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북한 실세는 장성택
  • 한국선진화포럼 /선진화포커스 제124호

    김정은 1년, 그리고 2013년 북한

    김 성 민 / 자유북한방송 대표

     

    김정은의 1년


    김정일에 대한 짧은 애도 기간을 거친 뒤 곧바로 군 최고사령관에 오른 김정은은 곧바로 ‘김정일 훈장’을 제정하는 등 축제 분위기 조성에 박차를 가했다.
    2012년 4월엔 당 대표자회, 최고인민회의 및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대대적인 김일성 100회생일 기념행사를 치르며 체제안정을 과시했다.
    6월에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남한 언론기관의 좌표까지 적시한 최후통첩장을 공개하는 등 대남 위협을 통해 남한은 물론 북한사회의 분위기를 고도로 긴장시켰으며, 예년에 없던 소년단 창립 66주년 행사를 치르는 등 어린이들까지 포함한 사회의 단결과 체제수호를 독려하기도 했다.

    7월 초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를 대동하고 디즈니캐릭터의 인형들이 등장하고 ‘록키’의 테마음악이 연주되는 모란봉여성악단의 공연장에 나타나 변화의 제스처를 보이기에 이른다.
    흰 반소매 재킷과 미니스커트를 입은 패셔너블한 평양처녀들의 유희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김정은이었다. 7월 15일에는 북한군의 실세였던 총참모장 리영호를 숙청, 이로써 군부는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오히려 김정은은 권력자로서의 면모를 본격적으로 과시하게 된다.
    발 빠른 군 수뇌부의 교체와 함께 권력층 전체에 대한 인사가 강행되면서 ‘남은 자’만 부각된 새로운 체제의 북한을 선보였다.

    ‘남은 자’ 중에서도 김기남과 최태복 등 80세 이상의 상징적 인물들을 제외하면, 단번에 대장 칭호를 받고 북한의 핵심세력으로 부상했던 최룡해와 장성택 뿐인데, 여기서 최룡해는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로 역시 김정은 세습체제의 정통성을 증명하기 위한 상징적인 인물에 다름 아님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김정은 1년의 배후, 예기했던 바와 같이 최룡해는 하루아침에 대장에서 차수로, 다시 대장으로의 인사가 가능하고 김정은의 최측근에서 다시 옆자리로 장기쪽 마냥 옮겨 다니는 인물임이 확인되었다.

    김정일의 영구차 호위에 나섰던 소위 7인방 중 민간인들을 제외한 군부 핵심들이 모두 숙청되거나 현역 1선에서 물러난 것도 북한 북한권력의 불안정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장성택은 건재를 과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의 김정은 체제는 장성택 주변 인물들로 가득 차 있는 형국이다.
    한때, 군 실세라던 총참모장이니 정찰국장이니 하던 사람들이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장성택의 발치에도 가지 못하던 인물들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역시 장성택의 '급'이 녹록지 않음을 실감케 한다.

    따지고 보면 장성택을 빼고 마지막 ‘남은 자’인 김정은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쯤에서 김정은의 1년을 다시 돌아보자.
    ‘놀이동산 가서 풀을 뽑고’, ‘김정일이 안하던 육성연설을 하고’, ‘각종 행사에 부인 리설주를 대동’하고 다녔으며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안아’ 주었던 일들만 뇌리에 남는다.
    더하여 지난 4월의 ‘로켓 발사 실패를 곧바로 공개’하는 등 새로운 리더십과 품모를 강조하기도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 같은 일들은 저들 체제유지의 핵심사안인 ‘우상화’와 ‘수령의 신비’를 스스로 허무는 꼴로 작용했을 뿐이다.

    특히, 북한의 웬만한 대학생들보다도 못한 김정은의 육성연설 장면을 바라보면서 허탈하기 그지없었다는 북한주민들의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은 형편이다.
    이러한 일들을, 지금도 남아있고 앞으로도 남아있을 것으로 점쳐지는 장성택이 구도하고 연출한 것이라면, 김정은의 운명 계산은 더욱 복잡해진다.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김정은은 과거의 지도자들처럼 위대하지도 영웅적이지도 않은 보통의 인간이 되어 버렸고, 그만큼 북한주민들이 김정은에게 거는 기대는 ‘하루세끼 옥수수밥이라도 먹여 달라’는 현실적인 것들이 되어버렸다.

    한편, 유엔의 인권보고서는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후 북한에 인권이 개선됐다는 어떤 조짐도 없고 오히려 국경지역의 경비와 탈북자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집권 원년을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 쏘아올린 로켓은 국제사회가 김정은에게 걸었던 기대를 단번에 무너뜨리는 쓰라린 결과만 초래했다. 


    2013년의 전망


  • ▲ 29일 북한 제4차 당세포비서대회에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는 장성택(사진 위), 삐딱한 자세로 앉아있는 장성택(아래). /조선중앙TV ⓒ조선일보 전재
    ▲ 29일 북한 제4차 당세포비서대회에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는 장성택(사진 위), 삐딱한 자세로 앉아있는 장성택(아래). /조선중앙TV ⓒ조선일보 전재

    자기의 능력과 경험, 인맥과 리더십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달은 김정에게는, 장성택이 권력이양 기간 잠간 기대섰던 고모부가 아니라 북한의 모든 권력을 한손에 틀어쥔 무소불능의 권력자이며 북한사회의 막후조종자로 불쑥 다가섰다.

    이러한 장성택을 방치할 경우, 기존 북한의 독재체제에서 용납되지 않던 2인자의 행보가 가능하게 되며 나아가 자신의 존재여부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을 어린 김정은도 모르지는 않을 터.
    결과적으로 2013년은 김정은과 장성택의 파워게임으로 북한사회 전반이 요동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의 권력구조는 역삼각형 형태를 지켜왔다.

    김일성-김정일의 권력승계를 통한 학습효과 때문에 어린 왕자를 둘러싼 권력자들에 의해 저들만의 정권승계가 이루어졌음을 우리는 알고 있으며, 생활고에 시달린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당국자들이 강조하는 새로운 시대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음을 목도해 왔다.
    그렇게 한편으로는 권력다툼에 의한 체제붕괴가 예고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북전단과 방송 등 각종 매체들을 통해 각성한 주민들의 민주화운동조차 예고되는 2013년이 다가온다.

    오로지 김정일의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로 북한 최고 권력의 자리에 오른 김정은은 역시 어리고 전망이 불투명 하다.

    이러한 때 북한문제해결의 당사자인 대한민국이 독재자의 후계자임을 자처한 김정은과 권리가 없는 북한주민들을 갈라보는, 원칙적이고 실용적인 대북정책을 구도하기 바라며, 국제사회와의 공조 속에 북한인민들을 해방하고 북한의 독재체제가 붕괴되는 역사의 중심에 서길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