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판결문 증거 차고 넘쳐...대선불복·판결불복 판단은 국민 몫
  • ▲ '불법 댓글조작' 혐의로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 뉴데일리 DB
    ▲ '불법 댓글조작' 혐의로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 뉴데일리 DB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김경수 경남도지사 판결 이후 ‘대선불복이냐, 판결불복이냐’의 극한 대치와 논란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필자는 2차례에 걸쳐 김 지사 판결 관련 성명을 발표한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의 공동대표이자, 개인적으로는 2002년 대선불복 사례인 당선무효 소송대리인으로서 ‘대선불복’에 관해, 또 이 정부의 도를 넘는 판결불복 행태에 대해 적폐기관장 블랙리스트에 올라 해임 당했던 당사자로서 ‘판결불복’의 쟁점과 관련된 사항에 관해 논하고자 한다.

    광우병 사태.국정원 댓글사건... 현 여당의 대선불복

    2002년 제16대 대선 당선무효 및 선거무효 소송 이후, 2007년 제17대 대선과 2008년 제18대 총선의 현 여당 측의 참패와 ‘폐족 선언’ 후 3개월여 동안 도심을 마비시키고 ‘정부 타도’까지 주장했던 좌파 세력의 광우병 사태는 사실상 대선 불복이었다.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의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한 문제 제기도 현 여당 측의 대선 불복이었다. 그들은 “3·15 부정선거 능가한다”고 했다.

    이 정부에서 적폐청산의 미명 하에 진행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에 관한 형사재판은 제17대 대선으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정당성과 관련된다. 그 공소장에는 ‘당선무효 사유가 될 수 있었다’고 기재돼 있다.

    또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의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사건도 국정원 댓글 사건과 더불어 제18대 대선으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정당성과 관련돼, 결국 이들도 대선불복의 범주에 속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결국 우리나라의 대선불복은 2002년 이후 대선 때마다 통과의례처럼 지속되던 사안이었다.

    우리 헌법 전문에는 3·15 부정선거와 관련해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명시돼 독재정부를 타도하고 민주정부를 수립한 국민적 저항권 행사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한다. 대선의 역사적·헌정사적 의미와 함께 앞서 본 대선불복 사례에 나타나듯이,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존재하는 한 이에 근거해 제기되는 대선무효에 관한 주장은 민주국민의 당연한 주권 행사인 것이다.

    2002년 대선 이후 대선불복은 통과의례... 당연한 '주권'

    이번 김 지사 판결은 법원이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가 지난 대선에서 주요 포털의 댓글 순위 조작에 의한 여론조작에 공모·관여했다고 판단한 사안이다. 야당은 물론 상당수 국민들로부터 대선무효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 ▲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월 31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긴급의총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월 31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긴급의총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에 대해 이 정부는 정권적 차원에서 정권의 정통성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하는 것이 민주정부로서의 최소한 도리임에도 불구하고,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감히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대통령을 대선불복으로 대하느냐”고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이 정부의 대응은 오만함을 넘어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 등 헌법의 기본원리를 짓밟는 처사이자, 자신들이 제기했던 그동안의 대선불복 주장이 없었던 일인 양 눈속임하는 ‘내로남불’식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관해 좌파 매체인 <한겨레신문>도 지난달 31일자 사설에서 “1심 판결로도 국민 앞에 고개를 숙여야 할 사안이고, 김 지사를 감싼 현 정부도 응분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여당 측은, 민간 지지자에 의한 이번 김동원(드루킹) 댓글사건은 국가기관이 동원된 국정원 댓글사건과 비교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드루킹 댓글작업은 국정원 댓글 작업의 2~300배가 넘고, 국정원 댓글사건이 대선이나 당시 여론에 영향을 미쳤거나 박근혜 측의 관여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가 없다.

    반면 김정숙 여사의 “경인선 가자” 발언 등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온갖 사유로 문재인 대통령이나 대선후보 캠프의 여론조작 관여 여부에 관한 의혹이 끊임 없이 제기되고, 이러한 의혹은 상급심에서 김 지사에게 증거법상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그 의혹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드루킹, 국정원 댓글사건 진행 중 버젓이 댓글작업

    더욱이 국정원 댓글사건이 진행 중에 이 정부가 댓글조작에 관여했다는 점에서 이 범행은 매우 비난받아야 할 사안이다. 국정원 댓글사건은 그 규모뿐만 아니라 대선 후보 측의 직접 관여 의혹, 대선에 대한 영향력 등에 있어, 또 그 사안의 중대성이나 비난 가능성 등에 있어 도저히 비교될 여지가 없다.
  • ▲ 드루킹 김동원 씨. 뉴데일리 DB
    ▲ 드루킹 김동원 씨. 뉴데일리 DB
    대법원은 2002년에 이어 2017년 대선 선거무효 사건에서 “선거과정에서 후보자 등 제3자의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선거의 결과, 즉 후보자의 당락에 관하여 실제로 있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발생하였을지도 모른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선거를 무효로 한다”고 판시(2003수26, 2017수92 판결 참조)했고, 그룹 회장이 총선에서 계열회사와 임직원들을 동원한 불법 선거운동에 대해 선거 무효의 판결을 선고했다(2000수216 판결).

    필자를 포함한 많은 국민들은 지난 대선 당시 이 정부에 유리한 기사의 댓글과 안철수 후보의 난데없는 ‘MB 아바타’ 발언에 어리둥절했다. 이러한 의문은 드루킹 수사 이후 네이버 포털사이트의 기사 댓글에 현 정부에 비판적 댓글이 그 반대를 압도하는 상황과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기사에 정부 측에 불리한 댓글을 주도한 인물이 바로 드루킹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비로소 풀렸다.

    안철수의 ‘MB 아바타' 드루킹 작업… 댓글 여론 영향력 80%

    통계에 의하면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이 사회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80%가 넘고, 우리 국민의 30%는 포털사이트 기사보다 댓글을 신뢰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상승 이후 실행된 드루킹의 댓글조작 작업으로 인해 대선의 판도가 문 대통령의 대세로 굳어진 상황에 비춰 김 지사가 공모한 드루킹에 의한 여론조작 범행이 없었더라면 지난 대선에 있어 후보자의 당락에 관해 다른 결과가 발생했을 수 있었다. 이는 대법원의 선거무효 판례에 따라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충분한 대선 무효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이번 판결에는 그동안 드루킹 수사과정에서 댓글 조작 등 김 지사와 드루킹의 관계에 관해 언론이 보도했던 사실 위주로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있을 뿐, 대선 후보 본인인 문재인 대통령이나 김정숙 여사와의 관계에 관한 언급이 없고, 경공모의 자금관계도 판단하지 아니했다.

    드루킹은 국정원 댓글사건 와중에 대선의 댓글 여론조작과 같은 위중한 범행을 서슴지 않았고, 경공모가 단순한 지지세력이 아닌 '비선' 조직임을 자처했다. 게다가 댓글 작업에 상당한 자금도 투여했다는 드루킹이 대선 당선자 측에게 회원인 변호사 두 명의 공직만을 요구했다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 문 대통령 측에 다른 요구를 했거나 증빙자료를 은닉하고 있다는 의심과, 드루킹 일당에 버금가는 또 다른 댓글 조직이 있다는 의심이 제기될 수 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악전고투하던 허익범 특검이 그나마 주어진 권한 범위 내에서 수사해 기소했던 것으로 보이고, 특검법의 수사 대상이 한정돼 있던 탓도 있을 것이다.

    이번 판결은 “소추가 없으면 심판이 없다”는 형사법상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특검이 기소한 범위에 갇혀 버린 한계도 있었다. 이러한 허익범 특검과 특검법 및 이 판결의 한계가 바로 국회의 국정조사와 새로운 특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의혹 해소되지 않은 특검 수사… 국정조사 필요한 이유

    공직선거법의 적용과 관련해, 김 지사의 센다이 총영사직 제의가 대선과 관련되던지, 지방선거와 관련되던지 간에 김 지사의 또 다른 공범이 되는 인물에게는 김 지사의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6개월의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것이고, 사안에 따라서는 범인도피죄교사에 의해 3년으로 연장되는 공소시효도 적용될 수 있다.

    형사법리는 아니지만 민사법리 상 이행보조자의 고의는 본인의 고의로 보게 되고(민법 제391조), 사용자는 피고용인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아니하는 한 그 책임을 지게 된다(민법 제756조).

    우리 국민의 법감정 상 문 대통령은 자신이 책임 없음을 적극적이고 소상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도처에서 제기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에 대한 특별검사제의 도입이나 국회의 국정조사 요구는 우리 헌정사와 대의민주주의제도의 필연적인 일이다.

    여당의 한 국회의원은 한변의 토론회를 사례로 들면서 자신들의 판결 비판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재판에 대한 합리적이고 건전한 비판은 허용되지만 합리적 비판의 도를 넘어 사법부와 법관 개인을 공격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리와 법관의 독립 등 사법부 독립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한다는 상식도 모르쇠하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부정선거 의심’ 文정부, 법리 왜곡으로 국민 허위·선동

    게다가 부정선거에 관여했다고 의심 받는 이 정부가 법원 판결에 대해 사실과 법리를 왜곡하거나 쟁점이 아닌 지엽적 사항을 문제 삼아 이번 판결을 폄훼하고 국민들에게 허위·선동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도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대부분 주장은 이번 판결에서 김 지사 측이 주장했던 것으로서, 법원이 상세하게 물증과 이에 관련되는 진술 및 대법원 판례에 의한 법리 등을 제시하고 배척했던 쟁점들이다. 그들은 무죄 주장을 하는 피고인에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무죄 판결이 선고돼야 하고, 기억의 한계나 개인적 사정에도 불구하고 모든 진술인들은 100% 완전한 진술을 해야 한다는 식의 궤변적 주장을 하고 있다.

    제1공화국 시절 법원 판결에 불만을 제기한 이승만 대통령에게 당시 김병로 대법원장이 대응했던 일화나 이번 판결에 대한 여당의 대응에 대한 대한변협 측의 논평과 같이 형사소송절차에 따라 판결 결과에 불복이 있으면 상소하면 될 일이고, 당사자와의 특수관계로 인해 불공정한 재판이 우려된다면 최근 삼성 일가의 가사사건 경우와 같이 공정한 재판에 대한 의심을 가질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해 기피신청을 하면 될 일이다(2018스563 판결).
  • ▲ 1월 3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20여 명의 자유·우파 진영 재야 인사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뉴데일리 DB
    ▲ 1월 3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20여 명의 자유·우파 진영 재야 인사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뉴데일리 DB
    이번 판결에 대해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성 재판’이라고 하고, 김 지사 판결의 재판장도 포함될 수 있다며 법관 탄핵을 주장하며, 당 대표가 도정의 연속을 이유로 보석 석방을 요구하는 등 법원에 대한 압박은 점점 자심하고 집요해지고 있다. 그들의 모습은 가히 여당의 ‘김경수 구하기’가 아니라, ‘문 대통령 구하기’인 듯하다.

    여당의 법원 압박… 文대통령 구하기?

    여당 측은 이번 판결에서 김 지사에게 공범을 인정한 두르킹 측의 진술이 허위라고 주장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드루킹의 범행으로 직접적 이익을 얻는 사람은 피고인(김 지사) 측인데, 킹크랩 개발 및 운용에 휴대전화기 및 유심칩 수집 비용, 통신비, 킹크랩 운용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인건비 등 거액의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경공모의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상황에서 피고인 측의 허락이나 동의 없이 이러한 불법적 일을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저지른다는 점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판결문 제88면).

    또 드루킹과 댓글조작 공범들이 서슬이 퍼런 집권세력에 대해 불리하게 자백했던 것을 믿지 아니하고 배척할 어떠한 이유가 없고, 드루킹이 센다이 총영사 제의에 반발하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저도 뒷감당이 안 될 것이다. 꼬리를 자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는 등의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판결문 제84면)은 김 지사가 댓글조작 작업에 깊이 관여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반증하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170여 매에 이르고, 그 중 유죄를 인정한 증거의 요지만 19페이지에 이를 정도이다. 사후조작이 불가능한 물증과 이에 부합하는 관련자들의 진술 등 유죄 증거가 차고 차고 넘치고 넘쳐 드루킹 측이 현 정부와 모종의 뒷거래로도 자백을 번복할 수 없는 지경이다. 물증이 없다는 여당 측의 주장에 대해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동의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여당의 반헌법적·반민주적 대응은 이번 판결의 담당 재판장과 그 상급심 법관들은 물론이고 사법부 내 자신들에게 협조하거나 동조하지 않은 법관들을 직·간접적으로 겁박하는 것으로서, 단순한 판결불복이 아니라 입헌민주주의 국가에서 그 사례를 찾기 어려운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불복’이나 다름없다.

    여당 판결불복, 헌법·민주주의 불복…文대통령 응답해야 

    필자는 이 정부가 동원한 직원들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자 특정감사로 터무니없는 사유를 들어 해임을 당한 경험이 있다. 이번 판결 재판장의 과거 근무경력을 문제 삼는 이 정부의 사법부에 대한 반헌법적·반민주적 작태를 보면서 그들이 ‘좌파무죄 우파유죄’의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거나, 불행한 우리 헌정사를 다시 되돌려 민주정부이기를 포기하고 독재정부임을 자임하는 격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김경수 판결에 대해 대선불복이냐, 판결불복이냐는 각자 국민들이 판단하고 선택할 몫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국민들은 권력기관이 과도한 권력을 행사해 법원을 압박하거나 헌법과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은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제기되는 대선무효 주장은 민주국가 국민의 정당한 주권행사이다. 이에 대한 여당 측의 대응은 마치 대선불복을 왕조시대의 역모와 동일시하는 시대착오적 행태로 보인다. 지난 제19대 대선에서 왜곡됐을지도 모를 국민의 선택을 확인하기 위해, 또 질식해가는 우리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 이제 문 대통령은 대선 여론조작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여부, 어디까지 관여했는지 여하에 관해 국민과 역사 앞에 솔직하게 답변해야 한다.

    부정선거에 관여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받는 여당이 판결에 불복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했다고 하여 법관 탄핵을 거론하면서 사법부를 겁박하고 있다. 이는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불복적 작태로서, 즉각 중단하고 사법부 구성원들과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아니할 경우 양심 있는 법조인 등 지식인들은 물론, 이 나라의 현실과 미래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과 준엄한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헌 변호사 [홍익법무법인,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