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안고 간다"... 변호인 "주위 사람 수사에 대해 우려 등 압박감 시달려"
  • 고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뉴시스
    ▲ 고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뉴시스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해 사찰을 명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지난 7일 투신해 숨진 고(故)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의 유서가 8일 공개됐다.

    이 전 사령관의 법률대리인 임천영 변호사가 이날 오전 11시 공개한 유서에는 수사에 대한 부당함과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재판부와 가족, 군 동료, 검찰 수사관에 대해 인사도 남겼다.

    유서에 '수사 부당함, 혐의 부인' 주장…"재판부에 경의"
    이 전 사령관은 유서에서 "세월호 사고 시 기무사와 기무부대원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다"며 "5년이 다 돼가는 지금 그때 일을 사찰로 단죄하다니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수사의 부당함과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듯한 대목이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며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았지만, 전역 이후 복잡한 정치 상황과 얽혀 제대로 된 일을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지금 모처럼 여러 비즈니스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즈음에 이런 일이 발생해 여러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이 전 사령관은 "영장심사 담당 판사님께 경의를 표하고, 이번 일로 어려운 지경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검찰 측에도 미안하며,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거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 군 검찰 및 재판부에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60평생 잘 살다가 간다"...가족 안부로 끝맺음
    이 전 사령관은 유서 끝 부분에 "사랑하는 가족들도 더욱 힘내서 열심히 살아가길 바란다"며 짧은 안부를 전한 뒤 "60 평생 잘 살다가 갑니다. 모두들 안녕히 계십시오"라는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 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변호인이 8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유서를 공개하고 있다.ⓒ뉴시스
    ▲ 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변호인이 8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유서를 공개하고 있다.ⓒ뉴시스
    임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고인은 군을 사랑하고 명예를 소중하게 여겼던 강직한 군인이었다"며 "다시 한번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유가족에게 삼가 심심한 위로의 말씀 드린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주위 사람에 대한 수사가 있지 않을까를 우려했다"고 말했다. 유서 내용 중 '모든 것을 안고 간다'는 부분에 대해 "부하 장군 2명이 구속돼 있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해 왔다"며 "자신이 사령관으로 모든 책임을 통감하니 부하들은 용서해 달라고 누누이 밝혀왔다"고 했다.

    변호인 "검찰 수사 압박감…주위 사람 수사 우려했다"

    이 전 사령관은 2014년 4월 사고 직후부터 7월까지 기무사 요원들에게 세월호 가족들의 정치 성향과 활동, 접촉 인사 등에 대한 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았다.

    경찰청 정보국으로부터 좌익 성향 단체들의 집회 계획 등을 받아 재향군인회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도 있었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이재수 前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고 같은 달 2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 3일 영장을 기각했지만 검찰은 영장재청구를 위해 이 전 사령관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한편 이 전 사령관의 빈소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차려졌다. 발인은 오는 11일이다.
  • 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남긴 유서.ⓒ뉴시스
    ▲ 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남긴 유서.ⓒ뉴시스
    이 전 사령관이 남긴 유서 내용 전문

    세월호 사고시 기무사와 기무부대원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음. 5년이 다되어가는 지금 그때의 일을 사찰로 단죄한다니 정말 안타깝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았지만 전역 이후 복잡한 정치상황과 얽혀 제대로 된 일을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지금 모처럼 여러 비즈니스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즈음에 이런 일이 발생하여 여러 사람에게 미안하다.
    영장심사를 담당해준 판사님께 경의를 표하며 이번 일로 어려운 지경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검찰 측에게도 미안하며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거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랍니다. 군 검찰 및 재판부에 간곡하게 부탁합니다.
    가족, 친지, 그리고 나를 그 동안 성원해준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며 용서를 구합니다.
    군을 사랑했던 선후배 동료들께도 누를 끼쳐 죄송하고 다시 한 번 사과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가족들도 더욱 힘내서 열심히 살아가길 바랍니다. 60 평생 잘 살다가 갑니다.
    모두들 안녕히 계십시오.

    이 재 수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