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답방 강조'는 성급한 협상술… '연내' '조속' 등 시한 강조는 '금물'
  • '성급하고 감정적인 모습은 협상 상대에게 큰 약점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로 현재 약 9천억원의 두 배 즉 100% 인상된 1조7천억 이상으로 요구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간의 인상률인 5%대에 비하면 파격적인 요구금액이다. 이는 트럼프 책에도 소개된 협상에서 ‘앵커리지(닻) 효과’를 노리는 전략 중 하나다. 즉 상대에게 선택의 폭을 실제 타결될 수준 보다 높게 닻을 던져 놓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숫자로 이끌어오는 전략이다. 실제로 미정부는 50%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든지, 10%대에서 합의를 볼 가능성이 높다라는 말도 나온다. 물론 그 조차도 예년에 비해 큰 인상률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턱없는 주한미군 방위기 증액 요구는, 그간 우리 정부가 취해온 북한 제재완화나 평화 협상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 우리가 원하는 숫자로 유인하기에 어려움을 겪거나 상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려 다닐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와 대안은 무엇일까?

    먼저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협상에서 가장 피해야할 모습 중 하나인 ‘성급함’을 보여주었다. 대표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너무 강조해왔다. 사실 연내 방한 약속은 우리가 한 것도 아니다. 오면 북한이 답방 약속을 지킨 것뿐이고, 안오면 약속을 안지키는 비정상국가 이미지가 가중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우리 정부가 미북정상회담의 불씨로 키우고자하는 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속한 미북정상회담을 강조할수록 우리의 방위비 부담률은 더 높아질 것이다. 

    특히 ‘연내’ ‘조속’등 시한을 강조하는 것은 협상에서 가장 피해야할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월이나 2월쯤에 미북 정상회담을 하겠다며 시기를 열어놓은 것과 대조적이다. 둘째, 종종 협상 핵심 관계자들이 감정적인 언행을 너무 많이 해왔다. 이미 지난 9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간절함’을 안고 평양에 간다는 우리 협상대표단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도 ‘민족 화해’ 등 추상적인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며 정작 전세계인이 비난하고 있는 북한의 비이성적인 사회현실에 대해서는 눈감고 있는 것도 상대에게 얕보이는 모습니다. 일관성이 없는 것은 비이성적 또는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예외적인 것을 요구할수록 물건 가격은 높아진다. 셋째, 연계거리들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추상적인 목적과 이해를 위한 북한 제재 완화 예외 요청에 대해 미국은 대부분 뜻을 같이 한다는 공식적인 대답과 함께 세금고지서 같은 방위기 인상을 주장한  셈이다. 우리도 미국의 요구를 들어 준 것이 있는지 자문해 봐야한다. 
     
    대안으로 먼저 성급함 해소를 위해 정말 원한다면 시한을 강조하지 말아야 한다. 큰 협상은 언제든 결렬되기고 하고 다시 재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답방은 요구하되 오히려 북한이 부담을 가져야하는 부분까지 우리가 책임지며 미국에게 우리가 요구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둘째 감정적인 대응은 철저히 피해야 한다. 셋째 연계거리와 함께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가 미국에 이미 주고 있는 것, 줄 수 있는 것들을 이성적으로 고민해 우리도 앵커리지 즉 우리의 상한선을 던져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사회의 주요 군수업체, 농식품업체, 제약업계 등에 대해 우리는 이미 최근 한미FTA 재협상이라는 무리수까지 수용하며 시장을 개방하고 있는 큰 고객이다. 세 분야에서 유럽, 아시아권에 미국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할 기업들이 많다. 우리가 합리적으로 연계한다면 관련 미국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압박을 넣게 된다.  
     
    끝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협상학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이해를 높여야 한다. 정부가 잘못된 방식으로 협상에 임하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들이 나서서 막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다. 아직 우리 국민은 협상에 익숙하지 않다고 한다. 서로 이해하고 결과적으로는 상호 이익이 되는 방식보다는 고비용의 소송이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한 예로 들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재판 숫자는 연간 약 670만건에 달하는데 이는 우리보다 인구가 두 배 많은 일본이 약 100만 건인 점에 비하면 이례적으로 많은 숫자이다. 선진국에서는 이에 대비하는 협상과 조정이 학문과 비즈니스로 정착되어 있다. 우리도 학교의 정식 교과목으로 협상학을 가르치며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지도록 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협상전문가가 나오길 바라기보다 체계적으로 국민인식과 관심이 높아진다면 아마추어 같은 협상 대표가 생겨나지도 않을 것이고, 사회적, 국가적으로도 비용 낭비가 없어질 것이다. 

    /권신일 前허드슨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