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이 3일 평양에서 관람할 북한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과 관련한 논란이 뜨겁다. 한국 대통령이 김일성 체제를 선전하고 북한 아이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공연을 보고 박수칠 수 있느냐는 이유에서다.  

    탈북자 "아이들의 아픔을 어떤 사람들이 보게 될지 궁금하다"

    북한의 집단체조 공연을 겪었던 탈북자들은 10만여명이 동원되는 아리랑은 어린이들이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화장실 갈 틈도 없이 혹사당하는 '비인간적' 공연이라고 입을 모은다.

    1만 탈북자의 대표기구인 '북한민주화위원회(위원장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홈페이지에는 '아리랑' 공연을 비난하는 글들이 게재되고 있다. 한 탈북자는 1일 '슬픈 집단체조의 추억'이라는 글을 통해 아리랑 공연의 비인간적인 훈련 방법을 설명하며 "아이들의 아픔과 기계화된 모습, 맹목적인 충성 경쟁을 어떤 사람들이 보게될지가 궁금하다"며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는 노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민이'라고 밝힌 이 탈북자는 "수만 명이 동원돼 6개월 내지 10개월을 하는 훈련 및 공연이니 무슨 일인들 일어나지 않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무더운 날씨에 하루에도 수십 명씩 더위을 먹은 아이들이 쓰러져 나갔다"며 "훈련 도중 맹장이 터져서 병원으로 실려 가는 아이, 공중 날기를 하다가 그대로 곤두박질쳐 목뼈가 부러지는 아이, 수천 명이 동시에 빠져 나가야 하는 제한된 출구에서 넘어지고 밟혀서 터지고 부서지는 아이, 상하고 다친 그 많은 아이들 가운데 운 좋은 애 한둘은 김일성 청년영예상을 수여 받음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맹목적인 충성심의 경쟁을 선언했다"고 비인간적인 훈련과정을 비난했다. 

    "장군님 받드는 삶의 첫걸음이라는데 누가 이의 제기하겠나"

    그는 11살때 집단체조에 동원돼 물구나무서기를 6개월 동안이나 연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공연 날짜가 몇 일 안 남았는데 안타깝게도 물구나무서기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어떻게든 거꾸로 서서 버둥거리면 되는 것이 아니라 1200명이 동시에 거꾸로 서서 5초를 버텨내야 했다. 연습이 진행되는 다섯 달 동안 내내 고통스러웠다. 여섯 달째에 접어들어서야 물구나무를 섰고 기계처럼 움직이는 집단체조의 거대한 틈바구니에서 나도 이제 기계가 됐음을 자랑스러워 했다"고 착잡하게 말했다.

    이어 15살때인 1978년 집단체조 '조선의 노래'에 동원된 경험을 이야기하며 계속해서 고달팠던 추억을 회상했다. "더욱 규모가 커진 집단체조에는 5만 여명의 평양시 청소년들이 동원됐고 공연 두 시간을 위한 6개월의 훈련이 또다시 이어졌다. 조국통일의 염원을 상징한다면서 어깨와 어깨를 쌓아 4층탑을 만드는 훈련을 하는데 재수 없게도 나는 4층탑의 제일 밑에 어깨를 들이밀어야 했다. 들판의 개구리처럼 사지를 꺾은 열 명의 학생이 엎드리고 그 우에 또 다른 학생들이 덧쌓는 판이다. 어깻죽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훈련이다. 고되고 힘겨운 훈련이 아닐 수 없다"며 "그것이 장군님을 받드는 삶의 첫 걸음 이라는 데야 그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느냐"고 혀를 찼다.

    이재정 "아리랑은 서정적이고 장엄"

    한편, 통일부는 지난 4월 북한 동향 보고서에서 아리랑 공연에 대해 “김일성의 혁명 생애, 선군정치 정당성 등 체제 선전과 내부 결속을 위한 소재로 구성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기로 결정하자 완전히 다른 입장을 내비쳤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2차 선발대가 아리랑 공연을 관람한 사실을 공개하며 “미사일 발사나 핵 실험 같은 민감한 내용은 없었고, 서정적이고 장엄한 내용이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두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