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에 초소형 해킹 칩 삽입해 정보 수집… 중국이 IoT-5G 통신망 장악" 우려
  • ▲ 中화웨이 매장의 노트북에 뜬 멍완저우 부회장 겸 CFO의 얼굴.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中화웨이 매장의 노트북에 뜬 멍완저우 부회장 겸 CFO의 얼굴.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IT 대기업 ‘화웨이’의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된 일을 놓고 중국과 미국·캐나다 간의 갈등이 살벌한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中외교부는 미국과 캐나다 대사를 초치해 멍완저우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고, 中공산당의 영향 아래 있는 사람들과 기업들은 미국제품 불매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는 “멍완저우를 즉각 석방하지 않으면 보복할 것”이라는 中공산당의 압박에도 끄떡 않고 멍 부회장의 신병을 미국에 인도할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은 IT기업들이 먼저 임직원들의 중국 출장을 막고, 화웨이 등과의 거래를 보류하고 있다.

    외신들은 “멍 부회장이 미국에 인도되면 징역 30년 형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日요미우리 신문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붙잡힌 멍 부회장이 최소 7개의 여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사법당국이 멍 부회장의 보석 신청을 불허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여러 개의 여권 소지 때문이었다고 한다.

    "멍완저우, 7개 이상의 여권 갖고 다녀"

    보도에 따르면, 멍 부회장은 지난 11년 동안 중국에서 4개, 홍콩에서 3개의 여권을 발급받았다고 한다. 그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붙잡힐 때는 홍콩 여권을 들고 있었다고 한다. 멍 부회장을 기소하려는 美뉴욕 연방지검은 그가 이 외에 다른 여권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국가 정보기관의 비밀공작원도 아니면서 여러 개의 여권을 갖고 있는 경우는 거대 범죄조직 외에는 거의 없다. 미국은 이미 6년 전부터 화웨이를 中공산당의 ‘수족(手足)’으로 보고 있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지난 9일 국내 언론들은 2012년 美하원이 내놓은 화웨이 관련 보고서 내용을 보도했다. 당시 美하원 정보위워회는 ‘中통신사 화웨이와 중싱(ZTE)으로 인해 발생하는 美국가안보문제 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중국 공산당 지령 따라 기밀 훔쳐”

    美하원 정보위는 보고서에서 “화웨이는 자발적으로 中공산당의 지령에 따라 해외에서 기밀을 훔치고 지적재산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미국의 적성국과 거래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과의 거래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보고서는 또한 화웨이가 미국 법을 준수하지 않는 이유가 中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탓이라고 설명했다.

  • ▲ 지난 9월 한 국제 IT전시회에서 5G 통신망을 선전하는 中화웨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9월 한 국제 IT전시회에서 5G 통신망을 선전하는 中화웨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고서가 나온 뒤 美하원은 中공산당 정부가 화웨이를 통해 미국에게 적대적 행위를 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中공산당 정부가 악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국 IT업체들을 이용할 수단·기회·동기를 갖고 있으며, 특히 화웨이의 경우 中공산당의 지령에 따라 기밀정보 탈취나 정치공작에 동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 화웨이와 ZTE에 대한 미국의 의심은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곧 행동이 이어졌다. 美 정부는 2017년 4월 ZTE가 對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며 14억 달러(한화 약 1조 58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ZTE는 폐업 직전 겨우 살아났다. 당시 화웨이에게도 “對이란 제재를 위반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경고가 있었지만 중국 측은 아랑곳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멍 부회장이 체포된 것이다.

    일부 외신들은 미국이 멍 부회장을 체포하고, 자국은 물론 동맹국들에게도 화웨이 장비 도입을 중단해줄 것을 요청한 이유로 사물 인터넷(IoT)과 5G 통신망 체계를 꼽고 있다. 

    화웨이는 IoT와 5G 통신망 구축 기술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2015년 5월에는 IoT용 O.S인 ‘라이트’를 공개했고, 이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자제품에 인터넷을 연결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5G의 경우 지난 7월 "세계 최초로 5G 전용 통신장비를 양산했다"고 발표했다. 장비의 가격은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았다.

    화웨이가 만든 가전제품에 ‘해킹 칩’

    그럼에도 미국을 필두로,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인도, 독일, 프랑스 등은 화웨이가 만든 장비를 정부 관련 기관에서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는 지난 7월 보도된 ‘해킹 칩’ 사건이 큰 영향을 끼쳤다. 보도 내용은 사실 2014년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당시 중국의 한 호텔에 있는 헤어드라이어에서 해킹용 ‘백도어 칩’이 발견된 것이다. 이 소식은 몇 년 동안 퍼지지 않았다가 지난 7월 외신들을 통해 전해졌다. 화웨이가 만든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서버와 라우터 등 통신용 장비에 설계도에는 없는 초소형 칩이 있는데 확인 결과 도청 등을 위한 ‘백도어 칩’임이 밝혀진 것이었다.

    외신들은 미국이 멍 부회장 체포 등 화웨이를 압박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 ‘백도어 칩’에 있을 것이라고 지목했다. IoT와 5G 통신망을 구축하는데 화웨이가 생산한 제품과 장비를 사용하면, 사실상 통신망 전체가 화웨이, 그리고 이들을 조종하는 中공산당에게 장악당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미국이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통신망 전체를 화웨이가 장악" 우려

    화웨이와 中공산당은 여전히 ‘백도어 칩’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주요 국가는 중국의 주장보다는 미국의 주장을 더 믿는 분위기다. 그런데 화웨이가 만든 통신 장비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며 中공산당 주장을 믿는 정부가 있다. 미국의 우방국인 한국 정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