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실천연대)는 요즘 자기네 인터넷 사이트에 ‘김정일 위원장 바로 알기’라는 특별연재를 시작했다. 첫 회는 김 위원장의 출생지가 소련 하바롭스크 근방이 아니라 백두산 밀영이라는 글이고, 두 번째 글은 권력세습을 ‘원로들이 추대한 것’이라며 정당화한 내용이다. 대부분의 게시물이 김정일 신격화를 위해 북한이 날조한 허구를 그대로 옮긴 것들이다. 이른바 진보적 연구자들조차 거짓임을 인정한 내용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런 유형의 맹목적 친북 숭김(崇金) 게시물이 크게 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법’에 따라 지난달 28일까지 실천연대,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등 13개 단체에 1660건의 친북 게시물을 삭제하라고 명령했지만 10개 단체가 거부하고 있다. 친북단체들은 실정법을 무시하는 초법(超法)기구처럼 돼 버렸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을 반대하는 폭력적 불법 시위를 밥 먹듯이 하고, 김정일 미화에 앞장서는데도 정부가 해마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지원금을 주고 있으니 거리낄 것이 없을 만도 하다.

    정통부는 최종 시한까지 친북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은 단체들을 형사고발할 방침이라고 한다.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은 정통부의 형사고발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추진한 이 정권의 눈치를 보기 때문일 것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해외 친북사이트에 대한 접근 허용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학술적 접근을 위한 북측의 사이트는 개방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있어, 검토하고 수용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자와 언론인 등이 연구와 보도를 위해 이적표현물을 읽는 것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지금도 허용되고 있다. 문제의 친북사이트 게시물들은 학술적 자료도 못 되는 김정일 선전물일 뿐이다. 청와대는 이미 허용된 ‘학술적 접근’을 핑계 삼아 해외 친북사이트를 개방해 북의 비위를 맞출 생각인가.

    우리 사회는 친북 게시물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성숙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대량살상무기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고, 북녘 동포들을 굶주림과 인권유린에 신음하게 만든 체제를 숭배하는 내용이 일방적으로 전파되도록 방치하는 것이 성숙 사회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