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안타까운 사연을 목도하면서 그를 그런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아간 권력 악(惡)에 끝없는 경멸을 보낸다. 그를 그런 결단으로 몰아넣은 권력 악은 왕조시대의 환국(換局) 정치가 있을 떼마다 출몰했던 4색 당쟁의 야비한 정치 보복 극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말로는 진보니, 정의니, 공정이니, 평화니, 온갖 고상한 소리는 저 혼자 다 하는 것처럼 떠들어대는 무리들, 이들은 그러나 시정(市井)의 유치한 3류 통속소설에나 흔히 등장하는 치사한 모사꾼들에 불과했다. 정적(政敵)을 거꾸러뜨리기 위해선 애꿎은 사람을 역모 죄를 씌어 잡아 족치는 음모꾼들, 이재수 장군의 억울한 사연은 이 전통적인 옥사(獄事)와 하나도 다른 구석이 없다.

     그는 기무사령관으로서 세월호 사건 당시 혼신을 다해 기무부대만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직분을 다했을 뿐이다. 그런데 5년 후 그것을 다 ‘사찰(查察)’ 행위로 낙인 하더라는 것이다. 이게 역사상 억울한 역모 사건의 전형이다. 기무부대는 살피는 기관이다. 대형 사고가 나고 군이 출동했으니 기무부대로서도 당연히 현정애 나가서 상황을 살피고 파악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문서화해서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겠는가? 이게 죄라면 이 세상 공공기관, 죄인 아닌 X 없겠다. 사찰? 들여다 본 건 무조건 다 사찰인가?

     이재수 장군과 기무부대가 그 참담한 순수사고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에게 대체 무슨 억하심정을 가졌다고 악의적인 사찰을 했겠는가? 들여다 본 것 자체를 ‘사찰’이라는 별로 좋지 않은 뉘앙스의 딱지를 갖다 부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악의적 편견 아닐까? 셜령 기무부대 나름의, 사건에 대한 전말을 정리해서 보고했다 해도 그게 국가기관으로서 해선 안 될 짓을 한 것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런 걸 하라고 있는 것이 기무부대라 할 수도 있다.

     이재수 영가(靈駕)님, 왜 좀 참으시지 그렇게 하셨습니까? 그러나 남기신 유서내용을 보면 악을 선으로 대하셨더군요. 그 선한 마음 한 자락이 있기에 영가께서는 쉬 구원을 얻으시고 평화를 되찾으실 수 있으실 것임을 확신합니다. 매사 업보의 문제이니 하루 빨리 그것에서 벗어나시어 다시 졸은 몸 타시고 이승에 환생하사기 기원합니다.

     나라가 무척 어지럽습니다. 악령에 빙의된 저질 ‘피라미 급’들이 영가께서 그토록 지키고 싶어 하신 대한민국을 마구 물어뜯고 해치고 있습니다. 부디 굽어보시어 대한민국이 행여 망하지 않도록 저 세장에 계신 동안에도 총총한 국가의 간성(干城)으로서 휘황하게 빛나주시기 바랍나다. 하늘의 평화 속에 편히 잠드소서. 아멘. 나무아마타불.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 2018/12/9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