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 터지게 니 마음대로들 하세요

     

  • 류근일 본사 고문
    ▲ 류근일 본사 고문

      나꼼수가 정봉주를 위해 여성들의 가슴을 노출한 비키니 사진을 올리라고 권유 하자 이에 일부 여성들이 호응해 “가슴 터지게, 나와라 정봉주!” 운운 하는 사진을 올렸다.

      이것을 보고 대뜸 느끼게 되는 것은 60년대 미국의 히피 현상과 반전(反戰) 운동,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버클리 대학 학생들이 선도했던 프리 스피치 무브먼트(free speech movement, 표현의 금기 깨기) 운동, 뉴 레프트(신좌파) 운동, 서브컬처(비주류 지하문화) 운동이다. 이들 60년대의 반항아들은 처음에는 그 나름의 청신한 감성을 가지고 기성사회의 위선과 탐욕을 강타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운동은 시들해졌다. 베트남전이 끝나서 타깃이 없어진 이유 말고도, 운동 자체가 갈수록 너절해졌기 때문이다. 기성의 기율, 기강, 규범, 금기에 저항하는 선을 넘어 기율, 기강, 규범 자체를 문란 시키는 게 마치 ‘해방’이요 새로운 삶의 방식인 것처럼 돼버렸기 때문이다.

      예컨대 외설(obscenity) 논쟁이 그것이다. 그들은 진짜로 외설스럽고 추한 것은 기성 권력 엘리트의 타락상이지, 자기들의 성적 자유분방, 포르노급 노출, 쌍욕, 마리화나(pot) 파티...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그게 결국은 정도를 지나쳤던지 세인의 반발을 사게 됐다. 쇠퇴였다.

      이 뿐 아니라 그들의 이념과 행동도, 일부 극단주의자들의 무정부주의, 유괴납치, 테러, 범법 행위로 일탈했다. 서독 이탈리아에서는 적군파( 赤軍派) 테

  • 독일 적군파의 상징. 이들은 총기로 무수한 사람들을 살해했다.
    ▲ 독일 적군파의 상징. 이들은 총기로 무수한 사람들을 살해했다.

    러로, 미국에서는 ‘블랙 팬써(black panther, 검은 표범단)’의 폭력으로 나타났다. 나중에는 프리 스피치 무브먼트의 기수 마리오 사비오조차 감당을 못하고 두 손 들 지경이 되었다.

      난장판에다, 그야말로 외설스럽고 추한 판이 돼버린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그들은 더 이상 반항하는 젊은이가 아니었다. 늙어버린 것이다. 트렌드는 다시 전통적인 결혼과 가정, 규범, 절제, 품위 쪽으로 돌아섰다. 정치적으로도 과격하고 폭력적인 무정부주의는 시들었다. 근래 들어 다시 “월가를 점거하라“와 알카에다가 격세유전으로 등장했다. 역사는 지그재그(zigzag)니까...

      한국사회도 요즘 한창 ‘고리타분한 꼰데들’과 ‘수구꼴통’의 전통적인 규범을 벗어나자며 학생인권조례다, 선생 주어패기다, 가카새끼다, 가슴노출이다, 무슨 동영상이다, 해방구다, 무엇이다 끝없이 질주하고 있다.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도 아니고, 갈 데까지 가야 직성이 풀릴까 말까 할 관성적인 현상이다.

      이게 더 가면 마침내 지나침의 임계점을 넘어 개판 백 제곱이 됐다가 반발을 사 쇠퇴할 날이 있을까? 글쎄... 그러나 확실한 건 그들도 곧 늙어버릴 것이란 철칙이다. 새로운 도전세대가 그들을 폐품창고로 던져버릴 것이다.

      그러니 니 마음대로들 하세요.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