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TV가 변하고 있다 
      
     단지 젊고 새로운 독재자인 김정은의 지시 때문이라고만 할 수 없다.
    그보다는 시장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장진성    
      
    조선중앙TV를 분석해 본 결과 2006년을 기점으로 북한에도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북한의 특성상 영상 편집물들은 대개 김씨일가를 찬양하는 프로그램들이어서 가장 표준적인 저녁뉴스를 기준으로 분석해 보았다.

    2006년 전, 북한은 단지 파란색 화면에 아나운서를 중앙에 두고 방송을 하였다.

  •  매일같이 북한 뉴스의 반은 '김씨 일가의 신격화'다. 자칫 형식적이고 딱딱해 질 수 있는 소재이다.
    때문에 북한은 의도적으로 파란색 바탕을 사용하였다. '파란색'은 색체심리학에서 '긴장완화'를 의미한다. 만약 북한에서 배경을 혁명이란 의미의 '빨간색'을 사용했다면 주민들의 심리정서는 대량아사와 맞물려 한층 격렬해졌을 것이고, 그러면 정말로 혁명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뉴스에서 조차도 상당히 계산적인 북한의 선동기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06년 이후에 북한은 단순한 판넬을 배경에 위치시킴으로써 변화를 꾀한다. 이것은 북한도 시대의 트렌드가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  '최후의 만찬'이 유명해 질 수 있었던 이유에는 소실점의 역할이 컸다. 천장과 문의 연장선을 일직선으로 그었을 때 예수의 눈에 정확히 떨어진다. 이것은 '시각'으로 하여금 중심부에 집중하게 할 수 있는 효과를 가진다. 2006년 이후 북한의 뉴스 또한 의도적으로 강의 끝 부분을 아나운서에게 맞춤으로써 그의 말에 집중할 수 있는 효과를 노렸다. 소실점을 머리쪽에 둠으로써 아나운서가 내뱉는 '김씨일가의 신격화'에 신뢰성을 부여했다. 단순한 그림판넬에도 북한의 노림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북한은 신격화 전통만은 고집한다.
    우선 아래 사진들을 보면 모든 아나운서가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정자세로 방송을 하고 있다. 이는 '김씨일가'에 대한 예의 차원이다. 앉은 자리에서 차렷!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아래 세 사진 중 양 옆의 사진들은 북한 사회의 일반 소식을 전하는 보도장면이고 가운데만 김씨일가 현지시찰 보도장면이다. 다른 사진들의 배경은 사회 전반을 이야기하 듯 평양시, 또는 대형건축물을 보여준다면 가운데 김정일 현지시찰 보도는 품위와 권위를 강조하는 원목 배경으로 처리했다.

  •  아래 사진을 보면 좀 더 새로운 점을 발견할 수가 있다. 북한 사회의 일반 소식들을 전할 때에는 아나운서의 자리배치도 정중앙에서 한쪽으로 옮겨앉는다. 자세나 손 위치도 다소 자연스럽다. 수령과 주민을 철저히 차별화하는 선전선동 원칙의 관행이다.

  •  최근 북한은 뉴스시간에 컴퓨터 그래픽이 등장하기도 하고, 아나운서 옆에 대형 PDP TV를 두고 방송을 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북한의 TV가 점차 현대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세를 볼 때에도 비교적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엿보인다. 이것은 컴퓨터 그래픽이 도입되면서 구도와 조화를 위한 차선책으로 볼 수 있다. '김씨일가'의 현지시찰 소식을 알리는 '전투'적인 보도 외 다른 소식들은 일종의 '심리적 편안함'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그들에게도 시대적 흐름에 의한 '변화'의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TV를 바꾸게 하는 그 엄청난 힘은 과연 무엇일까? 단지 젊고 새로운 독재자인 김정은의 지시 때문이라고만 할 수 없다. 그보다는 시장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시장화로 인한 물질주의가 집체주의를 초월하면서 새로운 가치관과 문화가 전파된 결과이다. 시장이 주도하는 주민문화를 거부할 경우 이념주입이 공허한 메아리로 될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하여 시대의 유행을 주도하는 방송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쫓기는 전통의 변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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