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 前사령관 빈소·장지에 현역 장성 발걸음 끊겨… "평생 군인 푸대접" 비판 고조
  • ▲ 8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故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빈소 위치가 안내되는 모습.ⓒ뉴시스
    ▲ 8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故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빈소 위치가 안내되는 모습.ⓒ뉴시스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투신 사망에 충격을 받았던 시민사회의 반응이 분노로 바뀌고 있다. 이 전 사령관의 빈소에도, 11일 발인 후 진행된 시신 안장식에도 현역 장성들이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실제로 이날 대전현충원 시신 안장식에서는 사령관 재직 당시 참모장 등 이미 전역한 예비역 장성 일부가 참석해 헌화했을 뿐, 현직 부대원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일한 현역 장군은 안장 행사에 의례적으로 참석하게 돼있는 육군 대표 뿐이었다는 후문이다.

    앞서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삼성서울병원에 차려진 빈소 역시 비슷한 광경을 연출했다. 당시 빈소에는 야권 정치인사들과 전직 국방장관을 비롯한 예비역들의 끊임없는 조문이 이어졌지만 정작 현직 군 수뇌부들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35년 군에 헌신, 전역한지 이제 2년인데

    1958년생인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은 육군사관학교를 거쳐 1981년 소위로 임관한 후 2016년 전역하기까지 육군 제2작전사령부 인사참모처장, 육군 중장, 국군기무사령부 기무사령관, 육군 3군사령부 부사령관을 거쳤다. 35년 간 군 조직에 몸 담았던 인물로 전역한지 이제 만 2년이다.

    그가 '명예와 의리를 중시한다'는 평을 받은 것은 단순히 이번 투신 사태가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이자, 본인과 절친한 친구인 박지만 EG회장이 2002년 수감되자, 직접 나서서 옥바라지를 맡은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당시 주위에서, 박 전 대통령이 야당 정치인의 행보를 걸었다는 점을 감안해 "진급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만류했으나 이 전 사령관이 듣지 않았다는 일화다.

    이 전 사령관의 빈소 및 장지에 현역 군인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가 일부 보도된 직후 시민사회 및 누리꾼들은 "정권이 그리도 무섭던가. 반평생 이상을 군인으로 살아온 사람의 마지막 가는 길이 이럴 수 있나"고 개탄하고 있다.

    "군인이 정권 눈치보기 시작한 것" 비판

    김영길 바른군인권연구소 대표는 1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유사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군대라는 조직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개탄스럽다. 전쟁을 하면 국가 수호를 위해 모든걸 뒤로하고 목숨을 내놓아야할 군 조직이 완벽하게 정치화됐다"며 "이젠 군인이 본인 위치를 지키는데 급급하다"고 성토했다.
     
    김 대표는 "현역 군인들이 평일날 빈소에 오려면 근무지를 이탈해야하니 휴가를 내야한다. 주위 눈을 의식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며 "군대가 정권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물론 사복을 입고 조문한 군인들도 있었겠지만, 오죽하면 직접 빈소를 찾은 직후 들었던 생각이 '나라도 예비역 정복을 입고 올걸' 하는 마음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역 군인은 단 한명도 볼 수 없었다. 내가 이 부분과 관련된 논평을 쓰자 주위 젊은 군인들이 '고맙다'는 문자를 보내오더라"고 했다. 이어 "아는 군 관계자는 '괜히 나섰다가 다음 정권 때 또다른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그냥 요지부동 가만있기로 했다'는 말까지 했다"고 했다. 정권 눈치 때문에 빈소에 찾지못하는 사정을 에둘러 표현했다는 것이다.

    '적폐 수사 부작용' 제대로 보도 안해

    앞서 11일 김 대표는 "적폐라는 이름으로 과잉수사에 나서던 정치검찰이 이재수 전 사령관을 죽였다"며 "이재수 장군은 자신의 인생을 군대에 바친 3성 장군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 영장심사과정에서 검찰은 그에게 수갑을 채우고 포토라인에 세웠다. 이는 법절차를 무시했을 뿐 아니라, 군대에 대한 명예살인적 모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김영길 대표는 "논평을 쓰는 과정에서조차도 주위에서 만류가 많았다. 논평을 쓴 직후 여러 언론사 기자들에게 글을 전달했지만 한두 곳을 제외하고는 그 어디에서도 이를 써주지 않더라"고 토로했다.

    12일 KBS 공영노조 역시 비슷한 상황을 고발했다. 공영노조는 성명을 내고 "이재수 전 사령관이 몸을 던져 문 정권의 무리한 적폐청산 수사에 항거한 사건이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있음에도 공영방송 등 제도권 언론에서는 그의 죽음에 침묵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전 사령관이 수사과정에서 검찰로부터 어떤 별건수사로 압박을 받았는지, 검찰이 가족에까지 압수수색을 한 이유는 무엇인지, 또 영장실질 심사에 이례적으로 수갑을 채워 카메라 앞에 서게 한 이유가 무엇인지, 세월호 인양과 조사 등 과정에서 군이 대대적으로 투입된 이유 등에 대해 일체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어떻게 이런 군대 믿고 안심할 수 있나"

    누리꾼들의 반응도 비슷한 양상이다. "현역 장군들이 고 이재수 장군 조문하면 문재인, 김정은한테 혼난다(kski****)", "전우애라곤 1도 없는 대한민국 현역 똥별들9HJ @red***)", "이런 저런 평가를 떠나 그 오랜 세월 나라에 헌신한 시간이 얼마인데(iKi2*****)", "이런 정권의 눈치만 보는 의리없는 장군들을 믿고 안보 안심할 수 있을까?(drea****)" 등이다. 이외에도 "빈소에 단 한명의 대령만이 조문을 왔다니 너무 슬프다", "군인이 정권의 눈치를 본다면 군복을 벗어라" 등의 댓글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같은 상황이 알려지자 오히려 시민들은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을 향한 애도를 더 깊이 표하고 있다. 지난 10일~11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는 시민 분향소가 설치돼 수많은 시민들이 이 전 사령관을 추모했다. 또 11일 오후 1시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인근에서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등을 비롯해 시민 300여 명이 모여 합동 추모식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