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님'에 점찍은 북한 주민들

    신준식 기자 /뉴포커스 


    북한에서 '님'자를 붙일 수 있는 것은 김씨일가 뿐이다.
    심지어 '어머니'란 단어에도 함부로 '님'자를 붙일 수 없다.
    만약 북한소설에서 '어머니'를 '어머님'으로 표기할 경우 이름 석자가 없어도 그것은 당연히 김정일, 김정은 생모를 뜻하게 된다. 이렇듯 북한에서 '님'자는 오직 김씨일가에게만 해당된 존칭어이다. 

     하지만 배급제가 붕괴되고,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님'에 대한 주민들의 환상은 희미해졌다.
    2009년 화폐개혁 이후에는 그마저도 깨져버렸다. 북한 정권은 계속해서 '장군님'을 강조하면서 '님' 덕분에 강성대국의 길에 들어설 수 있을거라고 선전하지만, 실제 북한 주민의 생각은 다르다.

    요즘 북한 주민들은 '님' 때문이 아니라 '남'때문에 살아간다고 다들 말한다.
    배급제가 끊기기 전만 해도  "수령님께서 어떻게든 이밥에 고깃국을 주실 것"이라는 확고한 신뢰가 있었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믿음이 '대량아사'로 반전되면서,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북한 주민들의 발걸음은 장마당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팔아야만 했던 북한 주민은 '님'이 아닌 '남'이 얼마나 자신의 물품을 구매해주는가에 따라 생존이 가능해졌고, 또 그것을 실제 경험으로 확신하게 됐다.
    이런 의식변화는 당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개인과의 유대를 더 중시하는 새로운 풍조를 만들게 했다.

     하여 직장을 이탈하여 시장으로 출근하고, 감시나 신고 대신 서로가 감싸주는 대가로 돈을 버는 현상들이 비일비재하게 됐다. 신적 존재로 군림해왔던 김씨일가의 '님'자에 북한 주민들은 슬그머니 점을 찍어버린 것이다. 아니 오늘의 북한 주민들에겐 "수령님"과 "장군님"은 차라리 '남'보다도 못한 '놈'이 돼 가고 있는 중이다.
    신준식 기자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