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연기 끝에 취소...안철수에 협박성 발언까지 나왔다는 얘기도
  • "안철수의 생각"이 오리무중이다.

    캠프가 해단식을 가진 이후, 이젠 그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일관된 통로가 없어진 듯하다.

    안 전 후보 참모들 간 '노선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짐으로써, 안 전 후보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일관된 창구가 불분명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안 전 후보 핵심 측근들은, ‘안철수를 보쌈을 해서라도 문재인에게 데려가야 한다’는 강경 [보쌈파](前 후보단일화파=친文파) ‘이제 독자적인 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온건 [독자파](前 대선완주파=반文파)로 갈라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독자노선파는 안철수가 이번 대선에서 빠지고 추후 신당창당 등 독자적인 노선을 생각하는 ‘느긋한’ 마음이지만, 보쌈파는 절박하다. 보쌈파는 대부분 문 후보가 패배할 경우 소위 돌아갈 곳이 없는 인사들이기 때문.

    안 전 후보에 대한 언론보도가 '보쌈파'의 목소리를 더 많이 조명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독자파'는 이들이 급한 마음에 언론 플레이를 조장하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안철수 전 후보가 강경 '보쌈파'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도 흘러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5일 오전 안 전후보는 문 후보를 어떻게 지원하는 문제를 놓고 핵심 참모들과 논의했다.
    강경 '보쌈파'의 핵심인 박선숙 전 본부장, 유민영 전 대변인, 조광희 전 비서실장 등이었다.
    이들은 그간 안 전 후보의 최측근으로서 활동했었다.

    이들은 문 후보에 대한 전폭 지원을 안 전 후보에 요구했지만, 안 전 후보가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후보가 핵심 참모들과 논의하고 있을 때쯤. 국회에 있던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안 전 후보의 자택을 찾았다. 안 전 후보가 집에 없다는 것을 확인한 문 후보는 다시 국회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문 후보 측은 이날 오전 안 전 후보를 집으로 찾아가겠다는 의사를 전날 이미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도 한 '보쌈파' 인사가 직접 안 전 후보의 자택을 찾아가서다.
    또 문 후보 측은 안 전 후보 자택을 찾아가기 바로 직전까지도 이 인사와 연락을 주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안 전 후보가 집을 나와 만난 '보쌈파' 인사들도 문 후보의 방문 소식을 알고 있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문 후보는 보쌈파를 통해 안 전 후보와의 만남에 대한 확인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찾아갔지만, 안 전 후보가 갑자기 '보쌈파'에 대한 불만이 생겨 회동을 거부, 자리를 피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그 와중에 일부 언론에서 이날 오전부터 안 전후보가 문 후보에 대한 적극 지원 의사를 곧 밝힌다는 식의 보도가 속보로 나왔다. 급기야 이날 오후 안 전 후보가 문 후보 유세 현장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 #. 이날 오후 1시20분쯤 유민영 전 대변인이 이날 오후 2시에 기자회견이 있을 것이라는 예고가 있었다.
    이에 일부 언론들은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에 대한 지원 방식을 밝히게 될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를 속보로 날렸다.

    그러나 결국 이날 브리핑은 '시간 미정'으로 연기를 거듭하다 아예 취소되어 버렸다.

    취소가 발표되고 난 뒤 결국 유 전대변인은 "결정된 사안이 없다. 드릴 말씀이 없다. (앞서) 보도된 내용들은 저희가 최종 확인한 것이 아니다"라고 짧게 브리핑했다.
    그는 "애초 예고한 브리핑도 문 후보의 지원방안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보도에 대한 해명을 위한 것이었다"고 궁색하게 해명했다.

    '보쌈파' 인사들은 "잘못된 보도들로 인해 안 전 후보가 지지 결정을 보류하게 됐다"고 상황을 언론탓으로 돌렸고, 문 후보측의 언론 플레이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된 관계자들은 모두 강경 '보쌈파' 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안 전 후보와 강경 '보쌈파' 사이의 충돌이 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안 전 후보는 자신의 의사와 다른 내용들이 보도된 대해 굉장히 불쾌하게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박선숙 전 본부장과 안 전 후보와의 불화설도 제기되고 있다.
    문 후보측 관계자는 "박 전 본부장이 전화를 걸어와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물었고, '(문 후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견을 개진해달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특히 <뉴시스>는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 "민주통합당 출신 인사가 '(문 후보를) 지원하지 않으면 실무진을 데리고 떠나겠다'는 뜻을 안 전 후보에게 전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최측근이었던 인사가 안 전 후보에게 협박 발언까지 했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이는 안 전 후보와 최측근 인사들 간 감정의 골이 그만큼 깊어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보쌈파'의 말은 이제 더 이상 안 전 후보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박 전 본부장과 유 전 대변인의 말도 안 전 후보의 생각과는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 #. 문 후보측 핵심 관계자는 "지원 방식을 놓고 안 전 후보가 고심하고 있어 발표가 늦춰진다는 식으로 안 전 후보측에서 말하고 있는데 이는 내부 사정을 숨기기 위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돕기로 했으니까 돕겠다는 좀 더 정확한 메시지만 주면 된다.
    요새 젊은 사람들은 현장에 오지도 않는다.
    안 전 후보가 현장을 오든, 인터넷이나 SNS로 지지의사를 표현하든, 지원 방식은 중요하지 않다."

    문 후보측은 특히 '온건파'에 속하는 김성식 전 본부장과 이태규 전 미래기획실장이 안 전 후보의 결정을 늦추는데 한 몫하고 있다고 보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안 전 후보가 대선에서 단일화를 할 것처럼 하다가도 다시 완주할 것처럼 말하기도 한 것은 이 둘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두 사람을 잘 안다.
    고집이 보통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문 후보측의 견해와는 달리 안 캠프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김성식-이태규 두 사람은 단일화를 주장하는 등 노선이 왔다갔다한 측면이 있다"고 전하며 "독자파의 사실상 리더는 조용경 포스코엔지니어링 상임고문(고 박태준 전총리의 핵심 정치측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씨는 고 박태준의 최측근 포스코맨으로 고 박태준의 정치활동시 핵심참모로 일한 경력이 있어 정치공학에 매우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 안 전 후보가 포스크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그와 깊은 인간적 관계를 맺어 조 씨의 입김이 안 전 후보에게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씨는 애초부터 단일화 협상에 발 담그는 것에 부정적이었으며 대선완주를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사람의 '완주파' 핵심으로 지목되는 인사는  김윤 전 민주통합당 서초당협위원장. 그 역시 단일화를 반대하며 대선완주를 강하게 외쳤다는 것이다.

    이런 복잡한 내부 사정에도 불구, 안 전 후보는 캠프 출신 인사들을 모두 하나로 끌고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강경-온건파간의 의견 조정에 있어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 관계자의 말이다.

    "안 전 후보의 생각이나 의지의 문제라기 보다는, 캠프 출신 인사들 사이의 문제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게 예상했다.
    앞으로도 안 전 후보의 선택이 굉장히 제약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