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만날 용의 있다" 대화 제안 수준 '정상회담'까지 격상
  •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한국시각) 독일 통일조약 협상이 이뤄졌던 구 베를린시청에서 자신의 평화 구상인 베를린 구상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한국시각) 독일 통일조약 협상이 이뤄졌던 구 베를린시청에서 자신의 평화 구상인 베를린 구상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장벽의 붕괴와 흡수통일의 현장인 독일 베를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구상, 이른바 '베를린 구상'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오후(한국시각) 독일통일조약 협상이 이뤄졌던 구 베를린시청(알테스 슈타트하우스)에서 열린 쾨르버재단 초청연설에서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의 테이블에 나올 것을 촉구하는 한편 자신이 추진할 통일정책의 구상을 설명했다.

    이날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과의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하는 한편 △10월 4일 이산가족 성묘 방문 △평창동계올림픽에 북측 선수단 참가 △군사분계선에서의 상호 적대행위 중단을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며 "핵 문제와 평화협정을 포함해 남북한의 모든 관심사를 대화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할 수 있다"고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동시에 자신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관여했던 노무현정권 시절의 10·4 정상선언 10주년이 올해 추석과 겹치는 것을 노려, 올해 10월 4일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가질 것을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석이라는 점을 감안해 성묘 방문까지 포함할 것을 제안했으며, 북한이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 측만이라도 할 의향도 내비쳤다.

    이외에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의 참가를 촉구하고, 군사분계선에서의 상호 적대행위 중단을 제안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처럼 정상회담을 포함한 대화 제안을 던진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반드시 대화를 선택해야 한다고 '통첩' 성격의 엄포를 놓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로 이틀 전에 있었던 미사일 도발은 매우 실망스런 선택"이라며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모처럼 대화의 길을 마련한 우리 정부로서는 유감"이라고 실망감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러면서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를 바란다"며 "지금이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했다.

    한편으로 북한이 대화를 선택할 경우, 이른바 '체제 보장'을 하겠다는 뜻도 곁들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한다"며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어 "한미 양국은 북한에 대해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천명했다"며 "북한의 선택에 따라 국제사회가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할 수 있다"고도 했다.

    나아가 "이제 북한이 결정할 일만 남았다"며 "만일 북한이 핵 도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처럼 독일통일조약 협상이 이뤄졌던 곳을 찾아 연설했지만, 흡수통일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은 의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독일의 통일 과정이야말로 장벽 붕괴라는 '급변사태'를 거쳐 동독이 서독에 전형적으로 '흡수통일'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통일은 쌍방이 공존공영하면서 민족공동체를 회복해가는 과정"이라며 "통일은 평화가 정착되면 언젠가 합의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뤄질 일"이라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독일의 통일 과정과 오늘날 남북한 상황, 김정은 정권의 비상식적 특수성에 관한 냉정한 진단이 결여된 비현실적인 구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