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에게 ‘5년 후’란 존재하지 않는 미래

    -캘리포니아 앞 바다에 떠내려간 ‘철수생각’-

    오 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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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대통령선거 개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미국으로 날아가지 않고 한국에 남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대선 후 잇달아 목숨을 끊은 근로자 빈소를 찾아 공손히 무릎을 꿇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면. 그리고 유족들과 살아남은 근로자들에게 “힘들더라도 일어서십시오. 제가 힘껏 돕겠습니다”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날았다.
    그것도 부인, 딸과 함께.
    사시사철 얼음이 얼지 않는 따뜻한 곳으로.

    샌프란시스코 부근 스탠퍼드에서 태평양을 바라보며 머리를 식히고 있을 안철수를 향한 민주당의 ‘추파’가 한결 애절하다.
    사방을 둘러봐도 ‘안철수’ 외에는 내세울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 패배로 ‘친노’는 또 다시 ‘폐족’으로 내몰렸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노’ 신계륜 의원이 거의 무명인 박기춘 의원에게 패하고 말았다.
    이해찬과 함께 문재인을 만든 박지원 전 원내대표까지 "친노들이 패배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자숙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신발짝까지 “휙” 던졌다.
    명계남, 문성근 등은 도대체 얼굴도 볼 수가 없다.

    백낙청, 함세웅 등 ‘원로회의‘에도 기댈 수 없게 됐다.
    ’2013 체제‘ 운운하던 원로회의 코가 석자나 빠졌기 때문이다.

    한 때의 ’원군‘이던 통진당 이정희는 성호 스님에 의해 “도둑X"으로 찍혔다.
    ’27억원 먹튀‘에 비해 너무 과한 욕인가?
    아니면 그 것으로는 부족한가?

    조국 서울대 교수도 ”묵언안거“라며 손가락질을 멈췄다.
    소설가 공지영도 ”나치 치하의...“ 어쩌구 하다 밥그릇에 코를 빠뜨렸는지 그 후론 트윗을 멈췄다.
    이외수, 진중권도 비슷한 처지다.

    믿느니 ’대선 개표도 보지 않고 미국으로 날아가 캘리포니아의 따뜻한 태양을 즐기는' 안철수다. 

  • 민주당에서는 안철수를 어떻게 “모실까”를 놓고 백가쟁명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주류는 당을 중심으로 외연을 확대해 안 전 후보를 끌어안는 방향이다.
    반면, ‘비노’ 측은 ‘친노’ 2선 후퇴와 동시에 안철수 중심의 ‘새판짜기’를 추구하는 듯하다.
    리모델링으로는 어림도 없고, 필요하면 ‘민주당’이라는 ‘폐가’를 허물고 ‘안철수’ 우산속으로 헤쳐모여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이 안철수를 가마에 태워 모셔가든, 아니면 안철수와 당 밖에 새살림을 차리든 그들 자유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안철수가 민주당에 ‘보약’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다.
    '대선 개표도 보지 않고 미국으로 날아간 안철수가 민주당의 ‘앤젤’이 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국민들이 부인, 딸을 대동하고 미국으로 떠난 행동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를 먼저 살피라는 말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당선돼도, 문재인 후보가 당선돼도 그 뒷감당이 두려웠을까?

    만약 박 후보가 낙선했다면, 보수진영의 공격은 안 전 후보에 집중됐을 것이다.
    문 후보가 당선인으로 북한의 스물여덜살짜리 김정은에게 “지도자 동지” 운운하며 친서를 보내고 대통령 취임식 초청장을 보내고,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남북정상회담을 밀어 붙이고, 천안함 폭침을 “침몰”이라고 주장하고, 제주해군기지를 폐지하고, 한미 FTA를 뒤흔들기 시작하면, 그 책임의 절반을 고스란히 져야하는 부담이 무서웠을까?


  • 안철수 그는 지금 캘리포니아에서 "박근혜 당선"에 안도하고 있을지 모른다.

    반대로 문 후보가 낙선하는 경우, 차라리 ‘현장부재’가 낫겟다고 판단했을까?
    선거전략이라고는 오로지 ‘안철수 매달리기‘ 뿐이었으니, 문 후보 낙선 그 후폭풍을 그가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을 것이다.
    그의 얼렁뚱땅 지원유세가 도마위에 오를 것을 염려했을까?

    아무튼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안철수다.
    개표도 보지 않고 꼭  밖으로 나가야겠으면 미국 아닌 아프리카로 떠나 눈 감고 귀 막고 봉사활동이라도 했다면 또 모른다.
    왜 하필 캘리포니아인가?

    대선판을 있는 대로 휘젖고  그 결과도 보지 않고 “휙” 미국으로, 부인과 딸을 대동하고 날아간 안 전 후보가 민주당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조용경 전 안철수 후보 국민소통자문단장이 “장·차관 하신 분들, 대학교수들 다 모아 캠프까지 꾸려놓고 ‘난 빚이 없다’며 후보직 버리고 무원칙하게 다른 후보를 돕겠다는 건 대단히 무책임한 행위입니다”라고 안 전 후보에게 보낸 쓴소리처럼, 안 전 후보의 미국행은 참으로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두고 두고 그의 미국행은 시빗거리가 될 것이다.
    툭 하면 “국민”을 찾았던 그가 왜 미국행은 국민에게 물어보지 않았을까?

    안 전 후보 미국행 이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소식을 들은바 없다.
    아마도 여론조사를 하면  그의 인기가 폭락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후보가 낙선에도 불구하고 자살한 근로자 빈소를 찾고, 박근혜 당선인에게 “근로자 문제 해결에 노력해달라“고 문자를 보내는 애프터서비스와 비교하면, 그의 캘리포니아 휴식은 너무나 어처구니 없다.

    민주당으로서는 대선 패배 공황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캄플 주사’라도 맞아야 할 처지다.
    뿐만  아니라 당장 당 전면에 내 세울 ‘간판’도 마땅치 않다.
    정세균, 원혜영  의원을 생각해보지만, 제1야당 당수감으로는 마뜩치 않은 눈치다.
    오죽하면 평생 집 권세력 주변을 떠돌던 윤여준씨를 대안의 하나로 떠올렸을까.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5년 후’가 아니다.
    당장 대선에 승리한 집권당 새누리당 기세를 누그러뜨릴 인물이 필요한 것이다.
    박근혜-안철수 대립각을 세워 존재감 을 찾자는 것이다.
    가깝게는 내년 4월 각종 재보선에서부터 재기를 꾀하는 데 안철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5년 후는 차치하고 안철수를 ‘원 포인트 릴리프’로 써먹으려는 의도다.
    머리 좋은 안철수가 그걸 모를리 없다.
    아마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휴삭을 취하는 사이 누군가 민주당을 깨고, ‘안철수신당’을 창당하면 그 때 여의도에  나타날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 민주당으로서는 이왕 왕창 깨진 마당에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그게 그거다.
    안 전 후보가 내년 4월 국회의원 보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니, 그 결과를 지켜봐도  늦지 않다.
    ‘대선 개표도 보지 않고 부인, 딸을 데리고 미국으로 날아간’ 안 전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를 지켜 본 뒤 그와 신당을 할지 말지를 결정해도 된다는 말이다.

    ‘깡통“인지 아닌지 두드려 보고 배에  태우든지, 아니면 그 배에 뛰어 오르든지  하라는 얘기다.

    단언컨대 안 전후보는 내년 4월 국회의원 보선에 임박해서도 캘리포니아에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의 평소 우물쭈물로 볼  때.

    만약 안철수가 미국으로 떠나지 않고 승자 박근혜 당선인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패자 문재인 후보를 위로한 뒤, 잇달아 목숨을 끊은 근로자 빈소를 찾아 공손히 무릎을 꿇고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과 살아남은 근로자들에게 “힘들더라도 일어서십시오. 제가 힘껏 돕겠습니다”라고 했다면?
    안철수는 ‘5년 후’를 기대해도 좋았다.

    그러나 12월 19일 낮 투표를 마치자 마자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순간 안철수의 꿈도 캘리포니아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