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사고 현장서 북한철도 걱정… "지난 정부 때문에 탈선" 황당 발언…모두 '남'의 탓
  • 문재인 정권 사람들, 참 편하게 산다. 물러서기의 달인들이라고 할까. 자기 객관화의 신공(神工)이 추종을 불허한다. 불행한 일이지만, 사고는 어느 정권에서나 일상다반사다. 사고가 나면, 반성하고 책임지는 것 또한 일상의 일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이슈만 생기면 쓰윽 발을 빼고 만다. ‘책임’에 관해 묻는 것 자체를 뻘쭘하게 만든다. 불리할 것 같으면 일단 ‘남의 일’로 만들어 놓는다. 멀찍이서 관망의 자세를 취한다. 관망하는 자신들의 건강과 보신을 위해선 바람직한 일이지만, 나라를 생각한다면 최악이다.

    11일만 해도 그렇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KTX 강릉선 탈선 사고와 관련해 사퇴했다. 그런데 뒤끝이 개운찮다. 사퇴의 변(辯)을 보면, 오 사장은 ‘사태’로부터 이미 멀리 물러나 있다. 사고에 연루된 당사자라 생각하기 어렵다. 발언 사이를 겨우 비집고 들어간 듯한 ‘책임’이란 말은 많이 겉돈다. ‘사고의 근본원인’을 얘기하면서 그는 ‘역대 정부’를 거론했다. 감이 잡히는 말이다. 

    KTX 탈선은 하늘과 지난 정부의 업(業)?
    ‘역대’를 얘기하고 나면 ‘현’ 정부와 ‘현’ 사장은 일련의 사고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오 사장에 따르면, KTX 강릉선의 탈선은 “역대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를 내세워 추진한 인력 감축, 경영합리화” 때문이다. 악의적이고 비겁하다. 사고 초기에 그는 날씨를 탓하기도 했다. 사고 당일 오 사장은 탈선 사고가 “기온 급강하에 따른 선로 이상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과 자신의 조직과는 무관한 일이다. 하늘의 짓을 둘러대는 건, 그게 어떤 상황이든 책임지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    

    며칠 전, 김현미 국토부장관의 대국민 사과도 겉돈다. 김 장관 역시, 눈앞의 사안을 봄날의 강물 흘려보내듯, 차분히 흘려보낸다. 김 장관은 KTX 사고 현장에 나와서 ‘남북 철도’ 얘기를 꺼냈다. 그는 “남북 철도를 연결하겠다는 큰 꿈을 진행하기 민망하다”고 했다. 국민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열차 사고의 누적을 앞에 두고도, 그는 몰입 같은 걸 하지 않는다. 그러니 ‘남북 철도의 큰 꿈’을 얘기한다. 이럴 때 민망한 건 김 장관 쪽이 아니라, 그를 지켜보는 국민들이다. ‘큰 꿈’에 대해 얘기할 자리가 아니었다. 현실을 파헤치고, 무한 책임을 얘기해야 했다. 대상과 함께 자신을 객관화하고 나야, 꿈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 그 직위에서의 비현실적 사고는 몰염치에 해당한다.  

    조직은 안중에 없이, 자유를 노래하는 민정수석
    시간을 1~2주 거스르면, 이 정권 사람들의 의도된 무감각과 후안무치가 누구 한둘의 튀는 습성도 아니다. 특별감찰반의 단체 비위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 책임지고 사퇴하란 얘기가 나왔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전언대로라면 조국 수석에게 사퇴는 남의 일이다. 조 수석은 “실컷 두들겨 맞으며 일한 후, 자유인이 되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 정권의 낭만적이고 철없는 레토릭이야 알려진 대로이지만, ‘자유인’은 너무 나갔다. “너희들은 짖어라, 나는 내 갈 길 간다” 수준이다. 실컷 두들겨 맞아야 하는 게 맞다. 

    전임 대통령의 ‘유체 이탈 화법’을 많은 이들이 비웃었다. 청와대와 여당을 석권한 이들도 많이 웃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권력을 잡고 있는 이들도 만만찮다. 더 밉상이다. 저질러 놓고, 자신은 전지적 시점 뒤로 숨는 행태는 세련된 만큼이나 더 비열하다. 일이 터질 때마다 종교인과 같은 초연한 자세로 과거(역대 정부)와 하늘(기온)과 꿈(남북 철도)과 개인의 삶(자유인)을 얘기하면, 보는 국민들 속 터지고 병 걸린다. 당사자들은 속 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