많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오늘 미국의 주된 관심지역도 한반도가 아니라 주로 이란 시리아 등 이스라엘과 연계된 중동지역 들이다. 미국이 과연 지금도 한국을 반드시 필요하고 또 신뢰 할 수 있는 미국의 ‘전략동맹국’이라고 믿고 있을 가?
   더욱이 군사동맹관계란 ‘상호간의 깊은 이해와 돈독한 우의가 있어야 그 기능이 사는 특별한 관계’다. 그런데 우리는 주한미군의 교통사고 하나에도 수많은 국민이 촛불을 켜들거나 미국 대통령의 사과까지 받아내면서도, 주한 미군의 훈련장까지 찾아가서 성조기(星條旗)를 불태웠다. 그것도 태극기를 배경으로 해서. 정권이 바뀐 후에도 광우병이니 뭐니 미국의 자존심을 할퀴고 상처를 주었다. 동맹의 우의(友誼)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겠는가?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는 ‘반미(反美)’라야 ‘개념정치인’ ‘개념 연예인’이 된다고 한다. 그 반면 미국 군인, 전문가들은 ‘미국은 GDP 4-5%를 국방비로 투자하는데 한국은 2.7%도 흔들린다.’고 섭섭해 하고 ‘주한미군은 감축하지 말라면서 한국은 줄이려 든다.’고 어이없어한다. ‘전략동맹’은 둘째요 오늘의 한미동맹이 공정한 관계라고 보기나 할 것인가? 우리가 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는 뜻이다.

7. 북한 핵 무기 기술 수준은?

   북한 핵능력이 ‘무기화에 성공했느냐 아니냐’ 말들이 많은데 미국 입장에서 본다면 탄두의 소형화가 완성되고 무엇보다도 미사일의 ‘대기권 재돌입장치’가 만들어져야 ICBM 체제가 완성 될 것이요, 그래야 정말로 심대한 위협이 될 테니 핵무기로서는 아직 좀 미흡하지만, 한국에는 다르다. 6-7kt 정도라도 충분히 위협적이고 탄두 중량이 좀 무거워도 비행기로 운반 할 수도 있다. 심지어 지상 침투 운반도 가능 할 것이고 이른바 dirty bomb에 의한 테러만도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정교하지는 않지만 우리에게는 이미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8. 실질적으로 북한 핵개발을 막을 수 없다면 우리의 대책은?

  완벽한 대책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보장한다.’고 하고 있고 우리도 흔히 ‘미국 핵우산이 있으니까-’ 쉽게 생각하지만 중국 러시아 같은 다른 나라의 핵이라면 몰라도 우리에 대한 북한 핵의 위협은 미국 핵우산으로도 보호 받을 수 없는 부분이 너무 크다. 예컨대 북한의 ‘핵 위협(공갈)’을 배경으로 한 -흔히 핵 그림자(nuclear shadow) 전략이라고도 하는- 직·간접적 도발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설사 우리가 핵을 만든다 해도 -설사 핵 개발의 엄청난 부작용을 극복하고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도움은 되겠지만 완벽한 대처에는 한계가 있고 자유통일을 생각하면 이 시점에는 그리 현명한 조치도 아니다. 어떤 이들은 ‘냉전시대에 미·쏘 간의 전략 핵 균형으로 평화가 유지 되었듯이 우리도 핵을 가지면 남북 간에 평화가 보장 될 것이요 평화적 경쟁에는 우리가 유리하지 않겠느냐?’고도 한다.
   그러나 바로 그런 속에서 월남이 적화 되지 않았던가? 남과 북이 함께 핵을 머리에 이고 맞붙어 이전투구(泥田鬪狗)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잃을 것이 많은 측이 손해 보기 마련이다. 특히 우리는 여전히 북한 핵을 겁낼 수밖에 없지만, 자기 국민도 수백만씩 굶겨 죽인 북한이 우리 핵을 그만큼 겁낼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북한은 걸핏하면 핵을 배경으로 군사도발, 광범한 침투 테러 등 다양한 직·간접적 도발을 자행 할 것이고, 그래도 우리는 단호하게 응징 보복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 아닌가? 그런 속에서 북한의 복합적 도발이 계속 이어지면 결국은 우리가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의 핵보유 여부에 관계없이 북한 핵을 폐기시키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가 핵을 갖게 되면, 북한 핵은 자동적으로 기정사실화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핵 보유의 문제점, 우리가 감내 할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 전술핵 재배치’에 목을 매고 싶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실은 우리가 정말로 핵을 개발하자면 우리가 ‘핵 개발’을 공공연히 앞세우는 것 자체가 현명하지 않은 일일 수가 있다. 일본이 진작부터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운영할 수 있었던 데는(그래서 사실상 대량의 플루토늄까지 확보 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국제정치 상황도 중요한 배경이 되었지만 그 못지않게 국제사회에 일본은 핵 개발 의지가 없고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심어 주는데 성공 한 덕분이기도 하다. 그 반면 우리는 그동안 진실이 어디에 있든 미국의 의구심을 산 경우가 없지 않았고 그것이 오늘 우리가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이라는 핵탄 개발과는 거리가 먼 새로운 기술까지 개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계속 실패하고 있는 원인의 하나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민단체 열혈지사(熱血志士)들의 ‘자위적 핵무장론’을 문제 삼을 생각은 전혀 없다. 오늘의 상황이 그만큼 긴박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핵 무장 운동은 그 자체가 미·중 등 세계와 북한에게 경고가 되고 우리 정부의 북 핵문제에 관한 협상력을 높이고 나아가 장차 우리 북한 핵 대응책의 선택의 폭을 넓혀 줄 수도 있을 것이며, ‘북 핵 위협 불감증’에 빠진 국민의 안보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만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에 거론되는 kill-chain 같이 유사시 북한 핵을 제압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역량’을 갖추는 것은 어떨 가? 논리적으로는 가능 할 것이다. 예컨대 권태영 박사는 한국적 비핵 3축전력체제(공격적 억제 전력축+방어적 억제 전력축+연구개발·방산 인프라 축)를 만들자고 한다. 그는「장사정 센서-슈터 복합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들을 동시 통합적으로 일거에 정밀 타격, 파괴할 수 있고, 특수전과 결합된 무인 원격조종 정찰-공격체계는 핵미사일발사와 관련된 지휘부를 원거리에서 상시 감시-타격할 수 있으며, 사이버무기는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과 관련된 컴퓨터-네트워크체계들을 순식간에 무력화 시킬 수 있고, 지향성 에너지 무기는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시설들의 전자기체계들을 빛의 속도로 무능화시킬 수 있다. 그런가하면, 항공미사일방호체계는 북한 핵미사일이 발사된 후, 한국영토에 도달하기 이전에 요격, 파괴시킬 수 있다. 파괴된 북한 핵미사일의 잔류물들이 북한 지역에 고스란히 떨어지면, 핵미사일 발사=자살 꼴이라는 등식이 만들어 질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기에 소요될 천문학 적인 비용도 문제지만 그 정도로 충분할 수는 없고 기술적으로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결국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오늘의 ‘연합사 체제’를 더욱 튼튼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북한 핵 해체 시’까지라도. ‘연합사 해체를 연기’하면 그것만으로도 북한은 물론 중국에도 상당한 경고가 될 것이지만, 실은 전략핵 억제력은 물론 비핵 재래식 억제전력 같은 것도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확보 가능한 전력이어서 연합사 기능이 살아 있어야 위에서 언급한 우리의 ‘최소한의 기본역량’도 갖추기 용이하고, 무엇보다도 특히 억제는 기본적으로 심리적인 것이어서 북한 핵에 관한 한 연합사가 서울에 존재하는 것 이상의 대처 수단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연합사라는 존재 그 자체가 가장 효과적인 북한 핵 억제력인 것이다. ‘미국 핵우산’도 연합사가 해체되면 그 ‘효과’는 크게 훼손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부에서 고대하는 ‘미국 전술핵 재배치’도 연합사가 해체 되는 한 사실상 기대 할 수 없을 것이다. 1991년, 미국이 한국에 배치되어 있던 적지않은 전술핵무기들을 철수 한데는 미국의 정책 및 전략의 변화 못지않게 ‘광주민주화운동’이후 이어지던 한국의 사회 불안정도 중요한 원인이 되었었다. 하물며 연합사마저 해체되면 전술핵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도 어려울 텐데 미국이 무엇을 믿고 재배치하려 하겠는가?
   이처럼 얼핏 대응 방책이 적지 않을 듯하지만, 그 어느 것도 완벽한 것은 사실상 없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북한 핵은 결국 해체시키는 것 외에는 완벽한 대처 방법이 없고, 북한 핵을 그대로 두고는 우리가 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것이 햇볕으로 안 된다는 것은 이미 증명이 되었고, 이스라엘처럼 폭격하는 것도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너무 늦었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유일한 길은, 2007년 2월 아미티지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이 ‘2차보고서’에서 지적했듯이, 그리고 지금은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하듯이, ‘한반도 자유통일’뿐이다. 때마침 오늘의 내외 상황을 보면 더 할 수 없는 자유통일의 기회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어지는 북한 핵 실험도 우리가 어떻게 대처 하느냐에 따라 자유통일의 가능성을 높여 줄지 모른다. 결국 자유통일은 단순히 완벽한 북한 핵 폐기의 길임은 물론이요 상대적으로 가장 값싸고 현실적인 길일 수가 있는 것이다.
   앞에서 ‘우리의 핵개발이 현명한 조치가 아니’라고 한 것도 결국 이 때문이다. 핵을 가진 대한민국의 한반도 통일을 반길 나라는 별로 없을 테니까. 오늘의 상황을 봐도 어쩐지 핵개발 보다는 자유통일이 한결 용이 할지 모른다 싶다. 그러니까 지금은 핵개발 보다는 한반도 통일에 더욱 더 국가적 노력을 집중할 때인 것이다. 그 반면 너무 늦으면 우리의 미래가 먼저 흔들릴지 모른다. 자유통일이 먼저일가, 아니면 ‘핵보유국 북한’의 국제사회 등장이 먼저일 것인가? 북한 3차 핵실험, 그것은 우리가 자유통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하는 경고인 셈이다.
   그렇다면 결국 오늘 우리가 해야 할 바는 명확하다. 무엇보다도 우선 북한 핵 폐기 시까지라도 ‘연합사 해체를 연기’하고,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kill-chain 같이 유사시 북한 핵을 제압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역량’과 북한의 복합적 도발에 대한 대처 역량을 발전시켜 북한 핵 위협과 다양한 도발을 억제 및 대처하면서 자유통일을 앞당기는 수밖에 없다. 만약 그것이 불가능 하다면, 특히 예컨대 연합사는 기 계획대로 해체되고 북한 핵은 기정사실이 되어 가는데 한반도 자유통일도 사실상 어렵다고 하면 어찌해야 할 가? 아마 우리도 핵을 개발 하는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을 것이다. 물론 그 역시 쉽게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이 적지 않겠지만 사실상 우리의 국가적 생명을 연장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될 테니까.

9. 앞으로 2년 뒤 전작권이 넘어오면 연합사는 해체된다. 그래도 괜찮을까?

   기본적으로 연합사는 ‘튼튼한 한미동맹과 그 동맹이 세계 최강 미국군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현실체’다. 우리 국방력으로 연합사를 대체하려 해도 그 천문학적인 비용도 문제지만 연합사의 그런 의미와 가치는 아예 대체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연합사는 한미동맹과 다르다면서 연합사를 해체해도 ‘한․미동맹은 튼튼할 것’이라고 강변(强辯)하기도하지만 연합사는 한·미동맹의 핵심 연결고리다. 연결고리가 끊어지는데 어떻게 동맹이 강화되는가?
   오히려 연합사 없는 한·미동맹은 점차 한 장의 종이쪽지처럼 형해화(形骸化)하고 주한 미군조차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아니 실은 한‧미동맹이 칼집이라면 오히려 연합사가 그 칼날이다. 당장 북한 전면도발과 핵위협을 억제하는 데도 그렇지만, 장차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발생할 엄청난 정치, 경제, 군사적 소요를 감당해 줄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미국밖에 없고, 연합사는 그런 지원을 받아들일 양호한 통로이자 관리 기구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혹시 중국의 배타적 영향력 하에 들게 되면, 아니 설사 통일이 된 후라도 욱일승천하는 중국의 기세 속에서 자유대한이 살아남는데, 오늘 연합사 체제보다 더 확실한 수단이 있기나 할 것인가? 결국 연합사 체제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우리 국방력으로 쉽게 대체 할 수가 없는 한국의 생존과 미래 발전의 핵심적 안전장치(安全裝置)인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국가생존과 자유통일’을 비롯해서 우리가 한·미동맹에 기대하는 동맹적 소요가 과거 어느 때 보다도 큰 반면, 미국의 여건은 매우 어려운 때다. G2 중국이 ‘흔들리고 있는 미국의 리더십’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것만도 쉽지 않은데 미국은 경제난으로 병력과 국방비를 대폭 감축하려 하는 때가 아닌가? 그래도 한‧미동맹이 과연 우리의 동맹적 소요를 뒷받침 해 줄 수 있을 것인가? 특히 예컨대 북한 급변사태 시 중국의 개입을 억제하고 통일을 이루려면 미국이 ‘상당한 희생을 각오하고’라도 함께 서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래 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때 ‘연합사 해체’가 어떻게 무방할 수 있겠는가? 실은 당장 지금도 미국은 태평양 건너 너무 멀리 있는 반면 중국은 바로 압록강 건너에 있다. 그럼에도 양국의 영향력이 대략 전략적 균형 상태에 있다고 보는 것은 한국에 주한미군, 특히 한미연합사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사가 해체 된 이후에도 ‘전략적 균형 상태’를 유지 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지금도 한·미간에는 ‘동맹 강화’라는 말을 계속하지만 말로는 백번 약속해봐야 약속은 약속일뿐이다. 약속만으로 연합사라는 현실체의 영향력을 대체 할 수는 절대로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욱 더 지금은 애소(哀訴)를 하건 공갈을 치건 어떻게든 ‘연합사 해체’가 아니라 오히려 연합사로 연결된 오늘의 ‘구조적인 동맹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나아가 한반도 자유통일을 내다보는 대 전략적 큰 차원에서 한·미가 함께 총체적이고 긴밀한 협력을 할 수 있도록 동맹체제를 재정비해야 할 때인 것이다.
   혹시 지금 거론되듯이 한국인을 사령관으로 ‘미니연합사’를 만들면 어떨가? 그러나 오늘 연합사의 억제력은 한마디로 ‘미 4성 장군이 직접 한국의 방위를 책임지고 있다’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세계 최강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상징성도 그렇고, 유사시 대규모 증원전력(增援戰力)이 계획되고 미국의 즉각적 개입과 지원이 가능한 작계 5027도 그래서 가능 했던 것이다. 그런 상징성이 지난 수 십 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지켜 온 기본이요, 오늘 ‘작계 5027’을 수행할 수 있는 막강한 현실적 힘도 그래서 만들어 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미니연합사’는 연합사 해체를 호도 하는 것일 뿐 이미 ‘연합사’가 아닌 것이다.
 
   때마침 최근 전(前) 미 NSC 대량파괴무기 조정관 게리 새모어와 성김 주한 미 대사가 연이어 ‘연합사 해체 재 연기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미국이 우리에게 보내는 일종의 싸인은 아닐 가? 사실 한·미간에는 아직도「21세기 한‧미전략동맹」구축 차원에서도 서로 주고받을 만 한 상호 지원요소가 적지 않고, 한·미를 이어 줄 ‘중요한 공통의 안보이슈’도 하나 둘이 아닌데다가, 북한의 핵이 현실화 되어가니 미국으로서도 새삼 신중(愼重)해 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RAND의 브루스 베넷 박사는 ‘미 의회의 입장은 다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지만 그렇더라도 우리에게는 한결 용이하게 이 국가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일 수가 있다. 
  그렇다면 놓치지 말고 잡아야 한다. 나라가 죽고 사는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당장 눈앞의 일이 아니라고 설마- 하는 만심(慢心)으로 1년, 2년 우물쭈물 어설프게 넘기고 마는 것이 자칫 내일 한반도 자유통일에 저주(詛呪)가 되고 우리 아들딸들이 살아남기도 어려운 함정을 파놓는 결과가 되지 않을지 못내 걱정스럽다.

10. 그렇다면 우리의 대북정책은 어떠해야 할 것인지 새 정부에 충고를 한다면?

   충고까지는 아니라도 조언하고 싶은 것은 몇 가지 있다. 요약하자면
첫째, 우리 대북정책의 목표는 두말 할 필요 없이 한반도 평화와 자유통일에 있다는 것이다. 그것부터 항상 염두에 두어야 대북정책이 오늘처럼 방황하지는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오늘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북한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어떤 성격의 체제인지 북한체제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상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의 상식에 입각해서 상대를 분석하고 대처 해 온 것이 지난 수 십 년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말을 듣는 근본 원인이 아니었을 가 싶다.
   셋째 그런 의미에서도 작년 12월 미 하원 외교위원장 에드 로이스가 한국 새정부 대북정책이 ‘실패한 햇볕정책’으로 ‘불행한 U턴’을 하지 않을 가 우려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지금 ‘현 정부의 대북제재도 비핵화에 실패했다’면서 ‘대화’로, 결국 ‘햇볕정책으로 달래야 한다.’는 사람들은 여전히 적지 않다. 물론 대화도 해야 하고, 달래는 것도 방법의 하나다. 중국의 친한파 한반도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흔히 ‘그런 실험이라도 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권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그런 실험을 해 보았다. 인류 역사에 햇볕정책처럼 적에게 헌신적인 정책이 어디 있었던가? 그런 햇볕정책 속에서 연평해전이 이어지고 핵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우리가 아예 두 손 들고 항복을 선언한다면 모를가 간과 쓸개 다 떼 내주고 달랜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증거다. 물론 현 정부의 대북정책도 비핵화를 아직 이루지는 못했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자면 ‘실패했다’ 기 보다는 ‘아직은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성과도 있었다. 북한에 시장 세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적어도 무작정 퍼주기는 하지 않았고 -아니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래서 북한에 돈과 식량이 들어가지 않으니 김정은 체제는 배급제를 유지 할 수가 없었으며 배급을 해 줄 수 없으니 시장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 시장 덕분에 북한 민초(民草)들의 생활도 좀 나아졌다는 것 아닌가? 10년 햇볕정책으로 이루지 못했던 북한사회의 소중한 변화인 것이다. 이제 함부로 바꾸려 들다가는 자칫 모처럼 시작된 북한 사회변화의 싹만 시들게 하고 지난 몇 년간 대치하면서 애써 쌓아온 성과를 무효로 만들 가능성이 더 크다.
   더 큰 문제도 있다. 일찍이 척 다운스는 ‘북한처럼 분배수단을 정부가 장악하고 있는 한 외부의 지원은 정부의 억압체제만 강화 시킬뿐’이라고 했는데, 우리도 그동안 열심히 퍼주면, 북한은 그것을 주로 북한 주민을 장악하고, 북한의 우리에 대한 도발 역량을 키우고 준비하는 데나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그렇게 해서 다 죽어가던 김정일 체제를 살려내고 그 결과 이제는 우리가 오히려 국가적 생명을 위협 받고 있는데, 같은 실수를 한 번 더 했다가는 어쩌면 우리가 두 번 다시 살아나기조차 어렵게 될 지도 모른다. 
   넷째 그렇게 하다보면 북한은 항용 그래왔듯이 또다시 어떤 도발을 해 올지 모른다. 이번에는 반드시「철저하고 단호하게 응징」해서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을 ‘억제(抑制)’하고 끊어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억제란 원래 상대에게 ‘도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손해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인식시켜서 감히 도발을 못하게 하는 평화 유지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휴전 이래 전쟁을 선포해도 좋을 수많은 북한의 도발에도 한 번도 제대로 응징하거나 책임을 묻지 못했다. 특히 원인이 분명한 천안함 사태를 두고도 서로 갈등하는 자중지란(自中之亂)의 변을 겪었고 심지어 백주 대낮의 연평도 포격까지 그냥 감내하고 말았다.
   이러니 북한이 우리를 우습게보고 이번에도 “유엔 제재에 가담하면 공격”한다는 협박까지 하고 나선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렇게 북한의 도발을 계속 허용하면 우리도 언젠가는 견딜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가 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다가 전쟁나면 어떻하느냐? 그렇게 해도, 긴장은 일시 더 높아지겠지만, 우리 대비 태세가 튼튼하면 전면전쟁으로 확전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특히 연합사가 버티고 있는 동안에는.
   다섯째 모든 대외정책이 다 그렇지만 특히 남북관계에서는 우리의 전략에 입각해서, 우리의 의지에 따라, 우리가 주도적(主導的)으로 이끌어나가야 한다. 무릇 적대하는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도대체 우리가 이끌어 나가야 자유통일로 가지 북한이 하자는 대로 끌려 다니면 결국 적화통일밖에 갈 곳이 없지 않겠는가? 일반적인 경우라면 국력이 압도적이고 얻을 것 보다는 줄 것이 더 많은 우리가 북한에 끌려 다녀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끌려 다니기에 바빴다. 북한은 걸핏하면 떼를 쓰고 턱없는 사단(事端)을 일으켜가며 벼랑끝외교로 양보를 강요한 반면, 우리는 스스로 ‘햇볕, 햇볕’ 하며 저들의 비위를 맞추고 버릇을 잘못 들여 온 때문이었다. 더 이상 그래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남과 북이 주도권(主導權)을 놓고 일종의 기(氣)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 아닌가? 그렇다면 차제에 북한의 버르장머리를 확실하게 고쳐 주어야 한다. 설사 시간이 좀 걸리고 혹 긴장이 잠시 더 높아지는 한이 있어도 그것은 언제든 한 번은 겪고 또 이겨내야 할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니 확고한 원칙으로 이제는 남북관계를 우리의 의지대로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 여섯째, 대북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는 언제나 북한 주민의 동포적 일체감을 형성하고 그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정은의 측근은 몰라도, 그 외에는 북한 엘리뜨들도 자유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갖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독일 통일도 서독이 동독을 흡수했다 기 보다는 동독이 서독에 합류해오는 것을 서독이 받아 주는 그런 모양새였다. 우리는 특히 더 그래야 한다. 그래야 중국이 어떤 야심을 갖든 북한의 변화를 한반도 자유통일로 이어 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2009년 중국 접경 지역 북한 주민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북한 붕괴 시 한국에 붙겠다.”는 이는 20-30% 정도에 불과했다고 한다. 우리가 이런 노력에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어쨌건, 과거 북한이 그리 해 왔듯이 우리도 전략적 심리전과 공작 차원의 매우 정교하고 집요한 “간접접근”적 정책이나 적극적인 책략(策略) 같은 것이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 북한 동포와 연결되는 중국 조선족이나 해외교포 그리고 특히 2만 5천에 달하는 우리 사회의 탈북동포들도 있고 이런저런 길도 많으니 의지와 용기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싶다. 그런 차원에서 특히 탈북동포들에게 좀 더 각별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따뜻이 환영받고 행복하게 사는 성공스토리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북한 동포의 마음도 가까이 닥아 올 것이고 한반도 자유 통일도 그만큼 더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준비해 나가면 머지않아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다. 적어도 아직은 한반도의 미래가 우리의 의지와 비전에 달려 있음은 분명해 보이는 것이다. 우리가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전략적 지혜를 발휘한다면 예상외의 빠른 시간 내에, 평화적으로, 자유통일을 이루어 낼 수가 있고, 그러면 골드만 삭스나 IMEMO가 예언한 최선진 통일 대한민국의 새 시대를 열어 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끝>
 
<김희상 육군중장(예) 정치학 박사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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