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외교·통일 라인, ‘전대협’ 출신 포진 또는 盧정권 지지층 재입성할 수도
  • ▲ 11일 청와대 춘추관에게 기자들에게 인사하는 조 국 청와대 민정수석.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1일 청와대 춘추관에게 기자들에게 인사하는 조 국 청와대 민정수석.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0일자로 문재인 정부가 공식출범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서 훈 국정원장, 조 국 민정수석 등을 내정했다. 80년대 후반 주체사상을 앞세운 ‘전대협’ 의장 출신이 청와대 비서실장이 된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은 “내정을 재고해 달라”는 반응을 내놨다.

    자유한국당은 하지만 서 훈 국정원장 내정자에 대해서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으로 망명한 前국정원 직원 김기삼 변호사의 회고록에 따르면, 서 훈 내정자는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북비밀송금의 실무자였다고 한다.

    11일 현재 여론의 관심은 문재인 대통령이 통일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으로 누구를 낙점할 것인지에 쏠려 있다. 현재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사람으로, 통일부 장관에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부 장관에는 송영길 의원과 함께 외교관 출신인 정의용 前의원, 이수혁 前6자 회담 수석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통일부 장관에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통일부 안팎과 여의도에서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오는 16일 선출이 있는데 여기에 맞춰 우상호 의원이 통일부를 맡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1962년 강원도 철원 태생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987년 연세대 총학생 회장으로 대규모 시위를 이끌며 전대협 부의장을 맡았었다. 그는 1995년 8월 부여 간첩사건에도 연루된 바 있다. 당시 합동수사본부 발표에 따르면, 北남파간첩 김동식·박광남은 한국으로 침투한 뒤 이인영 당시 전대협 동우회장, 우상호 당시 청년정보문화센터 소장, 허인회 前고려대 총학생회장, 함운경 씨 등과 만나 “함께 통일운동을 하자”며 포섭을 시도했다고 한다.

    이때 김동석·박광남과 만났던 이인영, 우상호, 허인호, 함운경 등은 남파 간첩과 만난 사실을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인영·우상호는 이때 검찰에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해 신고할 가치를 못 느꼈다”고 주장해 기소를 면했다.

  • ▲ 2016년 5월 원내대표가 된 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만난 우상호 의원. ⓒ뉴데일리 DB.
    ▲ 2016년 5월 원내대표가 된 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만난 우상호 의원. ⓒ뉴데일리 DB.


    우상호 원내대표는 2000년 4월 총선 때 故김대중 前대통령이 영입한 ‘운동권 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서울 서대문구에서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盧정권 시절인 2004년 4월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재출마해 국회의원이 됐다. 이후 2012년과 2016년 총선에서 당선됐다. 19대 국회에서는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했고, 남북관계에 관심이 많다.

    국어국문학 전공으로 등단 시인이기도 한 우상호 원내대표는 글 솜씨와 언변이 좋아 열린우리당, 통합민주당, 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대변인 등을 지냈다.

    2009년 12월 국회에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논란이 일었을 때에도 이름이 거론됐다. 2004년 설립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은 2005년부터 북한 관영매체나 북한 당국이 저작권을 갖고 있는 자료들의 저작권료를 걷어 북한에 보내던 단체였다.

    이 단체는 2005년부터 북한 작가의 소설이나 역사서 등을 출판하던 국내 소형 출판사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 합의금을 받아내 이를 북한 당국에 전달했다고 한다. 2009년 12월 논란이 될 때까지 이 단체가 북한에 준 저작권료는 67만 6,525달러였다고 한다.

    당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의 이사장은 임종석, 상임고문은 이미경 당시 민주당 사무총장, 부이사장은 송영길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과 우상호 당시 민주당 대변인이 맡고 있었다.

    이런 문제를 윤상현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제기하자 통일부는 “해당 단체의 사업 파트너인 北저작권 사무국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고 있고, 저작권료가 저작권자에게 전달됐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밝혔고,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 저작권료라며 국내 소형 출판사로부터 받은 돈 가운데 1억 2,700만 원을 북한에 전달하지 않고 보관하다 정부로부터 지적을 받은 뒤 법원에 공탁한 사실도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또한 2004년 8월에는 열린우리당 내의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입법추진위원회’에 참여했고, 2006년 10월 20일에는 소위 ‘북한 접대원과의 춤판’ 논란이 일었던 개성공단 방북 때 故김근태 의원, 천정배, 이미경, 원혜영, 이계안, 이목희 의원과 동행했다.

  • ▲ 2006년 10월 20일 당시 '춤판' 논란을 빚었던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개성공단 방북. 이때는 북한이 첫 핵실험을 실시한 뒤여서 방북 반대여론이 비등했을 때다. ⓒ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6년 10월 20일 당시 '춤판' 논란을 빚었던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개성공단 방북. 이때는 북한이 첫 핵실험을 실시한 뒤여서 방북 반대여론이 비등했을 때다. ⓒ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통일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으로 동시에 거론되는 송영길 의원은 인천광역시장으로 재임하면서 ‘중국통’으로 알려졌다.

    1984년 연세대 총학생 회장이자 전대협 부의장을 맡았던 송영길 의원은 이후 사법고시에 합격, 변호사로 활동했다. 1999년 인천 강화지역 재보궐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하고, 2000년 4월 제16대 총선에서 당선돼 정치인이 됐다. 2004년, 2008년 총선에서 연승을 한 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인천광역시장에 출마, 당선돼 지자체장으로 변신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은 연평도를 찾은 자리에서 북한군의 포격으로 불에 탄 소주병을 들고서 “이거 진짜 폭탄주네”라고 말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한바탕 비난을 받기도 했다.

    송영길 시장은 이후 송도 신도시, 청라 신도시, 영종하늘신도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갖기 시작했고, 이후 ‘중국통’으로 불리게 됐다.

    하지만 송영길 의원을 ‘중국통’이라고 평가하는데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중국 정부가 ‘사드(THAAD, 종말 고고도 요격)’의 한국 배치를 두고 반발하자 먼저 중국 공산당을 찾아가 관계자들을 만나고 온 것과 2011년 11월부터 영종 하늘 신도시에 ‘150만 달러 투자 이민제’를 적용한 일 때문에 ‘중국통’이 아니라 ‘친중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2010년 11월 23일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한국군의 호국훈련이 북한을 자극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한 것, 2016년 12월 “세월호와 천안함 모두 잠수함과 부딪혀 침몰한 게 아니냐”는 주장을 SNS에 올린 것을 언급하며 “친북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 ▲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현장을 찾은 송영길 당시 인천시장은 '폭탄주' 발언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당시 YTN 돌발영상 화면캡쳐
    ▲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현장을 찾은 송영길 당시 인천시장은 '폭탄주' 발언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당시 YTN 돌발영상 화면캡쳐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송영길 의원에 이어 외교부 장관으로 언급되는 사람은 외무고시 5기 정의용 前제네바 유엔 대표부 대사, 외무고시 7기 이태식 前미국 대사, 외무고시 9기 이수혁 前국정원 1차장, 외무고시 15기 조병제 前말레이시아 대사, 김기정 연세대 교수 등도 있다.

    하지만 이수혁·정의용·이태식 前대사는 윤병세 現외교부 장관(외무고시 10기)보다 기수가 높아 신임 장관에 발탁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때문에 盧정권 시절의 대외전략 가운데 하나인 ‘동북아 균형자론’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고, 최근에는 “사드를 배치하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다”는 주장을 펼친 김기정 연세대 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첫 외교부 장관이 될 것이라고 관측하는 시각도 있다.

    이 같은 하마평이 문재인 대통령의 속마음을 모두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주요 인사 인선을 보면 향후 장관 인선도 비슷한 식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즉 盧정권 시절을 함께 보냈던 사람들이나 소위 ‘진보 성향’이 강한 정치인 또는 전직 관료, 학자 등이 유력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만약 일각의 관측대로 우상호 원내대표가 통일부 장관에, 송영길 의원이나 김기정 연세대 교수가 외교부 장관이 된다면, 문재인 정부의 대외전략은 과거 盧정권의 ‘동북아 균형자’보다 더욱 과격한 형태의 ‘기계적 중립 추구’ 전략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정부의 압력으로 고립무원에 빠진 북한을 두고, 한국을 ‘유일한 외부 통로’로 만들어 남북 교류를 활성화시키려는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렇게 되면 대북지원 또한 10년 전처럼 늘어나면서 북한 김정은 체제의 수명을 연장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 ▲ 환하게 웃으면서 박수치는 김정은. 지금 한국 대선결과를 보는 김정은은 어떤 기분일까. ⓒ러시아투데이(RT) 북한관련 보도화면 캡쳐
    ▲ 환하게 웃으면서 박수치는 김정은. 지금 한국 대선결과를 보는 김정은은 어떤 기분일까. ⓒ러시아투데이(RT) 북한관련 보도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