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 후 적응 못해..미 ABC뉴스 '방사는 실패' 연구결과 보도돌고래 자연 방사, 시민단체-전문가 주장 엇갈려 “야생 충분히 적응” vs “야생 적응 실패 가능성 커”
  • ▲ 제돌이 엄마의 눈물. 박원순 서울시장이 돌고래 '제돌이'의 방사계획을 밝힌 12일, 그동안 제돌이를 엄마처럼 돌봐왔던 조련사 박 모씨가 끝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제돌이 엄마의 눈물. 박원순 서울시장이 돌고래 '제돌이'의 방사계획을 밝힌 12일, 그동안 제돌이를 엄마처럼 돌봐왔던 조련사 박 모씨가 끝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연 방사를 결정한 돌고래 한 마리가 연일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선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최초의 사건인데다 돌고래 방사 결정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논란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방사에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곱지 않은 눈길이 있는가하면 이제 동물의 복지와 권리를 생각할 때가 됐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서울시가 방사를 결정한 ‘제돌이(추정나이 13살)’는 고래연구소가 식별번호까지 붙여 관리하던 보호종이다. 제돌이의 식별번호는 ‘JDB09’, 제주 앞바다에서 9번째로 발견한 남방큰돌고래라는 뜻.

    제주 연안에서 남방큰돌고래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2007년 11월. 그때부터 고래연구소는 돌고래 개채별로 각각의 식별번호를 붙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2009년 5월, 한 어민이 쳐 놓은 그물에 걸린 제돌이는 돌고래공연업체인 퍼시픽랜드로 팔려간다. 수산업법은 그물에 걸린 돌고래를 즉시 풀어주거나 경찰에 신고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어민과 업체는 이를 무시했다.

    공연업체 퍼시픽랜드는 약간의 조련과정을 거쳐 제돌이를 서울대공원에 팔아넘긴다. 그때부터 3년 동안 제돌이는 서울대공원에서 생활해왔다. 이것이 제돌이의 ‘이력’이다.

    불법 포획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이번 방사는 의미가 있다. 비록 한 마리 방사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비판이 있지만 적어도 명분은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자연 방사를 했을 경우 사람들의 뜻대로 제돌이가 다시 자연에서 무리와 어울려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동물보호단체와 전문가 사이에서 가장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다.

  • ▲ 제돌이 엄마의 눈물. 박원순 서울시장이 돌고래 '제돌이'의 방사계획을 밝힌 12일, 그동안 제돌이를 엄마처럼 돌봐왔던 조련사 박 모씨가 끝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동물보호단체는 제주 앞바다에 방사장을 만들고 단계별 적응훈련을 거치면 충분히 야생에 적응해 무리와 어울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영화 ‘프리윌리’를 예로 든다.

    영화 프리윌리의 실제 주인공인 범고래 케이코는 아이슬란드 근해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붙잡혀 10년 넘게 멕시코 놀이공원의 작은 수조에서 생활했다.

    좁디좁은 열악한 환경속에서 하루 5차례씩 공연에 나서던 케이코는 1993년 프리윌리의 주인공 역할을 맡으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어린 꼬마 소년이 케이코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명장면 중 하나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세계 각지에서 케이코를 야생에 돌려보내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전 세계에서 성금이 모였고 동물보호단체들은 서명운동을 벌였다. 국제적 압력에 견디다 못한 업체 대표는 케이코를 풀어준다.

    케이코는 미국 오리건주와 노르웨이 부근 바다 사육장에서 단계적인 야생적응 훈련을 받고 몸에 추적장치를 붙인 채 2001년 야생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케이코는 좀처럼 무리와 어울리지 못하다가 바다 사육장으로 돌아오기를 되풀이했고, 결국 노르웨이 사육장에서 머물다 2003년 폐렴으로 숨을 거뒀다.

    케이코의 방사를 바라보는 견해는 극명하게 갈린다.

    방사 프로젝트에 참여한 미국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수석과학자 나오미 로즈 박사는 “1993년 멕시코 수족관에서 케이코를 봤을 때 매우 아팠고 무기력했지만, 아이슬란드에서의 케이코는 건강하고 활동적이었다”면서 “야생에서 5년을 살았다. 우리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케이코의 방사가 성공적이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케이코의 방사에 참여했던 그린란드 천연자원연구소의 말레네 시몬 등의 학자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그는 “케이코가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범고래 무리에 동화되지 못했고 먹이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케이코를 위한 최상의 선택은 마음대로 헤엄칠 수 있고 풍부한 먹이와 사람들의 보살핌이 있는 노르웨이의 바다 사육장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방사에 참여한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는 것은 불법 포획돼 인공적 환경에서 생활한 동물의 방사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때문에 제돌이의 방사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결정할 일이다. 박 시장이 입버릇처럼 달고다니는 이른바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토론하고 검증'한 뒤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이번 결정이 시민단체에 대한 눈치보기나 정치적 의도와 무관한 일이라면 더욱 신중한 행보가 필요하다.

    섣부른 판단은 불필요한 예산만 낭비하고 본래의 취지도 살리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학자들은 인공환경에 적응한 지 2년이 지났기 때문에 야생 적응이 어려울 것이란 조심스런 견해를 내놓고 있다.

    반면 동물보호단체들은 제주 연안의 남방큰돌고래 집단이 단 하나뿐으로 제돌이가 가족을 만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반박한다. 가족 무리를 만난다면 야생에 별 무리없이 적응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의 견해다. “야생에서 5년을 살았고 우리는 만족한다”는 답변 또한 인간의 시각에서 나온 것이다.

    기왕 방사를 한다면 최우선 순위는 동물보호단체의 주장처럼 동물의 행복이어야 한다. 사람의 시각에서 만족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자연방사가 오히려 제돌이에게 더욱 강한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을 터이다. 제돌이에게 물어보고 선택하게 할 수도 없으니 더욱 답답할 노릇이다.

    2009년 4월 미국 ABC뉴스는 '케이코를 야생에 돌려보낸 것은 잘못이었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하면서 시몬 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했다.

    “오랫동안 갇혀있던 동물을 풀어준다는 것이 사람들에게는 호소력있게 보일지 몰라도 그런 조치로 동물의 생존과 복지는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