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동승 여직원 근황, 해당 비서관실도 “잘 모른다” 쉬쉬… 알고보니 여전히 근무
  • ▲ 지난해 11월 23일 새벽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면직된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11월 23일 새벽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면직된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는 늘 “국민과 직접 소통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청와대는 혹시 언론이 청와대와 국민의 직접 소통을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언론의 질문에 답해주지 않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모습이, 지난 정권 말기를 떠올리게 한다.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 관용차 동승자의 근황

    지난해 11월 발생한 김종천 전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김 전 비서관은 당시 보도대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직권면직됐다. 당시 김 전 비서관의 관용차에 동승했던 여성행정관과 행정요원은 어떻게 됐을까. 그 역시 직권면직이 됐을까.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다른 출입기자들의 말처럼 대통령비서실 관계자들과 소통이 쉽지 않음을 실감했다. 의전비서관실과 총무비서관실, 춘추관 등에 문의했지만 날이 지나도록 답변이 없었다. 한참 뒤에야 이정도 총무비서관을 통해 동승자들의 근황을 들을 수 있었다. 이 비서관은 “당시 동승했던 행정관과 행정요원도 경찰조사를 받았는데 별다른 문제점을 보고받지 못했다”며 “잘못한 일이 없는데 징계할 수는 없지 않겠나"고 했다. 그는 "그래서 지금도 그대로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찌 보면 별 일 아닐 수도 있다. 의전비서관실 등 대통령비서실 각 부서들은 “지금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 “비서관께 메모를 전달하겠다” “제가 한 번 담당 부서에 물어본 뒤 알려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감감무소식이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동승자들은 그때 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고 하지 않았나”거나 “아마 그만뒀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말았다. 다들 “김 전 비서관 면직 이후에는 그에 대한 브리핑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청와대 기록을 확인한 결과 김 전 비서관 관련 브리핑은 당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였고, 그 후 김 전 비서관의 차에 탔던 동승자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없었다.

  • ▲ 지난해 11월 11일 부산국군통합병원에서 엄수된 故윤창호 상병 영결식.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11월 11일 부산국군통합병원에서 엄수된 故윤창호 상병 영결식.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종천 비서관 사건 주목받은 이유는 ‘윤창호 씨 사건’

    음주운전은 당연히 사회적 비난이 수반되는 범죄다. 그런데 김 전 비서관의 음주운전이 더욱 비난을 받은 것은 ‘윤창호 씨 사건’ 때문이다. 윤창호 씨 사건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거쳐 청와대 청원게시판에서 핫이슈가 됐다. 지난해 10월1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직접 이 사건을 거론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윤창호 씨 사건’을 언급하며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면서 “정부는 동승자에 대한 적극적 형사처벌, 상습 음주운전자 차량 압수와 처벌 강화, 단속 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 0.03%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이것만으로 실효성이 있는 대책이 되는지 되짚어봐야 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회의 참석자들에게 “재범 가능성이 높은 음주운전 특성상 초범이라고 할지라도 처벌을 강화하라”고 당부했다.

    그로부터 불과 40여 일 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청와대비서관이 음주운전을, 그것도 부하직원들을 태웠다가 청와대 인근에서 경찰에 적발된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1월23일 청와대는 오전과 오후 두 차례 관련 브리핑을 했다. 오전 브리핑에서 고민정 부대변인은 “의전비서관이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사건을 자진신고 및 조사 진행을 요청했다”며 “의전비서관 역할은 홍상우 선임행정관이 직무대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후에는 김의겸 대변인이 “김 비서관을 별정직 공무원 인사규정에 따라 직권면직했고 차량 동승자 2명에 대해서도 경찰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징계 절차 착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이 직접 음주운전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준수해야 할 청와대 직원이 어겼다는 점에서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었다.

  • ▲ 지난해 12월 초 아르헨티나 G20 참석 후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질의응답 때가 되자
    ▲ 지난해 12월 초 아르헨티나 G20 참석 후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질의응답 때가 되자 "국내 문제는 질문 안 받겠다"고 못을 박았다. ⓒTV조선 관련보도 화면캡쳐.
    “비서관과 동승한 여직원 2명이 행정관과 행정요원이라고 설명돼 있는데 정확한 급수를 알 수 있느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그것은 나중에 경찰 결과가 나온 뒤에 보자”고 답했다. “동승자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청와대 자체조사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도 김 대변인은 “경찰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오해하게 만드는 靑

    같은 해 12월8일 관할 종로경찰서는 동승자에 대한 조사를 실시, 10일 그 결과를 공개했다. 경찰은 “동승자들은 김 전 비서관의 음주운전을 적극 말렸다고 진술했고, 이는 김 전 비서관의 진술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12월12일 김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기소, 동승자 2명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은 “음주운전 방조죄가 성립되려면 음주운전을 적극적으로 권유해야 하는데, 그러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동승자 불기소 의견을 낸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온 뒤 청와대가 이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면 사실 확인이 쉬웠을 터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결론내렸으니 징계위원회고 뭐고 열 수 없지 않으냐? 그렇게 결론이 난 건데 뒤늦게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답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보기에는 별 일 아닌 게 언론 또는 국민에게는 중요했던 경우를 과거 사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불통’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안보나 외교, 북한 관련 문제에서 주무부처 출입기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그런 사안은 ‘중대한 일’이어서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면, 다른 문제에 대해서라도 언론과 ‘소통하는 척’ 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문재인 정부의 생각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