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서는 6.15 선언보다 김정일이 당 중앙위 업무 시작한 6.19가 더 큰 의미
  • ▲ 2000년 6월 15일 남북공동선언 당시 만찬 모습. 북한에서는 6.15공동선언보다는 김정일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사업을 더욱 중시한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0년 6월 15일 남북공동선언 당시 만찬 모습. 북한에서는 6.15공동선언보다는 김정일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사업을 더욱 중시한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요즘 모처럼 기대했던 6.15공동행사가 무산되어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같이 행사를 하자고 한 북한에서는 그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북한의 노동당은 6.15에 대해 별로 의의를 부여하지 않는다. 6월 19일은 김정일 위원장이 당중앙위원회에서 사업을 시작한 날이다. 북한은 벌써 이날을 기념하느라 분주하다.

    신문과 방송에 그와 관련된 기념프로그램과 기사가 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날에는 북한의 모든 기관, 공장, 기업소 등에서 기념강연회와 기념보고회를 한다. 무도회도 열고 기념공연도 한다. 모든 주민들은 이 행사에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그러나 6.15는 당일만 기념한다. 신문이나 방송도 하루, 행사도 평양에서만 그것도 일부 간부, 주민들만 참가해서 치르곤 했다.

    사실 북한으로서는 6.15를 중요하게 기념해야 할 이유가 없다.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할 때 남한분위기는 요란했다고 하지만 북한은 아니었다. 한쪽에서 사람들이 굶어 죽어나가고 나의 생존자체가 문제로 되는 상황에서 통일이란 거리가 먼 남의 이야기였다. 더욱이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정부가 통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북한에서는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될 때 감동이 더 컸다. 통일을 막고 있는 세력이 남한 정부와 미국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던 북한주민들은 남쪽이 통일을 하자는 성명서에 사인했으니 정말 얼마 있으면 통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어렴풋한 희망을 가졌다.

    김일성 주석과 김영삼 대통령이 회담을 한다고 했을 때 일반 주민들은 김일성 주석만 나서면 통일이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일성 주석의 감화력이면 김영삼 대통령을 얼마든지 설득시킬 것이라 믿어마지 않았다. 동유럽이 붕괴되고 동독이 흡수통일 되었는데 김일성이 남북을 통일하다니…. 북한주민들은 그렇게 세계정세에 어두웠다.

    이번에 북한은 남한정부가 모처럼 승인한 남북공동행사를 무산시켰다. 하기는 처음부터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는 행사였다.

    남한만 하고 싶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북한은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누구보다도 김정은이 남한과 대화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후지모도 겐지가 김정은의 승벽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지만 그는 천성적으로 승벽이 센데다가 어려서부터 궁궐에서 모든 사람들을 종으로 부리며 자랐다. 그러다보니 나이가 든 아버지뻘 되는 간부들을 어린이처럼 다루어서 뉴스거리로 되고 있다.

    그는 남쪽에 지고 산다는 것도 참을 수 없다. 김정일 위원장은 핵을 만들어서 자기를 지킬 최후의 수단을 가지는 것으로 만족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다르다.

    연평도 사건이며 천안함 폭침 등은 단순히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한국에 지고 있는 현실을 참을 수 없기 때문에 벌인 행동이다. 그는 남한을 이기고 싶어서 비행기공장에도 가고 군함도 늘이고 미사일 시험에도 참가하고 있다.

    그런데 남한은 그의 이러한 성격을 맞추어주지 않고 있다. 작년에 그의 특사격인 북한 3인방이 남한에 왔을 때 그의 뜻을 헤아려 맞춰주지 못했다. 개성공단 노임을 올리라고 했는데도 올리지 않았고 금강산 관광도 열지 않고 있다. 남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비위를 긁고 있는 것이다.

    바쁜 것은 아래 사람들이다. 남한과 일을 안 해도 문제고 해도 문제다 하더라도 조심히 눈치를 보아가며 해야지 잘못하면 목숨이 위험하다. 그래서 모처럼 남한과 만나고 행사계획도 만들었지만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이런 경우에는 먼저 남한을 때리는 것이 수다. 그래서 즉시 남한에 책임을 전가하는 성명서를 내고 남한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요즘 “대북관계는 대남관계”라는 말이 있다. 북한문제 때문에 오히려 남한내부가 더 시끄러운 현실을 빗댄 말이다. 마찬가지로 북한에 있어서도 “대남관계는 대북관계”다. 남한과의 관계개선으로 인해 북한주민에게 미칠 영향이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남관계는 대김정은 관계” 형국이 되었다. 사람의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8.15행사도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많은 사람들이 통일을 바라고 남북관계가 개선되기를 희망하지만 그래도 더 절실히 바라는 사람은 그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 남한의 북한 관련 사업자와 북한의 남한문제를 담당하는 자들이다.

    북한에 남한과 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라는 실무자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이다. 비록 6.15행사는 무산되고 남한은 행사파탄의 범인이라는 터무니없는 비난을 받았지만 요즘같이 삼엄한 시기에 그들이 무사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현인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북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