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지금의 대선판도는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출마설만 돌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총재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15.8%가 나왔다. 문화일보가 창간 16 주년을 맞아 3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전국 10세 이상 남여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다.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정동영 후보(17.5%)와의 격차는 1.7%P 밖에 되지 않고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4.9%) 보다는 10.9%P 이상 높은 수치다. 정가의 분석처럼 이 전 총재가 실제 출마를 한다면 현 대선정국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총재의 출마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후보는 이 후보다. 이 전 총재가 빠진 조사에서 51.8%의 지지율을 얻은 이 후보는 이 전 총재를 조사대상에 포함시키자 지지율이 6.5%P 빠졌다. 반면 범여권 주자들의 지지율 하락폭은 작았다. 정 후보의 지지율은 0.6%P 하락했고, 문 후보(1.0%P), 이인제 민주당 후보(0.6%P),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0.4%P) 등도 소폭 하락에 그쳤다. 특히 이 전 총재와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층이 겹치고 있어 최근 이 후보 측과 박 전 대표 진영 간 갈등 재점화 역시 대선정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총재는 대전·충청(30.4%)과 대구·경북(24.9%), 중졸 이하(21.3%), 블루칼라(20.7%)에서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 후보의 상대적 취약층인 동시에 박 전 대표 지지층이다.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출마가 바람직하지 않고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53.1%로 과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출마시 이 전 총재의 경쟁력은 무시할 수 없다.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대해 '바람직하며 적극 지지하겠다'는 적극 지지층이 16.3%에 달했고 '출마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지지하겠다'는 소극적 지지자들도 7.6%에 달했다. 이 같은 잠재 지지층 까지 합치면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은 23.9%까지 상승해 2위인 정 후보를 앞설 수도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 전 총재 지지층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전·충청(28.5%)과 대구·경북지역(23.3%)에서 높았고 연령별로는 60대 이상(20.8%)에서 지지가 컸다. 특히 '출마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지지하겠다'는 소극적 지지층은 한나라당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대구·경북지역(10.9%)에서 가장 높아 이 전 총재의 출마가 출마한다면 대표적인 보수층인 영남의 분열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이며 이 전 총재는 충청과 영남지역을 아우르는 '보수 후보'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충청지역에서는 이인제 후보와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충청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들의 지지층마저도 이 전 총재가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돼 15.8%란 지금의 이 전 총재 지지율은 실제 출마할 경우 상승할 여지가 더 크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총재의 출마와 무관하게 이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조사 때 보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4.4%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전체 응답자 중 60%대 가까운 58.5%가 '도덕성 문제시 지지후보 교체의향이 있다'고 답해 이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번 대선은 안개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의 자체 조사에서도 이 전 총재 지지율은 2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여의도연구소가 이 전 총재를 조사대상에 포함시켜 조사를 한 결과 정동영 후보와 함께 20% 가까운 지지율을 얻었고, 반면 이 후보의 지지율은 44%까지 빠졌다"고 말해 당 내부에서도 이 전 총재의 경쟁력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총재를 제외한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51.8%로 독주를 이어갔고 정 후보가 18.1%, 문 후보(5.9%), 이인제 후보(4.1%), 권 후보(2.7%), 심 후보(1.0%)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30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통해 실시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