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율 칼럼] 국민 100%가 지지하는 것 아닌데... “국민 이름 팔아 사기 치나?”

안철수는 왜 '국민' 뒤에 꽁꽁 숨을까?

대답하기 어려우면 "국민이 판단하실 것"?...'국민' 뒤로 그만 숨어라!

   

안철수 후보가 ‘사기꾼’의 오명과

독재자의 위험을 벗으려면

 

안철수는 언제 국민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가?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 사이에 단일화 협상이 한창이다. 정해진 코스대로 가는 것 같다. 언론들은 단일화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중계방송하기에 바쁘다. 뉴스꺼리로는 좋을 것 같다. 안철수와 문재인이라는 두 경주마가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누가 1등을 할 지 쳐다보는 것은 농구경기를 보는 것 만큼 흥미롭다.

하지만, 조금 흥분을 진정시키고 생각해보자. '문재인=안철수=문철수'라는 단일화 방식은 전형적인 야바위꾼의 수법이다. 골목에서 컵을 세 개 놓고 어느 컵 안에 주사위가 들어가 있는지 손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구경꾼들을 현혹시킨다. 구경꾼들은 어느 컵에 주사위가 들어 있을까에 정신이 팔려 있다. 야바위 자체가 사기라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잊어버린다. 처음엔 사기치네 하면서도 쳐다보고 있다가자기도 모르게 중요하지 않는 사기꾼의 손동작에 현혹되어 돈을 털린다.

'문철수' 단일화 협상이 이와 비슷하다. 많은 국민들이 안철수후보를 지지했을 때, 왜 그를 지지했을까? 한국정치에 새 바람을 불어넣으라고, 두 정당에게 변화를 주라는 의미였다고 하겠다.

그런데, 안철수는 단일화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아간다. 그러자 방송이고 신문이고 일단 안철수와 문재인 중에서 누가 대표선수로 나설 것인지에 자연스럽게 더 관심을 쏟는다. 이게 아닌데...하면서도 끌려다니다가 잘 못 하면 공범자가 될 것이다.

지난 10일자 <조선일보>는 안철수 후보의 행태를 아주 점잖게 꾸짖었다. 말투는 점잖고, 표현은 정중하지만, 행간을 보면 그렇지 않다. 안철수에 대해서 "국민이름을 팔고 사기치는 것 아니냐, 국민이름 팔아서 독재자가 될 소지가 있다"고 소리치고 있다.

<조선일보> 10일자 A5면에 실린 기사의 제목은 이렇다.

 검증도 단일화도 ‘국민’이란 말 뒤에 숨은 安


그 아래 소 제목은 이렇게 붙였다.

  ‘국민이 불러냈다’며 출마...11번 강연 등엔 국민 212회 등장
  단일화 합의 ‘국민연대’ 뭐냐 질문엔 “국민이 보여줄 것
  대답하기 어려운 현안들 나오면 “국민이 판단하실 것


조금 어렵거나 곤란한 4지 선답형 문제에 대해서는 이리저리 눈치 살피다가 주변에서 훈수하는 대로 4개 답안지중 하나를 찍어 답변하고, 훈수 둘 사람이 없으면 ‘국민’이라고 숨어버리는 안철수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잘 보여준다.

 


그 기사 옆에는 전문가들의 한 마디씩 한 내용도 싣고 제목도 이렇게 달았다.

 

   “국민 뜻 앞세우는 지도자 결국 자기 뜻대로 밀어 붙이려는 것”
   “安 말하는 국민, 대표성 모호”

 

표현은 참 점잖고 문제점은 품위있게 지적했지만, 정직하게 말하자면 이게 무슨 뜻일까? 조선일보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검증할 때도 국민의 뜻이라고 숨고
      단일화를 할 때도 국민을 핑계댄다
      여기에서 숨는다는 표현은 속인다는 말이다.
      안철수는 국민을 팔고 다니는 사기꾼이다.
      안철수는 국민의 이름으로 독재자가 될 것이다.
      안철수에게 속지마라 20~30대,
      안철수는 언제 국민의 뜻을 물어봤는가?

국민이라는 이름을 파는 것이, 역대 대통령 친인척들이 대통령 이름 파는 것 하고 뭐가 다를까? 남의 이름 파는 것은 똑 같다.

그런데 국민의 이름을 파는 것은 더 위험성이 크다. 대통령 친인척이 대통령 이름 팔고 다니다 걸리면 책임소재도 드러나고 처벌도 가능하다. 국민의 이름을 팔면 책임소재도 불분명하고 누구를 어떻게 처벌해야 할지가 모호해진다. 더구나 국민의 이름이라는 애매모호하면서도 실체가 없는 가공의 절대 다수는 반드시 부패하는 절대권력의 유혹을 불러온다. 

 

안철수 후보와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위험한 불장난을 하고 있는지 알기는 하는지, 알면서도 그렇게 떠드는 것일까?

 

 

지금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협상이란 근본적으로 나눠먹기 협상이다. 안철수가 등장할 때 지지했던 ‘국민’은 당연히 이런 질문을 할 권리가 있다.

“정치개혁을 이뤄 나라를 올바른 터전위에 올려놓으라고 했지, 언제 단일화라는 야합을 해서 형님먼저 아우먼저, 누구는 대통령하고 누구는 총리하고, 대신 장관 자리 몇 개는 나한데 주고...이런 담판을 하라고 했느냐?”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입만 열면 국민이 원한다고 국민을 팔고 다니는 안철수후보는 언제 국민에게 제대로 물어본 적이 있었는가? 없다. 그렇다면 왜 입만 열면 국민의 이름을 팔고 다니는가? 국민의 이름을 팔지 말고, 차라리 '안철수 지지자' '나의 지지자'라고 말해라.

필자의 개인적인 입장은 이렇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나는 안철수를 지지하지 않는다.
그러니 안철수후보가 '국민의 이름으로' 한 모든 말과 행동은 다 거짓이요, 사기다.
나는 도매금으로 넘어가고 싶지 않다.
나는 공개적으로 사기를 당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 제발 나는 빼달라.


안철수후보가 정말 국민의 뜻을 내세우고 싶고 국민의 뜻이 궁금하다면 국민중에서 얼마나 되는 사람이 단일화를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를 제대로 물어보라. 신뢰성있는 여론조사 여러 기관을 묶어서 하든지, 여론조사의 표본을 수만명으로 늘려서 해도 될 것이다. 그렇더라고 국민의 이름으로 한다는, 전체주의와 다수의 횡포 및 빅 브라더의 으스스한 냄새가 나는 말은 절대로 입에 올리지도 말고, 불에 태워버려라.

 

안철수 후보는 대통령 후보가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 대통령이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내용은 이것이다. 국민의 이름을 팔아서 국가의 권력을 속여 차지하려 한다는 소리, 야바위꾼이라는 소리, 장사치 소리, 권력은 몇 년이지만, 잘 못 된 처신에 따른 평판은 영원하게 기록된다. 이런 소리 듣지 않으려면 국민의 이름 팔지 말고 국민에게 물어보라.

권력은 유한하지만, 인생은 훨씬 더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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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1월 10일 관련기사>

검증도 단일화도 '국민'이란 말 뒤에 숨는 安

"국민이 불러냈다"며 출마… 11번 강연 등엔 '국민' 212회 등장
단일화 합의 '국민연대' 뭐냐 질문엔 "국민이 보여줄 것"
대답하기 어려운 현안들 나오면 "국민이 판단하실 것"

김경화 기자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지난 9월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52일 동안 가장 자주 한 말이 '국민'이다. 안 후보는 "국민이 불러냈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국민 후보론'을 앞세워 민주통합당의 '정당 후보론'에 맞섰다. 단일화 국면에 접어들자 그 방식으로 각자의 지지층을 아우르는 '국민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안 후보는 '국민 연대'가 뭐냐는 질문에는 "국민이 보여줄 것"이라고 하는 등 대답하기 어려운 현안이 등장할 때마다 '국민'이라는 말을 주로 쓴다.

◇安, 출마 선언 후 주요 강연서 '국민' 212번 사용

안 후보는 지난 9월 19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삶을 외면하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무시하고, 서로 싸우기만 하는 정치에 실망하고 절망했다(고 사람들이 말한다)"며 "지금까지 국민은 저를 통해 정치 쇄신에 대한 열망을 표현해주셨다"고 했다. 이날 출마 선언문에서 안 후보는 '국민'이라는 단어를 22번 썼다. 그의 측근들은 당시 "국민의 멘토였던 안철수가 대선에 출마해 정치를 바꾸라는 국민의 부름에 응답한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을 방문해 정의헌 위원장 직무대행과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안 후보가 출마 선언 이후 가진 대학 특강과 주요 연설 11회를 분석한 결과 안 후보는 '국민'이라는 표현을 모두 212번 쓴 것으로 나타났다. 강연마다 19.3회꼴이다. 안 후보는 특히 기성 정치권을 비판하거나 상대편과 각(角)을 세워야 할 때는 어김없이 국민이라는 표현을 들고 나오곤 했다. 안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단일화 관련 후보 간 양자 회동을 제안한 전남대 강연(11월 5일)에서 무려 45회나 '국민'이라는 단어를 썼고, 국회의원 수 감축 등 세 가지 정치 혁신안을 제안한 인하대 강연(10월 23일)에서는 '국민'을 28회 썼다. 그의 3대 정치 혁신안은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는데, 이 직후 가진 경상대 강연(10월 26일)에서는 '국민'이 41회 등장했다.

안 후보는 경상대 강연에서 "(내 정치 개혁안이) 국민의 맹목적 반(反)정치(정서)에 편승한 포퓰리즘이라고 하는데, 이게 얼마나 교만한 생각이냐"며 "국민에게 귀 기울이는 게 포퓰리즘이라면 정치권은 국민에게 귀를 닫겠다는 거냐"고 말했다.


◇현안마다 "국민이 판단하실 것"

출마 선언 직후에는 안 후보의 '국민 후보론'과 민주당의 '정당 후보론'이 팽팽한 긴장 관계를 이루기도 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들도 안 후보처럼 이럴 때면 어김없이 '국민'이라는 표현을 쓴다. 유민영 대변인은 "안 후보는 국민이 만든 후보이고, 책임감을 갖고 있는 국민 후보란 생각이 든다"고 했고,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도 "안 후보는 국민께서 불러낸 후보로, 선거에서 끝까지 승리를 이끌어낼 국민의 후보"라고 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지난 6일 회동에 이어 내놓은 합의문에는 '양쪽의 지지자들을 크게 모아내는 국민 연대가 필요하다'는 구절이 들어갔다. 안 후보 측은 네거티브나 검증 공세에도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대신 "국민이 판단하실 것"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정치 혁신안에 대한 비판이 나왔을 때도 그랬고,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문·안 후보의 단일화를 비판했을 때 안 후보는 "국민께서 판단하고 평가하실 몫"이라고 했다.
 
 

 

 

전문가 "국민 뜻 앞세우는 지도자 결국 자기 뜻대로 밀어붙이려는 것"

  • 김경화 기자 
  • ""安 말하는 국민, 대표성 모호"

    안철수 후보가 '국민'이라는 단어를 유독 많이 쓰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동서고금의 역사를 보면 지도자들은 '국민'을 앞세워 결국 자기 뜻대로 밀어붙이곤 했다"고 지적했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국민이 존재하는데, 그 국민의 뜻을 획일화하는 것은 결국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소통을 얘기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외통이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국민과 정당을 갈라치기 하는 것은 안 후보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 후보 측은 대답하기 곤란한 어려운 상황을 넘어가야 할 때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며 "문제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명확하지 않고, 안 후보가 말하는 국민의 대표성이 애매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안 후보가 그간 소통해온 대상이 주로 20~30대 젊은 층 등 자신에게 우호적인 계층에 집중돼 있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안 후보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국민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 안 후보가 '국민'과 소통하는 과정도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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