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문재인 이사장 지지율 절반에도 못 미쳐..부실한 조직기반은 어떻게?
  • 갈 길이 멀다.

    나가야 할 방향은 알고 있다. 내년 12월 대선출마.

    하지만 앞날은 험난하기만 하다. 바닥으로 추락한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본선 티켓을 얻을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구밀복검(口蜜腹劍·입엔 꿀 바르고 배엔 칼 찬)’ 다른 잠룡들은 이제껏 그래왔듯 그의 뒤를 바짝 쫓는다.

    갈라선 두 가족은 도무지 뭉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져 반목하다 급기야 임시 전당대회에서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후 반대파는 전당대회 야권 통합 결의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며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야권통합정당이 공식적으로 출범하는 자리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어딘가 답답해 보인다. 그가 보인 미소엔 그동안의 굴곡진 정치 인생을 반영하듯 씁쓸함이 그대로 묻어 있다.

    앞으로의 험난한 길을 짐작하기나 한 것일까. 손학규 대표의 얼굴에선 희비가 교차한다.

  • ▲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한국노총 통합(합당) 수임기관 합동회의에서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에게 길을 비켜주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한국노총 통합(합당) 수임기관 합동회의에서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에게 길을 비켜주고 있다. ⓒ연합뉴스

    ■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통합을 완수하고 당 대표를 마감하는 것은 저에게 더없는 영광입니다.”

    손학규 대표는 민주당, 시민통합당, 한국노총이 ‘민주통합당’으로 합당을 공식 결의한 16일 마지막 의원총회에서 대표직 사퇴의 소회를 밝혔다.

    진통 끝에 야권통합을 이뤄낸 뒤 1년2개월여(440일)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그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듯 이날 내내 홀가분한 표정으로 일정을 소화했다.

    손 대표는 오는 18일 민주통합당 임시지도부에 당권을 넘기는 것을 마지막으로 지방을 향해 떠났다. 향후 정국 구상을 위해서다.

    그는 당분간 짧은 휴식을 취한 후 통합정당의 안착과 내년 총선을 위해 당내 역할 찾기에 몰두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1년 앞으로 다가온 대권 행보에도 더욱 속도를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부 분열사태가 온전히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대권 행보는 그리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위 여건도 손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부실한 조직기반이 대표적이다.

    당 대표 시절 구축한 ‘손학규 사단’은 사실상 해체됐다. 서울시장 경선 직후의 사퇴 소동과 야권 통합 과정에서의 당내 세력 다툼을 거치며 하나 둘씩 그의 주변을 떠났다.

    이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호남권 인사들이 끌어내는 원심력이 손 대표가 장악하는 구심력보다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 역시 손 대표의 대권행보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 대표로 재임하면서 이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지난 임시전대에서 야권 통합에 반대하는 일부 당원들은 손 대표가 잊고 싶던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냈다.

    공지영 작가는 한-미 자유무역협상(FTA) 비준안 처리 이후 손 대표에게 “잘 몰라서 묻는 건데 한나라당에서 파견되신 분 맞죠”라며 비수를 꽂았다.

    ■ ‘3.1% vs 7.2%’ 문재인 지지율 절반도 안되는데···

    한 자릿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지지율이다.

    이대로라면 대선 본선 티켓은 물 건너갈 것이 뻔하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해 10.3 민주당 전당대회 직후 12.7%까지 치솟았던 손 대표의 지지율은 같은 해 11월 첫째 주 11.3%를 기점으로 12월 첫째 주 8.3%, 12월 넷째 주 7.7%로 곤두박질쳤다.

  • ▲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한국노총 통합(합당) 수임기관 합동회의에서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에게 길을 비켜주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안철수’라는 초대형주가 등장하면서 ‘대권주자 손학규’는 국민들의 기억에서 지워지기 시작했다.

    12월 현재 손 대표의 지지율이 바닥권을 면치 못하고 있음이 이를 방증한다.

    <리얼미터>가 최근 발표한 12월 둘째 주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29.0%의 지지율로 1위를 유지했다. 그리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6.1%를 기록하며 안 원장의 뒤를 바짝 추격했다.

    그렇다면 손학규 대표는?

    불과 3.1%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지지율(7.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여권 잠룡인 김문수 지사(3.3%)에게도 0.2%포인트 뒤졌다,

    다음으로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가 3.1%를 기록하며 손 대표와 동률을 이뤘고, 정몽준 전 대표가 3.0%로 근접하게 따라 붙었다.

    이어 한명숙 전 총리(2.7%), 이회창 전 대표(2.4%), 정동영 최고위원(1.9%) 순으로 나타났다.

    안철수-문재인 두 인사는 아직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데도 손 대표보다 지지율이 월등히 높다.

    손 대표가 대선 본선 티켓을 획득할 것으로 점치는 정치전문가들이 드문 게 현실이다.

    2012년 12월19일로 예정된 대선은 오늘로 367일 남았다.

    손학규 대표가 대권의 꿈을 위해 어떤 승부수를 띄울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