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는 합정점에서 일할 시급 5천원 내외의 파트타이머를 모집했다. 온라인 구인광고 캡처
    ▲ 홈플러스는 합정점에서 일할 시급 5천원 내외의 파트타이머를 모집했다. 온라인 구인광고 캡처
    다국적 콜라회사 공장이 들어선 후진국 농촌마을. 
    고용이 늘어나고 지역경제가 발전해 외적 성장을 이뤘으나 마을의 우물은 점점 깊어진다. 
    공장에서 물을 쓰면서 우물이 마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은 콜라가 되어 다른 지역으로 공수됐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시급 5천원 내외 수준의 파트타이머 일자리가 늘어난다. 
    규모도 크고 깨끗하고 편리해 ‘우리 동네도 발전했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주변 시장과 골목 상인들의 주머니에는 돈이 마른다. 
    지역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돈은 빠져나갔지만 다시 지역사회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 너무나 추운 올겨울,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상인들의 겨울은 더 춥다. 
    한낮에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운 날씨에 길가에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망원·월드컵시장’ 상인들이다.
      
    홈플러스 매장 중 매출이 가장 높은 ‘홈플러스 월드컵점’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망원점’에 이어 합정역 메세나폴리스 내 새로운 점포가 입점한다고 하자 주변 상인들은 근 1년간 생존을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

    홈플러스 합정점에 관심이 쏠리면서 ‘도둑 개업’에 대한 걱정은 조금 누그러졌지만 상인들은 아직 안심하지 못하는 눈치다. 

    실제 1월17일부터 주요 취업사이트와 홈플러스 합정점 인근에서 홍보물을 통해 계산원, 고객서비스센터지원, 물류관리 등 분야에서 일할 파트타이머 계약직 구인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2장만 갖고 오면 메세나폴리스 내 사무실에서 지원서를 작성할 수 있다.
    2월 중순부터 일할 수 있다”
       - 홈플러스 합정점 인사담당자 (채용문의에 대한 답변)


  • 개점예정일을 확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홈플러스 합정점에서 인력채용을 하고 있다. 메세나폴리스 내 홈플러스 입구 앞 홍보물. ⓒ이종현 기자
    ▲ 개점예정일을 확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홈플러스 합정점에서 인력채용을 하고 있다. 메세나폴리스 내 홈플러스 입구 앞 홍보물. ⓒ이종현 기자

    채용공고를 버젓이 하고 있지만 홈플러스 측은 ‘앞으로는 협상을 외치면서 뒤로는 개점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 점포에서 약 1천~1천200명의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리 인력을 준비하고 있다. 
    개점 예정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일각에서 ‘문 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까봐 우려스럽다”
       - 홈플러스 관계자


    홈플러스 합정점의 채용공고가 ‘도둑 개업’으로 의심받는 이유는 그동안 대형유통업체들이 보여준 행태 때문이다.
     

    “옆 가게에 A브랜드 SSM이 입점하는 소문이 돌았다. 
    지자체와 중기청에 허가취소와 중재를 요청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A 본사에 개업을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나중에 문을 연 점포는 A가 아닌 B회사였다. 
    거짓정보를 흘려 개업지연을 막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 ‘나들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남모씨 (경기도 일산시 화정동)


  • 대형마트 한 곳이 들어서면 반경 2km내 모든 골목가게들이 초토화된다고 한다.

    홈플러스 합정점이 들어서면 망원-합정동 일대 전통시장 2.3km이내 홈플러스만 3곳이 된다.

    전통시장이나 슈퍼처럼 직격탄을 받는 곳 뿐만 아니라 물론 분식집, 철물점, 자전거, 수리점 등 생계형 가게들도 큰 폭으로 매상이 떨어져 밥벌이가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 모두 홈플러스에 비정규직으로라도 취업이 되는 것도 아니다. 

    대형마트가 골목 가게들을 싹쓸이 하고 나면 뭐 하나 사려 해도 마트로 가서 주차 전쟁 치러야 한다.

    골목을 다녀보시라. 
    빵 한 개 사려고 해도 냉동 생지 슬쩍 구워파는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밖에 없다.
    칼이 안들어도 칼갈이 사러 마트까지 가야한다.
    돌아보라, 두부 하나 급하게 사려고 해도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말고 장볼 데가 없다. 
    홈플러스 합정점이 어떻게 하나 국민은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