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특허소송, 미국 1심..삼성 ‘참패’배심원 평결, 애플 주장 대부분 수용..“삼성이 애플 특허 6건 침해”“애플은 삼성 특허 침해치 않아”..외신 “애플로선 최상의 결과”남은 7개국 소송, 자국 이해득실 따라 판결 달라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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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서리 둥근 직사각형이 삼성을 죽였다.

    삼성이 애플과 벌인 미국 소송 전에서 참패했다. 배상금은 우리 돈으로 약 1조2,000억원. 배상액 규모만 놓고 볼 때 미국 내 특허소송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규모다.

    돈도 돈이지만 무엇보다 다른 회사의 디자인과 기술을 훔친 기업이란 오명이 뼈아프다. 삼성의 독보적 기술로 평가받던 통신특허 모두가 인정을 받지 못한 점 역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타격이다.

    삼성이 곧바로 항소할 뜻을 밝혔지만 미국 법원의 판결이 독일과 일본, 호주 등 7개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삼성-애플 특허전쟁에서 중요한 판단자료가 될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의 재판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미국 시장에서 여전히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삼성의 겔럭시S2 일부 제품은 이번 판결로 애플의 특허를 침해한 모델에 포함돼 매장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최신 기종인 겔럭시S3와 태블릿PC인 겔럭시탭10.1 등은 이번 소송에서 제외됐지만 삼성 제품을 바라보는 미국 소비자들의 반응이 부정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제품 판매에도 메가톤급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24일 오후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 1심 평결심에서 9명의 배심원들은 삼성이 애플의 특허와 디자인 6건을 침해했다고 평결했다.

    미국 배심원들은 애플이 제기한 7건의 침해주장 중 한 건을 제외한 6건을 인정했다. 반면 삼성이 제기한 5건의 통신특허 침해 주장은 모두 기각했다.

    특히 배심원단은 애플이 주장한 ‘삼성의 아이폰 디자인 베끼기’ 주장을 그대로 수용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삼성이 ‘고의적’으로 침해했다고 평결했다.

    배심원단이 정한 배상액은 10억4천934만3천540달러, 한화로 약 1조1천910억원이다. 애플은 삼성의 특허를 침해치 않았다는 평결에 따라 배상할 금액이 없다.

    평결 직후 현지 언론들은 미국 로스쿨 교수들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애플의 대승을 전했다.

    배심원단이 애플의 주장을 전적으로 수용, 일방적인 평결을 내릴 것을 예상치 못했던지 미국  현지 언론들은 ‘애플로선 최상의 결과’라는 분석기사를 쏟아냈다.

    평결을 접한 애플은 미리 준비한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재판을 통해 삼성전자의 모방 정도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도둑질은 올바르지 않다는 법원의 메시지로, 특허 이상으로 가치에 대한 승리다”

    “우리 제품은 고객들을 위한 것이지 경쟁자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삼성측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평결이 최종판결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벌어질 소송의 결론도 아니다”

    “미국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어 결국 손해는 미국의 소비자들이 입게 될  것”

    배심원단의 ‘디자인 베끼기’ 평결에 대해서는 부당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둥근 모서리를 가진 직사각형은 애플의 최초 디자인도 아니고 한 기업이 독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애플이 주장하는 상용특허의 대부분은 현 제품 출시 전에 이미 선행기술이 존재했다”

    미국 소송전이 삼성의 참패로 끝나면서 이제 관심은 유럽과 호주, 일본의 재판결과에 모아지고 있다.

    일단 배심제를 운영하는 영국 등 영미법계 국가들은 미국배심원단의 평결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삼성측의 고전이 예상된다.

    반대로 독일과 프랑스 등 참심제나 변형된 배심제를 운영하는 대륙법계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미국의 판결 결과에 영향을 적게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의 경우 대륙법계 체계를 따르고 있지만, 판결 결과는 오히려 영미법계 국가들과 같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번 미국 평결에서 알 수 있듯 특허소송은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어떤 관점에서 침해 여부를 보느냐에 따라 결론이 전혀 달라진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인 발명의 ‘독창성’과 ‘진보성’이란 요건 자체가 지극히 주관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어제 한국 법원이 아이폰의 디자인을 인정치 않은 것이나, 미국 배심원단이 삼성의 통신특허를 기각한 것은 특허소송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자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관련된 소송이라면 이런 양상은 더욱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남은 소송에서도 각 해당국가의 이해득실이 법리보다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삼성은 곧바로 항소할 계획을 밝혔다. 1심 판결은 앞으로 한 달 안에 있을 예정이다. 일부에선 극적인 ‘뒤집기 판결’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