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간 '정부조직개편안'에 빠진 與..朴 대통령 "정부가 중심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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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이 지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 정부의 조직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지난달 30일이다.
    그 사이 박 당선인에서 ‘대통령’으로 신분이 바뀌었고, 국민 7만 명이 모인 가운데 취임식도 치렀다.

    국민들은 새 대통령은 맞았지만 정부의 모습은 지난 정권과 다를바가 없다.

    각 부처의 수장인 장관들의 인사청문회는 27일에야 시작됐고, 전체 내각의 1/3에 이르는 장관후보자들은 청문회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부처들은 새 장·차관을 기다리며 일손을 놓고 청와대만 국회만 바라보고 있다. 새 국제과제 추진은 고사하고 기존 업무까지 손을 놓은 상황이다.

     

    청와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정부조직법 안에 청와대 개편에 대한 근거 규정이 들어 있어 청와대 조직개편도 ‘무늬만’ 진행됐다. 현 정부 들어 신설된 국가안보실이 개편안 처리 지연으로 현행법상 존재하지 않는 기구가 됐다.

    박 대통령은 새 정부의 첫 국무회의 일정도 잡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박 대통령은 27일 주재한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하루 빨리 (정부조직개편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이런 과도기적 상황에서 정부가 중심을 잡고 민생을 포함한 국정 현안들을 잘 챙겨 나가야 한다.”
         -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은 ‘민주통합당’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국회라고 했다.
    여야를 통틀어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 상황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 달이 다되도록 야당에 끌려가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새누리당을 향해서는 강한 실망감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한 부분도, 더 이상 국회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새 정부 측 한 인사는 “새 정부가 개점휴업을 하고 있는 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발목을 잡고 있는 민주통합당보다 28일 간 끌려다닌 새누리당의 무능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 무능한 여당과 수평적 당청관계 이룰까

    정치권은 이번 일이 당청 간의 주도권 경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처음 손발을 맞춰 처리하는 일로 야당을 대하는 협상력과 현안을 받아들이는 심각성 등이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새 정부가 추진할 주요 국정 과제는 당청관계의 ‘기상도’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정부와 여당 사이에 관계에 먹구름이 계속되면 나라 살림이 원활하게 유지되기 어려운 게 정설이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는 대다수 정책이 국회 ‘입법화’를 거쳐야 하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유기적인 당청간의 관계가 요구돼 왔다.

    박 대통령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당과 국회를 중요한 국정의 축으로 삼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국정 동반자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에서 보인 여당의 협상력 부재와 무능한 태도로는 수평적인 당청관계 정립이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사사건건 갈등을 빚는 여야 관계를 감안할 때 매 법안마다 크고 작은 논란을 촉발할 것은 자명하다는 의견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상황이 이런데 대통령이 앞으로 새누리당과 상의해 가며 국정 운영을 이끌어 갈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한편 18대 대통령직인수위가 국정과제 보고서에서 제시한 새 정부의 핵심과제는 140개에 달한다. 이를 위해 신설하거나 수정해야 할 법률안만 210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