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가 어쩌다가

    금년도 한 달이 지나갔습니다. 임진년에는 잘해보자고 모든 국민들이 희망을 갖고 새해를 맞이했는데, 실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갖가지 비리들이 밝혀지고 과거에 보지 못했던 일들이 정부와 일반 회사들에서 벌어나고 있습니다. 외교통상부의 경우 검찰이 조사대상이 될 만한 서류가 들어있는 상자들을 들고 청사에서 나가는 것을 TV에서 보면서 우리나라 정부 관료들이 정부의 록(祿)을 먹고 ‘철밥통‘을 지니고 있으면서 그것을 잊고 더 많은 욕심을 내다가 이러한 꼴을 당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는 아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잘 하는 곳도 많지만, 깨끗한 물 밑에 숨어있던 미꾸라지 때문에 맑아지려고 하는 시냇물이 온통 흙탕물로 변하는 격이 되었습니다.

    또 국방부가 관할하는 탱크 생산 자료(specification)가 외국으로 유출되는 사례도 최근에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사법부는 단독 출마를 위해 상대 후보를 매수해서 감옥에 갇혀있는 서울시 교육감에게 겨우 벌금형을 내리고 직무에 복귀시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후보자 단일화를 대가로 돈을 받은 사람은 감옥에 갇혀있고 돈을 준 사람은 감옥에서 풀려나게 하는 판결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런 것을 보고 배우는 학생들의 미래가 걱정됩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폭력이 난무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자살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이런 사실을 은패하려고 합니다. 학생들은 우리나라 미래의 동량(棟梁)들입니다. 썩은 대들보로는 튼튼한 집을 지을 수도 없고, 지탱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5대재벌회사 중에 하나인 SK라는 회사의 회장이 검찰에 불려 다니는 것도 모두 돈 문제 즉 욕심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일일 것입니다. 며칠 전에는 한우축산농업자들이 한우 값이 떨어진다고 정부를 상대로 농성을 부리고 송아지들을 굶겨 죽이는 사례도 보았습니다. 지난 몇 년간 근거 없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소문으로 한우 값이 폭등할 때 지금과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도 못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한우들을 양산(量産)하여 돈을 벌다가 공급과잉이 된 것을 정부 탓으로 돌리고 있는 축산업자들의 불합리성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한편, 미국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가 하면 불법 마사지와 성매매단속에 걸려드는 사람의 이름은 거의가 한국 이름입니다. 그리고 최근 텍사스에서 인종차별 발언으로 시끄러워진 사건의 주동자도 한국 사람입니다. 또 로스앤젤레스 지역 고등학교에서는 자기들 성적이 입력된 학교 컴퓨터의 비밀번호를 찾아내 불법으로 들어가 성적을 고치고 또 그 곳에서 시험지를 빼내 팔다가 걸린 사건이 있었는데, 이 역시도 한국계 학생들이었습니다. 또 뉴멕시코 주 국립공원에 있는 기념암석에 낙서를 하지 말라는 주의표지를 무시하고 낙서를 하다가 걸려든 사람의 이름도 한국이름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돈 문제는 아니었겠지만, 국립공원에다가 낙서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몰상식적인 일이었습니다. 암석에 낙서하는 것은 북한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들은 금강산 암벽에 ‘김일성 만세’ ‘김정일 만세’라고 낙서하는 것과 같은 상식 이하의 일들이었습니다.

    워싱턴 근교에는 Thomas Jefferson이라는 과학명문고교가 있습니다. 이곳에 다니는 한국계 고3학생이 이번 학기에 40여 명이었다는데, 그 중에서 조기전형으로 명문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겨우 두 명이었다고 합니다. 반면에 이 학교에 다니는 같은 아시안으로 분류되는 중국계, 인도계, 베트남계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은 높았다고 합니다. 한국계 학생들이 머리가 나빠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들의 한국식 교육으로 학교성적에만 중요시하는 근시안적인 경향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대학교 입학에 있어서 학교성적도 좋아야 되지만 대학교가 바라는 각종 과외활동을 염두에 두지 못하고 학교성적만 중시했던 한국식 교육이 먹혀들어가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명문대만을 고집하는 한국부모들의 풍조도 이제는 고쳐져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성공하는 사람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트, 애플의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들은 대학 졸업을 하지 않고도 세상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이들은 세상을 보는 눈이 일찍 열렸고, 그리고 시대를 앞서갔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가고 있는지 한탄하면서 이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옛날에는 한국계 학생들 중에 명문대학에도 많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들이 국내나 외국에서 중요한 자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과외공부도 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들이 학교 근처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소 팔고 땅 팔아서 등록금은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자식들에게 부탁하는 것은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가 고작이었습니다. 이들은 좋은 선생님(恩師)들 밑에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우리 2세나 3세들은 미국 사회에서 존경받고 있으며 학생들은 학교에서는 공부도 잘합니다.

    이들의 부모들은 지금의 한국 부모처럼 치맛바람을 일으키지도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옆에서 보면서 선생님들을 믿고 학교에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학교들은 그 본연의 사명을 잃고 있습니다. 전부가 상업적입니다. 그래서 대학도 우후죽순처럼 문을 열었다가 지금은 문을 닫는 경우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생각을 짧게 교육시키는지 모르겠습니다. 냄비근성인 근시안적인 교육방식이 원인이 아닐까요.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격언이 생각납니다.

    로버트 김(robertkim04@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