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권자 '입'에 맞는 정보만 생산할 우려… 검찰 경찰 등 기존 조직 활용해야
  • 최근 청와대 특별감찰관의 비위첩보 묵살의혹 관련 소식으로 시끄럽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관실의 검찰출신 직원이 재직 시 러시아대사로 나갈 예정인 당시 여권 인사의 비위에 대해 청와대에 보고를 했지만, 청와대 내부에서 이를 묵살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오히려 첩보를 올린 특감반 직원의 허위첩보라며 해당 직원이 자신의 직권남용 비위 사실로 소속기관으로 복귀되고 비위사실 조사까지 받자 이에 대한 불만으로 협박성 폭로를 했다는 것이다. 

    비위첩보 내용의 사실확인 내용에 앞서 과연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에 특별감찰관이 필요한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과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집권시기에도 청와대의 특감반 같은 경찰의 속칭 사직동팀(조사과)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들의 직제는 경찰청 수사국 조사과로 편제되었으나 사실상 경찰청장의 지휘가 아닌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지휘와 통제·감독을 받아왔다. 아울러 청와대에는 검찰과 경찰의 고위간부들이 별도로 파견되어 근무를 하였다. 민정비서관, 치안비서관이란 직제 하에 파견되었고, 이들은 장차 검사장, 경찰청장 등 수뇌부로 향하는 출세의 지름길 이었다. 

    통치권자의 구미에 맞는 정보만 생산할 가능성

    그래서 역대 정부는 이들 민정수석실 감찰팀에 통치권자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할 사람이라는 명분하에 주로 대통령과 같은 지역 사람들을 임명하곤 했다. 그리고 이러한 곳에 줄을 대기 위해 정치권을 통한 청탁도 잦았다. 경찰의 경우 경무관, 치안감, 심지어 총경, 검찰의 경우 검사장급 등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자리에 앉으려면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자리에 근무하는 사람과 연결이 되어야 유리했기 때문이다.

    이들 청와대 민정수석 산하 감찰관의 주된 임무는 장·차관·국장 등 고위직 관리의 비리첩보수집, 그리고 인사임명 시 검증작업 등이었다. 문제는 과연 이들이 그러한 첩보수집과 인사검증을 할 만한 자격이 있는 가이다. 

    이들은 검찰, 경찰에 소속된 사람(때로는 전직도 있었음)이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승진에 욕심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문제는 이들이 올리는 첩보수집의 진위여부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이다 보니 통치권자의 구미(?)에 맞지 않는 집권 세력의 고위공직자 관련 비리첩보는 보고과정에서 ‘묵살’되는 경우가 있었다. 

    아니 오히려 첩보가 해당의혹 비위 관련자들에게 알려져서 인사 상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박근혜 정부시절 이른바 ‘정윤회 문건’ 작성 및 유출 혐의로 구속된 박관천 경정(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 감찰반 이름만 바꾼다고 상황이 바뀔까

    인사검증 작업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감찰팀들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직 공직자 관련 인사검증을 제대로 공정하게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결국 소속 기관의 학연, 지연 등의 인맥을 활용하여 인사 검증작업을 위탁하고, 그 결과를 보고를 받는 식으로 부실검증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사례는 고위공직자들이 얼마나 부실하게 검증을 받았는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감찰관들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제대로 된 사람을 임명하도록 철저히 인사검증을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대통령이 좋아하는 인사스타일의 구미에 맞게 짜맞추기식 부실검증을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실 인사검증과 관련하여 책임을 지는 사람(민정수석, 비서관)은 거의 없었다. 부실 검증이 드러나도 자성은커녕 온갖 핑계와 감싸기로 일관하는 등 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사과의 목소리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필자는 과연 그동안 수많은 인사삼사를 낸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팀이 굳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청와대의 주장처럼 감찰반 직원들이 직권을 남용하여 경찰의 수사상황을 알려고 하고, 업무시간에 골프를 치는 등 물의를 야기했다며 기존 감찰반 전원을 원대 복귀시켰다고해서 이 문제가 해결될까. 

    특별 감찰팀의 이름을 바꿔서 특별이라는 이름을 빼고 감찰팀으로 부서명을 바꾸고 기존 파견직원을 검찰, 경찰관이 아닌 국세청 등 다른 기관의 직원들로 다양화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까. 

    민정수석실 내 특별감찰팀의 필요성부터 따져야

    아니 그보다는 먼저 고위 공직자 관련 비위첩보 수집기능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에 있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감찰팀이 있었는데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 최순실 씨 문제와 속칭 ‘문고리 3인방’의 비위가 왜 사전에 보고·확인이 이루어지지 못했을까. 

    통치권자의 의중을 생각하여 통치권자의 구미에 맞는 비위첩보 수집만 선별 보고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점검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기능이 비위 대상자의 신분과 지위를 막론하고 소신 있는 첩보수집과 사실 확인기능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일까. 그렇게 소신 있게 정보를 수집하고 보고할 수 있도록 근무하는 사람의 신분이 보장될 수 있을까.
     
    현행 정부조직법 상에는 공직기강을 점검하는 감사원, 총리실의 공직자 감찰기능, 국민권익위원회 등의 기관이 있다. 검찰청, 경찰청에도 이런 기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 특별감찰팀의 편성이 필요할까. 

    이번 사건과 같이 감찰팀 내 직원의 폭로가 나오면 청와대는 발등에 불끄기 식으로 내부 확인조사 결과 폭로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발뺌부터 하고 본다. 문제는 과연 그러한 청와대의 발표에 신뢰성을 가지는 사람이 있느냐는 것이다. 

    감찰팀 직원의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는 근거로 든 내용들이 과연 공정성과 신뢰성을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니 정치권에서 특검을 도입하고 국회청문회를 하고 국정조사까지 해야한다는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 기존 감사원, 총리실, 검찰청, 경찰청 활용해야

    고위직으로 진급을 꿈꾸는 공무원들은 저마다 청와대에 한번쯤 근무해보고 싶어 한다. 특히 검찰, 경찰 등 권력 기관일수록 더욱 그렇다. 경찰만 봐도 청와대에 파견 근무하는 이들을 보면 현장부서 경험자보다는 기획부서에 근무자들이 많다. 더구나 집권 세력과 학연이든 지연이든 인연이 있으면 근무에 유리했던 것이 사실이다.    

    각종 연을 통해 엮인 이들이 제대로 된 고위공직자 평판조사나 비위첩보 수집을 하기가 어려운 것은 불문가지다. 특히 집권층과 가까운 사람들의 비리나 사실 확인을 보고하면, 보고 과정에서 집권세력의 역린을 건드리게 되어 인사 상 불이익을 보기도 한다. 

    제대로 된 비위첩보 수집을 하지 못할 바에는 민정수석실 내 감찰팀을 존치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대통령은 기존 감사원, 총리실, 검찰청, 경찰청의 관련 기능을 충분히 활용해서 공직자 비위첩보 수집 및 인사검증 작업을 할 수 있다. 그것이 오히려 공정하고 충실하게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름을 바꾸고, 직원구성을 다양화한다고 해서 폐단이 사라질 리가 만무하다. 그보다는 먼저 민정수석실 내 감찰팀이 과연 필요한지, 옥상옥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과거 정부 때부터 문제가 되어왔던 청와대 검찰, 경찰 파견이 필요한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비서실은 행정 집행 기구가 아니라, 대통령 보좌 조직

    청와대의 비서관실이 많아지고 파견 직원이 많아지면 민생업무를 담당하는 정부 각부처는 청와대의 눈치만 볼 수밖에 없고, 그저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려고만 할 것이다. 그리고 공무원들은 청와대에 근무하려고 정치권의 연줄을 동원하려고 할 것이다. 

    국민들 또한 청와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기관인줄 알고 청와대에 진정이나 투서 등의 민원을 직접 제기하려고 할 것이다. 현장 공무원들도 자기들은 힘과 권한이 없으니 청와대에 가서 이야기해보라고 할 것이다. 이런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일 수가 없다.  

    청와대 비서실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능이지 행정을 집행하는 기구가 아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과거 조선시대 사간원 기능처럼 대통령이 싫어하는 정보와 쓴 소리를 직보하는 그런 기능으로 새롭게 탈바꿈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민정수석실에 파견되는 사람들도 학연이나 지연 우선이 아닌 현장 근무경험이 풍부하고 인생의 깊은 철학과 이해를 가진 사람들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청와대에 파견가면 승진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승진과 관직의 욕심을 버린 청렴한 사람들이 근무하는 그런 조직으로 탈바꿈하여야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