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판결' 발언에 역사관 논란 일파만파
  •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인혁당 발언' 논란을 계기로 국민대통합 행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 ⓒ 뉴데일리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인혁당 발언' 논란을 계기로 국민대통합 행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 ⓒ 뉴데일리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인혁당 발언' 논란을 계기로 국민대통합 행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

    5.16쿠데타나 유신 등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업에 대해서는 "역사가 평가할 일"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으나 인혁당 논란이 거세지면서 당 안팎에서 과거사 인식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 실종된 '광폭행보'

    운신의 폭도 눈에 띠게 좁아졌다. 지난달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박 후보의 일거수 일투족에는 '광폭행보'라는 수식어가 뒤따랐다.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던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잇따라 참배하고 이희호·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또 자신을 향해 '칠푼이'라고 비난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았다. 무엇보다 라이벌 관계였던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회동을 제안, 성사시킴으로써 현직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탈당하지 않는 첫 사례가 될 지 주목되고 있다.

    박 후보의 '광폭행보'는 예방정치에 국한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지지층이 얇은 젊은층과의 소통에도 주력했다. 반값등록금 토론회에 참석해 "실질적으로 반값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고 한 대학 취업설명회장을 찾아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겠다"며 패자 부활, 사회 안정망 확충에 대한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도 박 후보는 이달 중으로 수도권·지방 대학 방문, 30대 직장인들과의 만남 등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한다. 또 현장방문을 대폭 늘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 제도개선을 위한 복안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반값등록금 토론회에서 학생들이 여러 형태의 토론·대화를 제안했고 박 후보도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또 사회 각 영역에서 '약자' 위치에 있는 분들과 만나 그들의 고충을 직접 청취하겠다는 박 후보의 의지가 있었지만 현재로선 (시점을) 확정할 수 없지 않겠느냐."
     - 박 후보 측 관계자


    ◈ 역사관 논란, 서둘러 수습하려는 이유는… 

    무엇보다 박 후보측이 서둘러 논란을 수습하려는 대목은 박 후보의 달라진 역사관을 기대하던 일부 세력의 이탈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100% 대한민국'을 위한 국민대통합을 전면에 내걸면서 역사와 화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전태일 재단을 방문했고 측근들 사이에서는 유신시절 가장 어두운 그늘로 꼽히는 인혁당 유가족들을 만날 것이라는 목소리도 컸다.

  •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인혁당 발언' 논란을 계기로 국민대통합 행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 ⓒ 뉴데일리

    정치쇄신특위 이상돈 위원은 지난달 27일 "박 후보가 (인혁당) 유족들을 빨리 방문하는게 좋다"고 했다. 10월에 야권 후보가 확정되기 전에 역사관 논란을 매듭짓고 가자는 뜻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이 위원의 이러한 발언이 사실상 박 후보가 인혁당 유족 방문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그러나 최근 박 후보의 '두 개의 판결' 발언으로 지난 2007년 재심의 무죄선고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자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2차 인혁당 사건은 1975년 북한의 지령을 받아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민청학련'을 조종하고 국가를 전복하려 했다는 혐의로 25명이 기소돼 재판 하루 만에 8명이 사형을, 17명이 무기징역 등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 추석 전 입장표명 있을까

    박 후보 측근들을 중심으로 수일 내 박 후보가 과거사 인식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표명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주영 대선기획단장은 12일 박 후보에게 "아버지와 딸로서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안고 가라"로 조언했다고 한다.

    이에 박 후보가 "내가 생각하는 바가 그것이다. 더 포용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박 후보 측은 그의 역사 인식에 대한 비판을 야권의 정치공세로 받아들이는 측면이 컸다. 그러나 지금처럼 박 후보의 역사관을 둘러싼 논쟁이 불리하게 전개될 경우 오는 12월 대선에서 40대와 중도층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상일 대변인은 "조만간 박 후보가 직접 (과거사와 관련해) 말씀하실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캠프의 한 관계자도 "박 후보가 이번 논란을 계기로 하루빨리 '박정희의 딸'을 벗어나 보다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과거사를 평가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가 과거사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표명한다면 시기는 추석 전이 될 것이라는게 대체적 관측이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 대선후보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보이는 오는 16일 이전이라도 이르면 입장 표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