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한 방송매체에서 안철수·문재인 대선 후보들 중 누가 단일화 후보로 더 적당한가라는 질문을 호남에 위치한 한 시장에서 몇몇 상인에게 던졌더니 상인 왈 ‘단일화만 되면 나는 무조건 찍어. 호남은 뼈 속까지 민주당이야’라는 대답을 하였다. 참으로 전율스러운 대답이 아닐 수 없었다. 예전에 북한이 북한 관영통신 방송을 통해 선거 때마다 100%투표에 100% 찬성이 나온다고 자랑하던 모습이 오버랩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호남의 망국적 지역주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망한지 3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그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그들에게 개혁과 변화를 부르짖었던 안철수는 바보일 수밖에 없다. 진정 무엇 때문에 호남인들의 지역주의가 이토록 골수까지 꽉 차 변화지 않는 것인지 호남인들에게 묻고 싶다.

    통상 민주통합당에 당원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호남사람은 당연히 민주통합당 사람이라는 사실은 타 지역 사람들에게 거의 관례처럼 인식 돼 왔다. 이런 현상은 방송 매체와 지면 매체에도 적용 돼 왔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민주당 텃밭 호남’ 이라는 말은 이제 귀에 못이 박힐 정도다. 그렇다고 호남사람들이 역으로 새누리당을 경상도 당이라고 간혹 비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x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것도 같은 발언이다. 그리고 이런 말에 동조할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호남 사람들은 스스로 경상도당과 호남당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놓은 후 그 틀에 스스로를 가둬버려 이런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으로 사료된다. 새누리당이 경상도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데라곤 기껏해야 경북 일원과 대구 외에는 그다지 많지 않을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이와는 반대로 경남, 부산 지역 같은 경우는 오히려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로 입후보해 떨어지기 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 좋은 예가 손수조 대 문재인 대선 후보의 국회의원 입후보대결이었다.

    그리고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관찰해 보면 호남사람들은 방송매체의 인터뷰에서 자랑스럽게 골수 민주당이라고 떳떳하게 밝힐 수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이며, 경남·부산 시민들은 대놓고 새누리당 당원이나 지지자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한 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새누리당 자체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새누리당의 일반 당원이나 지지자들의 말에 좀처럼 관심 있게 귀 기울이는 것을 거의 본적이 없다.

    이러한 행동은 예전의 한나라당이나 현재의 새누리당의 국회의원이나 당직자들 모두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으로 바쁜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루에 30분 짬 낼 시간도 없다고 한다면 얼마나 많은 정책을 만들 길래 잠시 잠깐 대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는 말을 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현재 새누리당 캠프 사정도 별다르지 않다고 주변에서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민원인이 민원을 읍소하려 새누리당을 방문하면 대부분 당직자는 자신의 담당 업무가 아니니 모르겠다는 얘기로 문전박대하기가 일수란다. 민원인이 새누리당을 찾아가 꼭 문제의 실마리나 해결책을 찾겠다고 방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의 처지나 어려운 환경에 대해 누군가는 알아주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찾아 가는 것이다. 이와는 다르게 민주통합당은 민원을 해결하진 못하지만 민원인의 말에 정성스럽게 경청하고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라는 옛 속담이 있듯이 현재 대선을 목전에 두고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 관계자들의 이런 진부한 행동들은 결코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새누리당 관계자와 국회의원들은 스스로를 낮추고 겸손한 자세로 한 명의 민원인이나 지지자라도 따듯한 대화로써 맞이하길 바란다. 물론 이러한 마음가짐과 자세는 선거가 끝난 차후에도 계속 유지해야 할 것이다.

    여·야의 민원인이나 지지자에 대한 당 관계자의 대응방식이 서로 극명하게 달라 바닥에 깔린 정서 또한 당연히 민주통합당을 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개중에 아니라고 부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마 이런 사람 대부분 새누리당 관계자나 국회의원에게 조금이나마 혜택을 본 사람이라면 거의 틀리지 않을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뼈 속까지 오골계의 정신으로 서로가 서로를 감싸 앉고 가고 있는데 새누리당은 찾아오는 손님을 배척한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가끔 경남이 고향인 지인에게 당신은 어느 당을 지지하냐고 물어보면 그의 대답은 ‘글쎄요, 전부 똑같은데 누굴 지지하고 말고가 어디 있어요’ 라고 한다. 그의 부연 설명에 따르면 그의 고향 사람들도 자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경상도 당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남 사람들은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고 중도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경남 출신 대선 후보들이 타 지역보다 많이 배출 되는 것도 사실이다. 세상이 변하면 사람도 변해야 하고 정치인도 변해야 한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지역주의의 프레임에 갇힌 호남 사람들은 언제까지 스스로를 지역주의라는 그늘에 가둬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 것인지 답답한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