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 정병국 자서전 내용으로 홍준표 비판…또 다시 내홍 노출
  • 오는 7·3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자로 출마한 원유철 의원.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오는 7·3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자로 출마한 원유철 의원.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자유한국당 당권주자인 원유철 후보가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의 자서전 내용을 근거로 홍준표 후보를 공격하자, 발끈한 홍 후보가 사진 촬영을 보이콧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극에 다다른 계파갈등을 끝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당권주자들의 리더십과 대응이 다소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유철 후보와 홍준표 후보는 26일 오후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충돌했다.

    사건의 발단은 바른정당의 초대 대표를 지낸 정병국 의원이 출간한 저서에 홍 후보에 대한 내용이 실리면서 시작됐다. 정 의원은 이날 출간한 저서 '나는 반성한다'에서 "홍 전 지사가 성완종리스트 사건으로 항소심 재판을 앞둔 지난 2월 26일, '무죄 판결을 받으면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주장했다.

    정병국 의원은 "홍 후보가 자유한국당에서 친박을 몰아낼 테니 이후 당을 합치자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믿지는 않았다"며 "친박과 그 지지층에 기대어 대선에 출마하고 20%대 지지율을 받았다는 것에 만족하는 모양새"라고 했다. 홍 후보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이를 원유철 후보가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사태가 커졌다. 원 후보는 "충격적인 소식은 바른정당 소속의 정병국 의원이 발표한 책에 놀랍게도 우리의 대통령 후보셨던 홍 후보께서 창당시 바른정당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측근을 통해 밝혔다"고 인용했다.

    이어 "저는 홍준표 후보가 2심 무죄가 확정됐을때 정말 기뻤다"며 "페이스북에도 '홍준표 지사님 무죄확정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자유한국당에 즉각 입당하시라'라고 썼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정말로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홍 후보께서 만일 바른정당 합류 의사를 타진했다면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며 "보수가 균열해 대선 필패가 자명하다 할 때 6인의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국민의 마음에 드는 훌륭한 분을 비대위원장에 놓고 보수를 대통합해 정권을 창출하자고 호소할 때 홍 후보께서는 바른정당에 가려했다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날 홍 후보는 추첨 순서에 따라 당대표중 첫번째로 발언했다. 결국 원 의원의 발언에 반론할 기회는 없었던 셈이다. 홍 후보는 우선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해명을 할 시간적 기회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홍 후보는 격분, 후보 합동인사는 물론 기념사진 촬영도 거부하고 그대로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 홍준표 후보는 26일 페이스북에 "아직도 거짓말로 내부 총질해서 정치적으로 커보려고 하는 사람이 남아있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썼다. ⓒ홍준표 페이스북 화면 캡처
    ▲ 홍준표 후보는 26일 페이스북에 "아직도 거짓말로 내부 총질해서 정치적으로 커보려고 하는 사람이 남아있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썼다. ⓒ홍준표 페이스북 화면 캡처

     

    홍준표 후보는 이후 페이스북에 "내부 총질을 통해 정치적으로 큰 사람들은 대부분 당을 떠났는데 아직도 거짓말로 내부 총질을 해서 정치적으로 커보려 하는 사람이 남아있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현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는 더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홍 후보는 "바른정당 창당 후 주호영 원내대표가 아침·저녁으로 오라는 전화를 했지만 재판중이라 말할 수 없다고 했고, 윤한홍 의원이 탈당한다고 할때도 못하게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대구·울산시장에도 전화해 탈당을 만류했다. 그래서 영남권 단체장의 탈당이 없었던 것"이라며 "반기문 총장이 한 달 버티기 어려울 것이니 지켜보라는 말을 경남도청 실·국장 회의서 공개적으로 이야기 한 뒤 바른정당은 나에게 연락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원유철 후보가 단정적으로 저렇게 말하는 것을 용서치 않는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고 당원과 국민들에게 공개 사과하지 않으면 내가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정병국 의원에 대해서도 "그가 왜그랬는지 안다. 나이가 60대임에도 아직도 당신이 소장·개혁파냐고 비판한 일이 있다"며 "남원정 이야기 할 때, 우스갯소리로 요정 이름이냐고 한 적도 있다"고 비판했다.

    두 후보자의 갈등이 극에 달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같은 해프닝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권주자들이 좀 더 포용적인 리더십을 갖춰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가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전 대표와 맞붙었을 당시 상황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 2015년 1월 31일 새정치민주연합의 2·8 전당대회 서울 합동연설회 당시 모습. ⓒ뉴데일리 DB
    ▲ 2015년 1월 31일 새정치민주연합의 2·8 전당대회 서울 합동연설회 당시 모습. ⓒ뉴데일리 DB

     

    지난 2015년 박지원 전 대표는 비노계의 수장격으로 2·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 친노의 지원을 등에 업은 문재인 전 대표와 맞붙었다. '친노 패권주의'가 횡행해 문재인 전 대표의 강세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언론에서도 친노와 비노 간의 '건곤일척'으로 구도를 잡았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지 않았다. 그는 "문재인 의원은 대권에 나가시라. 문 의원은 대선에서 역대 야당 후보 가운데 최다 득표를 한 새정치연합의 자산"이라며 그를 한껏 치켜세웠다.

    또한 "대통령 후보는 중도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당 대표가 대신 대여 공세를 강하게 해야 한다"며 "새정치연합은 친노, 비노가 7년간 싸워 대선에서 실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대 후보를 높이면서 자신이 적임자임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런 박지원 전 대표의 리더십은 새정치민주연합 당원들을 움직였다. 박 전 대표는 당원 여론조사에서 46.29%로 44.41%를 획득한 문재인 후보를 근소히 앞섰다. 권리당원 ARS에서도 45.46%를 획득, 39.98%를 얻은 문재인 전 대표를 이겼다. 비록 대의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에 밀려 당대표가 되지는 못했지만 문재인 전 대표를 상대로 괴력을 보여준 셈이다. 자유한국당 당권 후보들에게 이러한 전략과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뒤따르는 이유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원유철 후보는 바른정당 의원의 저서 내용을 당 행사에서 그렇게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있었나"라며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홍준표 후보도 좀 더 대담하게 논란을 정리했으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