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측 “단일화 규칙까지 모두 협상” vs 안철수 측 “그런 식으로 합의한 적 없어”
  •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단일화 합의? 일단 겉으론 그럴 듯 해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팽팽하고 날카로운 신경전의 연속이다. 일단 큰 틀에서 반(反)새누리 전선을 구축하기로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단일화 방법을 놓고는 서로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야권 후보 적임자는 바로 나’라는 전제 하에 양측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감정적인 대립으로 격화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6일 안철수-문재인 후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단일화 모드에 돌입했다. 계획된 것처럼 단일화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비쳐졌다.

    무려 75분 간 배석자 없이 비공개 회동이 진행됐다.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에 대해선 전혀 알 길이 없다.  

  • ▲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첫 회동을 갖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첫 회동을 갖고 있다. ⓒ정상윤 기자



    회동이 끝나자 안철수-문재인 후보는 밝은 표정으로 손을 마주잡았다. 카메라 세례를 의식한 듯 서로 만족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양측 캠프에선 “역사적 회동을 기념하겠다”며 휴대전화로 회동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마냥 좋을 것 같던 분위기는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양측이 서로 주장한 합의문 해석이 감정싸움의 도화선이 됐다.

    문재인 후보 측은 합의문이 발표된 지 1시간쯤 뒤 “시간이 없기 때문에 3인 협상팀은 새정치선언 내용만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단일화 규칙까지 협상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안철수 후보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발했다.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은 “그런 식으로 합의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실무팀은 새정치공동선언문 작성만 담당하게 된다”고 했다.

    한 언론에 따르면 안철수 캠프 내에선 “예의 없이 (민주당이) 있지도 않은 내용을 흘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후 안철수 후보 측은 민주통합당을 향해 ‘정정 브리핑’을 요구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문재인 후보 측은 “오해였다”며 황급히 수습에 나섰다.

    결국 진성준 대변인은 “새정치공동선언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 기구가 후보 단일화 협상도 한다고 했던 것은 저의 명백한 오해였으며 2~3일 내에 종결된다는 전제 하에 단일화를 위한 실무기구를 가동하기로 합의 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어떻게든 단일화 협상을 깨지 않으려는 문재인 후보 측의 절실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합의문 중 ‘새정치공동선언을 두 후보가 우선적으로 국민 앞에 내놓기로 했다’는 문구의 ‘우선적’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양측은 다른 해석을 내놨다.

    안철수 후보 측은 공동선언이 먼저 해결돼야 단일화 논의로 갈 수 있다고 했고, 문재인 후보 측은 공동선언을 먼저 논의는 하지만 이게 해결돼야 단일화 협상으로 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합의사항 주도권을 놓고도 양측은 대립했다.

    안철수 후보 측은 “후보 등록 이전 단일화와 새정치공동선언문, 투표 시간 연장 캠페인 등은 안철수 후보가 미리 준비해 주도적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 측은 “후보 등록 이전 단일화는 우리가 밥 먹듯 얘기해 온 것인데 그렇게 말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단일화 시한도 문제였다.

    대선 후보 등록 기간이 이달 25∼26일인데 단일화 시점을 언제로 해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 측은 25일부터 후보 등록이 시작되기 때문에 24일을 기한으로 봤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 측은 후보 등록 마감일인 26일 오전 정도라고 했다.

    결국 야권은 대선을 40여일 앞두고 ‘빅이벤트’로 이슈를 독차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양측이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신경전을 펴면서 자연스레 단일화 논의 과정의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