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자의 100억짜리 양심

    탈북자 단어 이미지가 왜 안 좋은가 했더니

    서영석 기자 /뉴포커스


  • ▲ SBS 뉴스에 보도된 탈북자 최승철씨 뉴스화면 캡처.
    ▲ SBS 뉴스에 보도된 탈북자 최승철씨 뉴스화면 캡처.


    SBS 뉴스에 보도된 탈북자 최승철씨 뉴스화면 캡처.

    얼마 전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인터넷과 공중파를 통해 전해진 적이 있다. 한 개인의 외환통장에 천만 달러가 우연히 입금되었는데 통장주인이 아무런 조건 없이 은행에 되돌려준 훈훈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선행을 한 주인공에 대한 설명은 단지 “외환중개업자 최승철”이라고 만 보도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승철 씨는 탈북자이다. 그런데 이 보도를 전한 모든 대중매체는 최승철 씨가 탈북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의 탈북자 관련 보도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극히 예외적인 일이었다. 왜냐면 그동안 탈북자들이 조그마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만 해도 본질적인 원인이나 내용을 강조하기보다,  탈북자라는 단어를 우선으로 기사의 제목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더구나 평범한 사건조차 탈북자라는 단어로 포장하여 억지스럽게 눈길을 끌게 하던 그들이었다.

    이러한 보도 자세는  새터민의 어두운 면을 전달할 때는 무조건 탈북자라는 사실을 강조하여 탈북자라는 단어의 이미지를 은연중에 대중들에게 부정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처럼 사회적 도움을 주는 일을 전할 때는 대중들에게 마치 한국인의 행동처럼 알리려는 것이 대한민국의 언론 모습이다.

    한 탈북자는 안면 있던 주인공의 사건을 검색하고자 인터넷에서 “최승철 탈북자”라는 검색어를 사용했는데 검색이 안 되었다고 했다. 왜냐면 모든 매체에서 이번에는 최승철 씨에 대해 탈북이라는 단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액을 돌려준 탈북자 최승철 씨가 여유롭게 살고 있거나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라서 돈을 선뜻 돌려준 것은 아니다. 북한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내과의사로 잘 나가던 그도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래방, 탈북자 신문, 여행사, 전화카드 판매 등 숱한 경험과 실패를 거듭하고  남은 돈 얼마를 가지고 외환중개회사를 차렸다.

    이렇게 어려운 고생을 해본 그였기에 이번 일로 인해 피해를 볼 담당 은행 여직원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릴 줄 알았던 것이다. 자신의 부귀보다 상대방이 실수 때문에, 아이 둘을 키우는 한 여성의 가정이 파탄되는 것을 막은 것이다. 그는 자신도 힘들게 살면서 자기보다 나은 삶을 사는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최승철씨도 처음에는 거액의 존재를 알았을때  탈북당시 보다 더 가슴이 뛰었지만 끝내 "량심"이 허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사회에서 사라지는 "양심"의 빈자리가 탈북자들의 "량심"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이처럼 과거 우리의 아름다운 정신적 가치를 잊지 않고 있는 탈북자들이 물질만능주의와 외모지상주의로 치닫고만 있는 한국사회에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계기를 자주 만들기 바란다. 또한 이토록 순수한 북한주민이 고통 받고 있는 북한사회에도 하루빨리 변화의 바람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탈북자신문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