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진보연대 등 200여개 단체, "한미 군사연습 중단하고 남북대화 개시하라"
  • 사드배치 촉구를 요구하는 한 집회 참가자가 지난 6월 22일 성주 사드포대 기지 입구가 위치한 경북 성주군 소성리마을회관 앞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단 깃발을 흔들고 있다. ⓒ뉴데일리
    ▲ 사드배치 촉구를 요구하는 한 집회 참가자가 지난 6월 22일 성주 사드포대 기지 입구가 위치한 경북 성주군 소성리마을회관 앞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단 깃발을 흔들고 있다. ⓒ뉴데일리

     

    민주노총과 진보연대 등 20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8·15 범국민평화행동 추진위원회’가 광복절(8월15일)에 사드(THAAD) 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 등 호전성을 계속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철회하게 되면 심각한 안보 위기를 초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ICBM급 탄도미사일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2017년 들어 북한의 기습적인 미사일 도발은 통산 13번째다.

    ‘8·15 범국민평화행동 추진위원회’는 지난 3일 서울 정동에 위치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복절인 15일 오후 3시30분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1만 명이 참여하는 국민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추진위는 이 집회에서 사드 배치 철회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북제재 동참 중단과 남북대화 개시, 한미 군사연습 중단, 한일 위안부합의와 군사협정 철회 등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과 주한 일본대사관까지 행진을 벌이고 대사관을 에워싸는 형태의 ‘인간띠잇기’ 시위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추진위는 “이 땅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실현하는 것과 주권을 온전히 실현하는 것은 모두의 의무이자 권리”라며 “미·일 전쟁 패권 세력과 주권·평화를 내팽개친 사대 굴종 세력에 맞서 적극적인 평화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집회에서는 지난달 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사드 잔여 발사대 4기를 임시로 추가 배치하라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5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거나 집회를 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인데, 거기에는 합당한 논리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북핵 위협이라는 문제가 상존하고 있는데, 사드 배치부터 국방비 축소, 무장해제까지 가게 되면  북한에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강규형 교수는 이어 “조폭한테 돈 내면서 살아가야 하는 데 동의할 국민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를 임시지만 승인하는 제스처를 보였기 때문에 정부를 압박해서 사드배치 철회라는 목적을 거두려는 의도로 파악된다”면서 “미국과의 긴밀한 군사협조를 통해서 북한의 군사력과 도발을 억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드 철회를 주장하는 이유에 의문점이 든다”고 말했다.

    국제정치상의 용어인 ‘세력균형’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력균형이란, 경쟁이나 적대 관계에 있는 서로가 상대 진영에 힘에 대응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추게 되면 힘의 균형이 형성돼 충돌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한쪽 세력이 약해져 ‘힘의 공백’이 생기게 되면 세력균형 때와는 달리 충돌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사드 반대 집회에 대해 “대한민국 근간을 흔드는 단순한 시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명희 교수는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6.25 전쟁을 계기로 한미동맹이 맺어졌는데 사드 반대 집회는 이에 대해 전면 부정하는 행위”라며 “헌법차원에서 한미동맹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근간을 위태롭게 하고, 국가이익을 해치기 때문에 단순히 집시법 차원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엄정한 사안으로 정부가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드 반대 세력의 주장과는 달리 국민 대다수는 사드 배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 10명 중 7명은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에 찬성하고 있었다.

    지난 3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tbs 의뢰로 정부의 사드 발사대 임시 추가 배치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잘했다'는 찬성 의견은 71%를 기록, '잘못했다'는 반대 응답은(18.4%)로 각각 나타났다. 찬성 응답이 무려 4배가량 높은 수준이었다.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10.6%였다.

    이념성향과 상관없이 찬성여론이 우세했다. 특히 보수층(80.8%)의 지지율이 높은 가운데 중도층(71.7%), 진보층(66.6%) 순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85.1%), 경기·인천(72.1%), 서울(68.7%), 광주·전라(68.3%), 부산·울산·경남(66.7%), 대전·충청·세종(63.7%) 순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8월 2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134명에게 접촉해 최종 511명이 응답을 완료, 5.0%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무선(10%) 전화면접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p이다.

    경찰은 반(反)사드 단체의 집회와 관련해 대사관 앞쪽 행진만 허가하고 뒤쪽 행진에 대해서는 금지 통고를 했다. 현행 집시법에 따르면 대사관과 같은 외교 관련 기관은 건물 경계로부터 100m 이내 집회와 시위가 금지되기 때문에 미국 대사관 앞쪽 세종로 행진만 허가하고 대사관 뒤쪽 행진은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의 금지 통고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며 평화행진은서울행정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평화행동의 미·일 대사관 인간띠 잇기 시위가 성사될 전망이다.

    광복절에 주한 미국대사관을 포위하겠다는 이들의 행보를 두고 상당히 아이러니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은 카이로 선언과 포츠담 선언에서 일제의 전쟁 책임을 묻고 무력이나 강압으로 탈취한 영토를 반환하라고 명했었다. 연합국이 대한민국의 독립을 재확인했다는 의미다.

    또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미국의 원자폭탄이 투하된 후 1945년 8월 15일 일왕 히로히토가 항복을 선언하면서 전격적으로 대한민국의 해방이 이뤄졌다. 그렇게 일본군이 우리나라에서 떠나면서 일제의 식민통치는 막을 내리게 됐다. 미국의 힘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있을 수 없었다.

    한편,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세력의 주한 미국대사관 포위 집회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6월 24일 민주노총 등 수십 개 단체가 참여한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역시 같은 시도를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