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중학생이 받은 마지막 메시지는 ‘왜 대답 안하냐’게임 못할 때마다 때려...문구용 칼로 손목을 긋는 시늉까지
  • 대구의 중학생 A 군(13)은 지난 19일 밤, 가해 학생들로부터 ‘게임 빨리 안 하나’ ‘와 대답 안 하노’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A군이 받은 마지막 메시지였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25일 A 군이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같은 반 B(14)·C(14) 군으로부터 “온라인게임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300여 차례 폭행과 협박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A 군은 가해자들의 행각을 낱낱이 기록한 유서를 남긴 채 20일 오전 9시 자신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초등학교 동창인 A 군과 B 군은 지난 3월부터 부모님이 없는 집에서 컴퓨터를 하며 어울렸다.

    B군의 괴롭힘은 지난 9월부터 시작됐다. B군은 A군에게 자신의 게임 캐릭터 레벨(등급)을 올리라며 폭행하기 시작했다. 폭행은 주로 A 군의 집에서 어머니가 퇴근하기 전에 했다. B군은 A군이 게임하는 속도가 느리면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때렸고, A군에게 용돈을 타 내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을 구입하라고 강요했다.

    10월부터는 B군의 게임 친구라는 C군도 가세했다. 이때부터는 A군의 형이 쓰던 목검과 이종격투기용 글러브를 끼고 A군을 무차별 폭행했다. 거의 '고문' 수준이었다. 물고문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녹음기 코드를 뽑아 목에 묶은 뒤 바닥에 떨어진 과자부스러기를 개처럼 핥아 먹으라고 강요하거나 문구용 칼로 A군의 손목을 긋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12월 초에는 A군에게 유명 브랜드 패딩점퍼를 사 오라고 요구했고, 교과서 두 권과 현금 25만 원도 뺏았다.

  • 가해학생들이 숨진 A 군을 괴롭히는데 사용한 도구들 ⓒ연합뉴스
    ▲ 가해학생들이 숨진 A 군을 괴롭히는데 사용한 도구들 ⓒ연합뉴스

    이 같은 '폭행'은 경찰이 복원한 문자메시지로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경찰은 9월 13일부터 12월 19일까지 가해 학생(B군)이 숨진 A 군에게 300여 차례의 '협박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가해 학생들은 문자 메시지로 ‘디질래(죽을래), 지금 (게임을) 빨리 해라. 돈 벌어라’, ‘지금 가서 샤워하고 잠 깨라. 그리고 바로 겜’ 등의 '협박'을 하며 A군에게 잠 잘 시간조차 제대로 주지 않았다.

    A군이 힘들어하자 ‘요즘 안 맞아서 영 맛이 갔네’ ‘문자 답 늦을 때마다 2대 추가’, ‘그냥 해라 미친 것. 살고 싶으면 해라’고 협박하는가 하면, A군에게 현금을 갈취하기 위해 ‘일하고 돈 받으라니까’, ‘어제 많이 했으니까 용돈 주세요. 이렇게’ 등 부모님에게서 용돈을 얻어 자신들에게 상납할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가해 학생들은 A군에게 ‘지금 내 기록 다 삭제하고 전체잠금으로 비번 걸어놔라’, ‘기록 다 삭제’ 등의 메시지를 보내 자신들의 범행 흔적을 없애려 시도하기도 했다.

    A 군 어머니도 경찰 조사에서 “사고가 난 뒤 휴대전화에서 아들의 이름이 지워진 것을 발견했다”고 의혹을 제기했으나, 경찰은 “A 군이 자신의 죽음을 가족들이 빨리 잊어주길 바라는 의도에서 직접 번호를 지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들의 유서로 '사실'을 알게 된 A군의 어머니는 2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학교에선 교칙대로, 경찰에선 법대로 처벌해야 한다. 가해자의 나이가 어리다고 그대로 넘어가서도 안 된다. 잘못한 만큼 벌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피해자를 막을 수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군 어머니는 “아이가 다니던 학교와 가해 학생 부모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다. 인터넷에 가해 학생 이름이 나돈다고 하던데 그러지는 말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동기 대구시 교육감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우주보다 귀한 생명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대구교육의 잘못을 철저히 인정한다"고 말했다. 우 교육감은 "철저하고 다양한 신고시스템으로 학교 안은 물론 학교 밖의 폭력도 없애고, 신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도록 사법당국과 협조해 보복 등의 행위에 대해 엄하게 처벌하도록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도 "2012년부터 연 2회에 걸쳐 모든 초ㆍ중ㆍ고등학교에서 학교폭력 피해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학교폭력 전문상담사 1,800명도 일선 학교에 배치하겠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교과부는 26일 오전에는 시·도부교육감 회의를 열어 학생보호에 대한 대책을 마련토록 당부했다.

    이에 A군이 다니던 학교 측은 “가해 학생 2명은 평소 내성적이었으며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친한 관계로만 알고 있었다. 담임교사도 깜짝 놀랄 정도로 범죄 사실을 몰랐다”고 변명했다.

    다음은 경찰이 공개한  A4용지 네 장 분량의 A 군의 유서이다.

  • "제가 그동안 말을 못했지만, 매일 라면이 없어지고, 먹을 게 없어지고, 갖가지가 없어진 이유가 있어요. 제 친구들이라고 했는데 ○○○하고 ○○○이라는 애들이 매일 우리 집에 와서 절 괴롭혔어요. 매일 라면을 먹거나 가져가고 쌀국수나, 용가리, 만두, 스프, 과자, 커피, 견과류, 치즈 같은 걸 매일 먹거나 가져갔어요.

    3월 중순에 ○○○라는 애가 같이 게임을 키우자고 했는데 협박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때부터 매일 컴퓨터를 많이 하게 된 거에요. 그리고 그 게임에 쓴다고 제 통장의 돈까지 가져갔고, 매일 돈을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제 등수는 떨어지고, 2학기 때쯤 제가 일하면서 돈을 벌었어요. (그 친구들이) 계속 돈을 달라고 해서 엄마한테 매일 돈을 달라고 했어요.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담배도 피우게 하고 오만 심부름과 숙제를 시키고, 빡지까지 써줬어요. 게다가 매일 우리 집에 와서 때리고 나중에는 ○○○이라는 애하고 같이 저를 괴롭혔어요.

    키우라는 양은 더 늘고, 때리는 양도 늘고, 수업시간에는 공부하지 말고, 시험문제 다 찍고, 돈벌라 하고, 물로 고문하고, 모욕을 하고, 단소로 때리고, 우리가족을 욕하고, 문제집을 공부 못하도록 다 가져가고, 학교에서도 몰래 때리고, 온갖 심부름과 숙제를 시키는 등 그런 짓을 했어요.

    12월에 들어서 자살하자고 몇 번이나 결심을 했는데 그때마다 엄마, 아빠가 생각나서 저를 막았어요. 그런데 날이 갈수록 심해지자 저도 정말 미치겠어요. 또 밀레 옷을 사라고 해서 자기가 가져가고, 매일 나는 그 녀석들 때문에 엄마한테 돈 달라하고, 화내고, 매일 게임하고, 공부 안하고, 말도 안 듣고 뭘 사달라는 등 계속 불효만 했어요.

    전 너무 무서웠고 한편으로는 엄마에게 너무 죄송했어요. 하지만 내가 사는 유일한 이유는 우리가족이었기에 쉽게 죽지는 못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제 몸은 성치 않아서 매일 피곤했고, 상처도 잘 낫지 않고, 병도 잘 낫지 않았어요. 또 요즘 들어 엄마한테 전화해서 언제 오냐는 전화를 했을 거예요. 그 녀석들이 저한테 시켜서 엄마가 언제 오냐고 물은 다음 오시기 전에 나갔어요.

    저, 진짜 죄송해요. 물론 이 방법이 가장 불효이기도 하지만 제가 이대로 계속 살아있으면 오히려 살면서 더 불효를 끼칠 것 같아요. 남한테 말하려고 했지만 협박을 했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쯤에 ○○○이나 ○○○이란 애들이 자세하게 설명해줄 거예요.

    오늘은 12월 19일, 그 녀석들은 저에게 라디오를 들게 해서 무릎을 꿇리고 벌을 세웠어요. 그리고 5시 20분쯤 그 녀석들은 저를 피아노 의자에 엎드려놓고 손을 봉쇄한 다음 무차별적으로 저를 구타했어요. 또 제 몸에 칼등을 새기려고 했을 때 실패하자 제 오른쪽 팔에 불을 붙이려고 했어요. 그리고 할머니 칠순잔치 사진을 보고 우리 가족들을 욕했어요. 저는 참아보려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어요. 걔들이 나가고 난 뒤, 저는 제 자신이 비통했어요. 사실 알고 보면 매일 화내시지만 마음씨 착한 우리아빠, 나에게 베푸는 건 아낌도 없는 우리엄마, 나에게 잘 대해주는 우리 형을 둔 저는 정말 운이 좋은 거예요.

    제가 일찍 철들지만 않았어도 저는 아마 여기 없었을 거예요. 매일 장난기 심하게 하고 철이 안든 척 했지만, 속으로는 무엇보다 우리 가족을 사랑했어요. 아마 제가하는 일은 엄청 큰 불효인지도 몰라요. 집에 먹을 게 없어졌거나 게임을 너무 많이 한다고 혼내실 때, 부모님을 원망하기보단 그 녀석들에게 당하고 살며 효도도 한 번도 안한 제가 너무 얄밉고 원망스러웠어요. 제 이야기는 다 끝이 났네요. 그리고 마지막 부탁인데, 그 녀석들은 저희 집 도어키 번호를 알고 있어요. 우리 집 도어키 번호 좀 바꿔주세요. 저는 먼저 가서 100년이든 1000년이든 저희 가족을 기다릴게요.

    12월 19일 전 엄마한테 무지하게 혼났어요. 저로서는 억울했지만 엄마를 원망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그 녀석들은 그날 짜증난다며 제 영어자습서를 찢고 3학년 때 수업하지 말라고 ○○○은 한문, ○○○는 수학책을 가져갔어요. 그리고 그날 제 라디오 선을 뽑아 제 목에 묶고 끌고 다니면서 떨어진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라 하였고, 5시 20분쯤부터는 아까 한 이야기와 똑같아요.

    저는 정말 엄마한테 죄송해서 자살도 하지 않았어요. 어제(12월 19일) 혼날 때의 엄마의 모습은 절 혼내고 계셨지만 속으로는 저를 걱정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냥 부모님한테나 선생님, 경찰 등에게 도움을 구하려 했지만, 걔들의 보복이 너무 두려웠어요. 대부분의 학교친구들은 저에게 잘 대해줬어요. 예를 들면 ○○○, ○○○, ○○○, ○○○, ○○○, ○○○, ○○○, ○○○, ○○○, ○○○, ○○○, ○○○, ○○○, ○○○, ○○○, ○○○ 등 솔직히 거의 모두가 저에게 잘해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에요. 저는 매일매일 가족들 몰래 제 몸의 수많은 멍들을 보면서 한탄했어요.

    항상 저를 아껴주시고 가끔 저에게 용돈도 주시는 아빠, 고맙습니다.
    매일 제가 불효를 했지만 웃으면서 넘어가 주시고, 저를 너무나 잘 생각해주시는 엄마, 사랑합니다.
    항상 그 녀석들이 먹을 걸 다 먹어도 나를 용서해주고, 나에게 잘해주던 우리 형, 고마워.
    그리고 항상 나에게 잘 대해주던 내 친구들, 고마워.
    또 학교에서 잘하는 게 없던 저를 잘 격려해주시는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저희 집 도어키 번호를 바꿔주세요. 걔들이 알고 있어서 또 문 열고 저희 집에 들어올지도 몰라요.

    모두들 안녕히 계세요.

    아빠 매일 공부 안 하고 화만 내는 제가 걱정되셨죠? 죄송해요.
    엄마 친구 데려온답시고 먹을 걸 먹게 해준 제가 바보스러웠죠? 죄송해요.
    형. 매일 내가 얄밉게 굴고 짜증나게 했지? 미안해

    하지만, 내가 그런 이유는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란 걸 앞에서 밝혔으니 전 이제 여한이 없어요. 저는 원래 제가 진실을 말해서 우리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었지만 제가 진실을 말해서 억울함과 우리가족 간의 오해와 다툼이 없어진 대신, 제 인생 아니 제 모든 것들을 포기했네요. 더 이상 가족들을 못 본다는 생각에 슬프지만 저는 오히려 그간의 오해가 다 풀려서 후련하기도 해요. 우리가족들, 제가 이제 앞으로 없어도 제 걱정 없이 앞으로 잘 살아가기를 빌게요.

    저의 가족들이 행복하다면 저도 분명 행복할 거예요. 걱정하거나 슬퍼하지 마세요. 언젠가 우리는 한 곳에서 다시 만날 거예요. 아마도 저는 좋은 곳은 못갈 거 같지만 우리가족들은 꼭 좋은 곳을 갔으면 좋겠네요.

    매일 남몰래 울고 제가 한 짓도 아닌데 억울하게 꾸중을 듣고 매일 맞던 시절을 끝내는 대신 가족들을 볼 수가 없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그리고 제가 없다고 해서 슬퍼하시거나 저처럼 죽지 마세요. 저의 가족들이 슬프다면 저도 분명히 슬플 거예요. 부디 제가 없어도 행복하길 빌게요.

    -우리 가족을 너무나 사랑하는 막내 ○○○ 올림-

    P.S. 부모님께 한 번도 진지하게 사랑한다는 말 못 전했지만 지금 전할게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