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순방 통해 주변 4강 정상과의 대면외교 마쳐
  •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이 7일 오전(한국시각) 독일 함부르크 주재 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한미일 3국정상 만찬회동에 앞서 취재진의 사진 요청에 응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이 7일 오전(한국시각) 독일 함부르크 주재 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한미일 3국정상 만찬회동에 앞서 취재진의 사진 요청에 응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두 달만에 열린 대규모 다자외교 무대 덕분에 국제사회에서의 '친구'와 '적'을 빠르게 분별할 수 있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을 공식실무 방문한데 이어, 이달에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미국·일본·중국·러시아 주변 4강 정상들과 한 차례 이상씩 정상회담을 가졌다.

    일본·중국·러시아의 경우, 일일이 별도로 양자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하려면 일정 조율, 의제 조정, 의전 논의 등으로 수 개월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데, 취임 직후에 마침 대규모 다자외교의 무대가 열리면서 가장 압축적이고 효율적으로 주변 4강과의 정상외교를 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주변 4강과의 정상외교에서 얻은 성과라면, 냉혹한 국제정치의 무대에서 우리의 '친구'가 누구이고 '적'이 누구인지 분명히 분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새로운 대북 정책 구상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은 이해와 지지의 의사를 밝혔다. 뿐만 아니라 6·25에 참전한 이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세계의 일원으로서 60년 이상 우방이자 준동맹의 관계에 있던 캐나다·호주 등의 정상들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당초 미일 등이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을 지지할 것인가와 관련해서는 해당국 정치권 뿐만 아니라 심지어 우리 사회 일각에서도 의구심 섞인 의견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 등 동맹국 정상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예정을 훌쩍 뛰어넘는 오랜 시간을 마주앉아 소통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서 일단 지지의 의사를 밝혔다.

    이것은 '친구'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북한 문제를 내가 내 생각대로 한 번 주도적으로 해결해보겠다"고 팔을 걷고 나선 우방국의 정상에 대해, 믿고 맡기는 심정으로 이해와 지지를 보냈다는 분석이다.

    반면 우리 정부가 '추가적인 역할'에 기대를 걸었던 중국의 태도는 냉담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추가적인 역할'을 요청받자 "중국은 지금까지 충분하게 역할을 해오고 있다"며 "충분하게 노력하고 있는데 국제사회가 중국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되레 화를 냈다.

  •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오후(한국시각) 독일 베를린의 자신이 묵고 있는 숙소에서 한중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제자리에 가만히 선 채로 오른손을 들고 문재인 대통령이 악수를 하러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오후(한국시각) 독일 베를린의 자신이 묵고 있는 숙소에서 한중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제자리에 가만히 선 채로 오른손을 들고 문재인 대통령이 악수를 하러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뿐만 아니라 "북한과는 혈맹의 관계를 맺어왔고, 많은 관계 변화가 있었지만 (혈맹)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과는 25년 전에 수교했다"고 냉정히 선을 그었다.

    "북한과 혈맹"임을 단언하며, 25년 전에 수교한 우리나라와는 등급을 달리하는 듯한 친선 관계를 우리나라 대통령 앞에서 공공연히 밝히는 모습에서 많은 우리 국민들은 충격을 받은 게 사실이다.

    그간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의 경제 교류와 통상 무역, 상호 투자 및 기업 진출 규모 등은 북·중 간의 경제 규모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한과의 외교관계에 비교해 우리를 '2류'로 놓고 있었던 셈이다.

    이밖에 시진핑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중정상회담의 자리에서 요청했던 사드 보복 철회나 G20정상회의에서 북한 관련 내용의 공동선언 채택 등을 모두 일축했다.

    중국의 자칭 '전승절'에 참석하는 등 중국에 대한 '짝사랑'을 계속했던 전직 대통령만 모양새가 이상해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전임자의 실패의 전철을 되밟지 않으려면, 중국에 대해 냉정한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주로 극동·연해주의 개발 등 경제 문제를 중심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환담을 나눴지만, 북한·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예민한 사안"이라며 "아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사실상 추가적인 고강도 압박과 제재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이 추구하는 '북한이 감내할 수 없을 정도의 압박과 제재를 해서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다시 끌어내는 정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라도, 국제사회에서 이 정책을 지지해줄 '친구'와 훼방할 '적'을 잘 구분해 운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르는 이유다.

    다만 정부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한미일 대 북중러의 구도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9일 오전(한국시각) 이번 G20정상회의 독일 동행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북핵의 완전한 폐기라는 점은 중러와 한미일을 넘어 국제사회의 공통된 목표"라며 "방법론에 있어서는 서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제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긴밀한 소통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변국과 긴밀한 공조가 있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라며 "한미일이다, 중러다, 그런 대립 구도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