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관계자 “검토도 안끝났는데 언론이 'SM-3'라고 단정해 보도… 언론 플레이 의혹도"
  • 美해군 이지스 구축함에서 SM-3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제조사 '레이시온' 배포 사진.
    ▲ 美해군 이지스 구축함에서 SM-3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제조사 '레이시온' 배포 사진.
    국방부가 “정부가 2024년 배치될 이지스 구축함에 탑재할 SM-3 미사일을 도입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를 공식 부인했다. 국방부는 26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SM-3 도입을 결정한 것도, 미국과 SM-3에 관한 ‘수입승인품목(EL)’ 논의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SM-3급 요격체계 도입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례브리핑에서는 ‘SM-3 도입설’에 관한 질의응답이 많았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SM-3 도입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 “해당 사안은 결정된 바가 없으며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탄도탄 요격용 해상미사일 도입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는 내년, 내후년도 될 수 있다”고 답했다.

    “SM-3 도입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최현수 대변인은 “확인은 해보겠지만 아직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최현수 대변인은 “SM-3 도입에 대해서는 국방부에서 결정하지 않은 것은 물론 직접 언급한 적이 없는데 언론에서 계속 그렇게 보도한 것일 뿐”이라며 “미국과 수입승인품목(EL) 지정에 대한 협의 또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방위사업청 대변인 또한 “미국과 EL에 대한 논의는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기자들은 “해상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탄도탄 요격미사일은 SM-3 밖에 없다, 이것을 빼면 L-SAM을 해상용으로 개량하는 방법 외에는 없지 않느냐”면서 “해상에서 발사하는 요격미사일이 한 가지뿐인데 이를 두고 도입 한다 안 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군 관계자 “SM-3 아니라 SM-3급 도입 모색”

  •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등장한 S-400 미사일. 한국이 개발 중인 L-SAM이 바로 이 S-400을 기반으로 만드는 것이다. 러시아의 최신 요격체계 S-500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등장한 S-400 미사일. 한국이 개발 중인 L-SAM이 바로 이 S-400을 기반으로 만드는 것이다. 러시아의 최신 요격체계 S-500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에게 다시 묻자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현재 군은 ‘SM-3’를 도입하려는 게 아니라 ‘SM-3급 체계’를 도입할까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군에게는 적 탄도미사일 요격 시 종말단계(Terminal Phase) 요격이나 발사초기단계(Boost Phase) 요격이 가장 중요하고, 이에 따라 대기권 외 비행 단계에 필요한 SM-3와 같은 미사일 요격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일단 후순위라는 설명이었다.

    이 관계자의 지적대로 한국에 필요한 체계는 조기경보레이더와 종말단계 요격체계, 그 다음이 발사초기단계 요격체계다. 대기권 외 비행단계 요격은 동맹국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한국군이 막아야 하는 탄도미사일은 북한과 중국 것이다. 한국을 공격하는 북한 탄도미사일은 발사에서부터 목표물 도달까지 5~6분에 불과하다. 백두산 북쪽에서 발사하는 중국 탄도미사일 또한 비행시간이 10분 안팎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초기 대응이 곧 종말단계 요격이다. 이때 요격 고도는 고도 100km에서 10km 내외까지다. 발사초기단계 요격은 적의 미사일 기지 근처에서 실시하거나 장거리에서 레이저포 같은 ‘지향성 에너지 무기’로 공격하는 수밖에 없어 한국군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적 탄도미사일 요격 시 해상이든 지상이든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해상에 배치된 이지스 구축함이 적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몇 초 만에 파악한다는 장점만 있을 뿐 SM-3 미사일이 있다고 해도 고각으로 상승했다가 바로 떨어지는 탄두를 요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미국이 한반도에 ‘이지스 어쇼어’ 대신 ‘사드(THAAD, 종말고고도요격체계)’를 배치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이 SM-3 미사일을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을 서태평양 지역에 전개하고, 일본이 이를 육상형으로 만든 ‘이지스 어쇼어’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한반도를 넘어선 북한과 중국 탄도미사일은 대기권 바깥을 비행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해상 고집하지 않으면 요격가능체계 4가지로 늘어나

  • 이스라엘과 미국이 공동개발한 요격미사일 애로우-3. 대기권 외 목표물 요격 시험에 여러 차례 성공, 이미 실전배치가 됐다. ⓒ美국방부 미사일방어국(MDA) 배포사진.
    ▲ 이스라엘과 미국이 공동개발한 요격미사일 애로우-3. 대기권 외 목표물 요격 시험에 여러 차례 성공, 이미 실전배치가 됐다. ⓒ美국방부 미사일방어국(MDA) 배포사진.

    ‘SM-3 외에는 해상용 탄도탄 요격미사일은 없지 않느냐? L-SAM을 해상용으로 개조할 것이냐’는 언론들의 질문은 북한과 중국 탄도미사일을 반드시 해상에서 요격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남북 길이 1200km도 안 되는 한반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때는 요격체계가 있는 위도상 위치가 중요하지 육상이냐 해상이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만약 한국이 대기권 외에서 적 탄도미사일을 격추한다고 했을 때, 육상 배치체계까지 선택지를 넓히면 후보는 SM-3(블록ⅡA) 미사일 외에도 러시아제 S-500, 이스라엘 애로우-3, 사드 등이 들어간다. 네 가지 모두 대기권 외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데 성공했다. 가격은 한국 정부의 협상 능력에 달려 있지만 각국의 체계 조달가격으로 보면, 사드가 가장 비싸고, 이어 SM-3, S-500, 애로우-3 순으로 알려져 있다. 실전 배치 시기로 보면, 애로우-3가 가장 빠르고, 이어 사드, SM-3 순이다. 러시아는 S-500을 2020년부터 실전배치할 예정이다.

    참고로 현재 한국이 개발 중인 L-SAM(한국형 장거리 지대공 요격미사일)은 사실 러시아가 모스크바 주변 방어를 위해 배치해 놓은 S-400, 이 가운데서도 48N6을 바탕으로 개량한 미사일로 사거리 250km 가량이다. 앞서 언급한 네 종류의 요격체계에 비해 사거리가 짧다.

    북한과 중국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당장 갖춰야 할 한국 입장에서 도입할 수 있는 무기는 이처럼 서너 가지가 된다. 그럼에도 언론들은 몇 년 째 “SM-3 도입 임박설”을 보도하고 있다. 이를 두고 군 일각에서 “특정 세력이 SM-3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 같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한 군 관계자는 “국방부나 방위사업청에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음에도 해상용 요격미사일 도입, SM-3 미사일 도입 등의 언론 보도가 5년 넘게 계속 나오는 것은 누군가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국군은 당장 필요한 종말단계와 발사초기단계 요격체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중단간계 요격용인 ‘SM-3 도입설’이 계속 보도되는 게 이상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