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선전매체 보여준 미사일과 군 레이더로 파악한 미사일 사정거리 크게 달라
  • ▲ 北선전매체가 지난 8일 공개한 대함미사일 발사장면. 이 모습으로만 보면 Kh-35가 분명해 보인다. ⓒ北선전매체 화면 캡쳐
    ▲ 北선전매체가 지난 8일 공개한 대함미사일 발사장면. 이 모습으로만 보면 Kh-35가 분명해 보인다. ⓒ北선전매체 화면 캡쳐

    지난 8일은 북한 인민군 창건 기념일이었다. 김정은은 이날 직접 인민군 해군을 찾아 훈련모습을 참관했다. 북한 선전매체들은 이날 인민군 해군이 새로 공개한 스텔스 형상의 고속정(농어급)에서 대함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보도했다.

    같은 날 오후 4시 20분부터 오후 5시 10분 사이, 한국군은 북한 인민군이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 5발을 발사한 것을 잡아냈다.

    이튿날 국내 언론들은 북한군이 발사한 미사일이 일명 ‘하푼스키’로 불리는 ‘Kh-35’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분석의 근거는 북한 선전매체들이 공개한 영상이었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은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미사일의 사정거리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는 지적이었다. 


    Kh-35 우란, 일명 ‘하푼스키’


    국내 언론들이 보도한 ‘하푼스키’의 정식 명칭은 ‘Kh-35U 우란(Uran)’이다. 서방 국가에서는 ‘SS-N-25 스위치 블레이드(Switchblade)’ 또는 ‘하푼스키’라고도 부른다.

    러시아 즈베즈다社가 1983년부터 2003년까지 만들어 낸 이 미사일은 함정 공격용으로 서방 국가에서 널리 사용하는 ‘하푼’과 매우 비슷하다. 가격은 3분의 1(약 50만 달러) 수준이다.

    길이 3.85m, 폭 0.42m, 날개 폭 1.33m, 무게 520kg이며 터보 팬 엔진을 달고 마하 0.8의 속도로 최대 130km 밖에 있는 목표를 맞춘다. 145kg짜리 고폭탄 탄두를 장착하고 있어, 배수량 5,000톤급 전투함도 한 발만 맞으면 치명타를 입는다.

    이 미사일도 매우 위협적이다. 수상 전투함은 물론 헬기나 전투기에도 장착할 수 있고, 지상에서도 쓸 수 있을 정도로 범용성이 넓다.

    표적을 향해 날아갈 때는 수면 10~15m의 저공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구형 방공레이더에는 잘 걸리지 않는다. 마지막에 표적을 확인한 뒤에는 하늘 높이 솟았다가 떨어지기 때문에 적에게 충격을 크게 준다.

    이런 특징들이 AGM-84 하푼과 비슷해 서방 국가에서는 ‘하푼스키’라 불렀다.

  • ▲ 러시아가 제작한 Kh-35 하푼스키의 근접사진.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러시아가 제작한 Kh-35 하푼스키의 근접사진.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러시아는 ‘Kh-35’를 여러 나라에 판매했다. 현재 ‘Kh-35’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 인도, 베네수엘라, 알제리, 베트남, 미얀마, 그리고 북한이다.

    하지만 ‘Kh-35’ 미사일은 21세기 들어, 예전에 비해서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이나 미국, 일본 등 서방국가의 수상 전투함에는 사격통제시스템에 의해 전자동으로 대응하는 CIWS(근접방어무기)를 갖춰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 CIWS는 사정거리는 짧지만 마하 2 이하의 속도로 날아오는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어 마하 0.8의 속도로 돌진하는 ‘Kh-35’는 격추가 가능하다.

    그런데 북한이 지난 8일 동해로 발사한 미사일이 일부 군사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3M-54 Klub, 일명 SS-N-27 시즐러


    북한 선전매체가 스텔스 고속정에서 발사하는 것으로 보여준 ‘Kh-35’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130km. 반면 한국군에서 포착한 북한 단거리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200km 내외. 북한이 ‘Kh-35’를 개량한 것일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다른 종류의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

    그 중에서도 몇 년 전부터 국내외 정보 전문가들이 의심하던 종류가 있다. ‘3M-54 Klub’이라는 미사일이다.

    ‘3M-54 클럽’ 미사일은 舊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가 야심차게 개발한 다목적 미사일이다. 노바토르 설계국에서 제작한 ‘3M-54 클럽’ 미사일은 기존의 대함 미사일에 비해 사정거리가 길고 빠르며, ‘펀치력’이 강력하다.

    ‘3M-54 클럽’은 특이하게도 수상 전투함이나 잠수함의 수직발사대(VLS) 어디에다 장착, 발사할 수 있으며, 탄두만 바꾸면 수상 전투함, 잠수함, 지상 목표물, 심지어 항공모함까지 공격할 수 있다. 이렇게 교체 가능한 탄두 종류는 5가지나 된다. 러시아는 현재 공중발사형도 개발 중이다.

  • ▲ 3M-54 우란의 근접사진. 北선전매체 속 미사일과는 전혀 다르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3M-54 우란의 근접사진. 北선전매체 속 미사일과는 전혀 다르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때문에 ‘3M-54 클럽’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러시아판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이라고 불렀지만 상당히 큰 차이점이 있다. 바로 ‘속도’다.

    미국제 토마호크 미사일의 속도는 마하 0.9 내외. 반면 ‘3M-54 클럽’은 발사한 직후에는 마하 0.9 내외지만 목표에 가까워지면 마하 2.9로 가속한다. 이 정도 속도면 서방 국가의 해군이 장비한 CIWS로 막아낼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

    이 ‘3M-54 클럽’ 미사일은 수출형 모델이 별도로 있다. 그 가운데서 북한이 보유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종류는 ‘3M-54E’로 보인다.

    ‘3M-54E’는 길이 8.2m, 폭 0.53m, 사거리 220km 가량으로 200kg의 탄두를 장착하고 표적 근처에서는 마하 2.9의 속도를 낸다. 그런데 이 미사일을 상업용 컨테이너로 위장한 무기가 있다. 수출명은 ‘클럽-K’라고 한다. 


    유튜브 달궜던 테러리스트의 전략무기 ‘클럽-K’


    2010년 4월 러시아 매체들도 보도했던 ‘클럽-K’는 ‘3M-54E’ 미사일 4발을 24피트 컨테이너에 담고, 그 내부에 사격통제장치와 레이더까지 갖춘 무기다. 제조업체 ‘모린폼 시스템-아가트 JSC’는 ‘클럽-K’를 ‘판도라의 상자’라고 부르며 홍보했다.

    ‘클럽-K’의 홍보 영상이 유튜브에 등장했을 때, 군사전문가들은 크게 우려했다. 가격도 저렴한데다 일반 컨테이너의 모습을 갖고 있어 국제 테러조직들이 군침을 삼킬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 ▲ '클럽-K' 홍보 동영상 가운데 한 장면. 일반 컨테이너가 미사일 발사대로 변신한다. ⓒ유튜브 동영상 캡쳐
    ▲ '클럽-K' 홍보 동영상 가운데 한 장면. 일반 컨테이너가 미사일 발사대로 변신한다. ⓒ유튜브 동영상 캡쳐

    실제 ‘클럽-K’의 홍보 동영상을 보면 이런 우려가 이해가 된다. ‘클럽-K’를 장착한 컨테이너를 실은 소형 상선이 적국 인근으로 접근한다. 상선의 경우 국제법에 따라 ‘무해통항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영해 주변까지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이후 목표물이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상선에 있던 컨테이너가 미사일 수직발사대로 변신한다. 발사된 미사일은 수면 10~15m 위를 마하 0.9 내외의 속도로 비행하며 목표물을 향한다. 목표물이 가까워지면 속도를 마하 2.9까지 높인다. 적국이 방공무기로 대응하려 할 때는 이미 늦는다. 200kg 고폭탄을 탑재한 미사일은 목표물을 박살낸다.

    이 ‘클럽-K’ 또한 ‘3M-54E’와 같이 다양한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최근 북한 김정은 집단이 왜 뜬금없이 “美항공모함을 박살낼 것”이라고 큰 소리를 치는 지 이해가 된다. 美항모전단이 동남아를 지나는 소형 상선까지 의심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은 집단의 ‘비대칭 전력’ 집착, 눈여겨봐야


    물론 “북한이 ‘클럽-K’ 미사일을 도입했을 가능성이 적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과연 누가 유엔 안보리가 내놓은 대북제재를 어기겠느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 위원회가 올초 내놓은 연례 보고서에서 “2014년에만 대북제재 결의안 위반 의심사례가 29건”이라고 밝힌 것만 봐도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특히 북한 김정은 집단이 해외에 보유한 비자금으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클럽-K’를 사들인 뒤 일반 컨테이너로 위장해 북한으로 들여갔다면, 이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 정부는 북한군의 전력을 파악할 때 ‘일반적인 전력 평가기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정은 집단은 김일성, 김정일 때부터 내려온 ‘비대칭 전력 중심전략’을 버리지 않고 있다. ‘무기로 보이지 않게 위장한 무기’에 매우 큰 관심을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GPS 교란 장치나 상용 시설을 활용한 장거리 미사일 개발 등이다. 게다가 북한은 새로운 무기 도입을 위해 기존의 동맹국은 물론 국제 밀수조직까지 활용할 정도다.

    이런 북한인데, 한국 사회는 왜 북한이 발사장면을 공개한 미사일과 실제 발사한 미사일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김정은 집단이 이를 통해 일종의 '교란'을 펼친다는 생각은 못하는 걸까.

    북한이 ‘클럽-K’를 보유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