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 속 표결집 가속화, 호남 민주당 득표율 95% 재연이 관건이희호 광주行..과연 문재인은 호남 홀대 악몽 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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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람들이 저 좋아서 찍었습니까.
    이회창 미워서 찍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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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당시 대통령 당선자(2002년 대선 직후)


    2002년 대선에서 자신에게 90%를 훌쩍 넘는 비상식적인 지지를 보인 호남 사람들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뱉었다는 발언.

    노 전 대통령의 부하이자 친구였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이 발언을 어떻게 생각할까?

    김경재 박근혜 후보 기획정책 특보가 14일 KBS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호남사람들의 정서를 다음과 같이 대변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인 2002년에 90% 이상 표를 찍어준 (전라도) 사람에게 ‘그 사람들이 저 좋아서 찍었습니까. 이회창 미워서 찍었지’라고 말했다.

    노무현 당선자의 그런 발언을 갖고 흥분하지 않은 전라도 사람이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16대 대선에서 호남의 압도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대통령이 됐지만, 호남 사람들에게 별다른 ‘고마움’을 느끼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은 이번에도 노 전 대통령의 후예인 문 후보와 민주당에게 몰표를 던질까?

    호남의 민심은 아직 미지수지만, 적어도 민주당이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박빙이 연출되는 14일, 민주당의 책사 박지원 원내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광주방문까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 표결집을 최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특보는 이에 대해  ‘도리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전(前)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광주광역시를 방문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이희호 여사의 광주 방문을 만류했을 것이다.
    지금 광주에서 거의 7대 1로 문재인 후보가 앞서고 있는데 거기 가서 얼마나 더 표를 짜내려고 하는 것이냐.”




  • √ 18대 대선, 진짜 승부처는 호남?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호남에서 얻을 득표율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같은 부산 출신이자 정치적 스승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를 그대로 잇는 문재인 후보에게도 호남이 2002년 몰표를 줬던 90%이상의 득표율이 재현될 것이냐는 것이다.

    선거가 임박했지만 여전히 박빙이 연출되는 상황에서 이제 승부처는 표결집에 달려 있다..

    각 캠프는 수도권은 엎치락뒤치락, 충청과 강원은 어느 정도 여론이 정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 경남 지역도 안철수 변수와 투표율이 관건이지만, 그동안의 여론조사에서 큰 폭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는 것이 중론이다.

    남은 것은 호남에서의 득표율.

    사실 박근혜 후보가 얼마나 얻느냐 보다는 문재인 후보가 얼마나 압도적으로 얻느냐가 더 관심사다.

    박 후보의 경우 호남 두 자리 득표율이라는 명분이 급하지만, 문 후보의 경우 실질적인 득점이 필요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전략가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희호 여사에게 광주 방문을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대선이 임박하면서 호남 지지율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새누리당도 과거 야당의 호남 95% 득표 악몽을 떠올리며, 이번 선거에서 나타날 호남의 민주당 충성도 결집 여부에 긴장된 모습이다.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5일 전남 여수시 서시장과 순천시 웃시장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5일 전남 여수시 서시장과 순천시 웃시장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 호남, 닥치고 민주당..어느 정도?


    “박근혜 후보, 호남 두 자리 지지 소원한다.”

    앞서 지난 10일 박 후보 측 이정현 공보단장은 이 같은 말로 절박함을 강조했다.

    한광옥-김경재-한화갑 등 DJ계열의 핵심 인물들이 새누리당으로 건너오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8.9% 호남 지지율을 가뿐히 넘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쉽지 않다는 부정적 분석이 더 많다.

    여론조사 공표 가능한 마지막 날 <조선일보>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호남 지역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은 6.8%.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지만, ‘그래도 새누리는 못 찍겠다’는 민심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처참하다’는 표현이 터져 나왔다.


  • 새누리당의 이 같은 공포감은 앞서의 선거에서 생긴 트라우마 때문이다.

    15대, 16대 대선을 연달아 민주당에 내주면서 받았던 호남 성적표야말로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15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는 3.3%라는 말을 잇지 못할 득표로 94.4%를 얻은 김대중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회창 후보는 16대에서는 호남 공략에 사활을 걸었지만, 결과는 4.9%. 93.2%를 얻은 노무현 후보에게 또다시 압도적으로 밀렸다.

    당시 민주당에서도 노 후보가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받은 득표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는 점에 놀랄 정도로 호남의 민주당 충성도는 높았다.


     

    √ PK에서 문재인 40% 노린다는데…

     

    새누리당의 분위기는 심각하다.

    14대 대선에 당시 민자당 김영삼 후보는 광주와 전남에서 각각 2.13%와 4.20%를 얻는데 그쳤지만, 70%를 넘나드는 영남에서의 압도적인 지지로 승리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 측은 텃밭인 대구.경북에서조차 70% 득표를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다.

    문 후보의 고향인 부산·경남에서는 60% 수성만 조심스럽게 꺼내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문재인 후보가 40%를 노리며 기세를 올린다.

    영남 지지율이 떨어진 만큼 호남 지지율의 상승이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3일 저녁 광주 금남로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3일 저녁 광주 금남로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호남, 이번에도 90% 지지율 보여주나?

     

    사실 호남의 민주당 충성도는 17대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80%를 득표하면서 주저앉는 듯 했다.

    예상 외로 낮은 수치였다.
    전북 출신인 정동영 후보는 광주와 전남에서는 79.75%와 78.65%로 떨어져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초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정동영 후보의 득표율은 노무현 후보에 비해 13.2%p나 떨어졌지만, 그에 반해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겨우 4%p 올랐다.

    앞서 분석한 대로 ‘그래도 새누리당은 안돼’라는 민심도 있었거니와 당시 정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너무 커 당선 가능성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상당수 호남 민주당 지지자들이 투표 자체를 기권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빙을 벌이는 문재인 후보는 얘기가 다르다.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역색을 드러내는 것 같아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못하지만 90%대 득표율이 복구될 것.”
       - 민주당 고위 당직자

     

     

    √ 호남은 이래도 ‘민주당만’ 바라보나?

     

    노무현 대통령의 호남 비하 발언처럼 문재인 후보 역시 호남과의 친숙함은 찾기 어렵다.

    오히려 참여정부 당시 갖가지 호남 홀대의 주역으로 꼽히기도 한다.


    다음은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이 제시한 문 후보의 호남 칠(7)거지악이다.

    1. DJ민주당 분당해 노무현 열린당 창당

    2. DJ특검과 DJ도청 수사

    3. 부산정권 선언

    4. 호남 출신 중간 공직자 홀대

    5. 호남 고속철 유예 추진

    6. 호남 현안 사업 외면(고속철, 새만금, 문화수도, 혁신도시, 남해안 관광 개발, 일자리 만들기 등)
     
    7. 경선, 대선 호남 지지 의미 왜곡이다. (노무현 위해서 찍었나 이회창 보기 싫어서 찍었지 요지 발언)

     

     

  • 김대중 대통령 재임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 뉴데일리
    ▲ 김대중 대통령 재임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 뉴데일리


    √ 문재인은 본래 민주당의 ‘적’이었다

     

    “세끼밥과 세참은 호남에서 먹고 모내기와 추수는 부산-경남가서 하는 격.”


    이는 당시 열린우리당에게 일격을 당한 뒤 분당한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의 논평이다.

    문 후보가 일으킨 '참여정부=부산정권' 발언 논란에 대한 것었다.

    “대통령도 부산출신인데 부산시민들이 왜 부산정권으로 안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된다.”


    민주당은 문 후보의 이 발언을 꼬집으며 문재인 후보와 열린우리당은 당시 전국 정당을 한다면서 부산에서는 부산 정권, 광주에서는 호남 정권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분노했었다.

     


  • 진주-전주 LH 말바꾸기 사건

     

    문 후보의 대표적인 양다리 걸치기 사례가 LH 지방 이전을 두고 벌인 논란에서 벌어졌었다.

    LH 이전 후보지였던 경남 진주와 전북 전주에서 호남용-경남용 상반된 발언을 해 논란을 자초한 것.

    지난 10월 문 후보는 경남에서는 열린 대선 선대위 출범식에서 “LH공사 이전이 포함된 진주 혁신도시 사업도 당초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하고 더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불과 보름 전에는 LH공사 유치를 놓고 진주와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전주를 방문해서는 “질질 끌어온 새만금사업, 빼앗긴 토지주택공사와 지지부진한 혁신도시문제를 저의 일처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었다.

    전주에서는 LH 문제를 자신의 일처럼 해결하겠다고 하고, 진주에 가서는 LH 진주 이전을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조삼모사라는 고사성어에 딱 들어맞는 말을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