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협상은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을 때 시작… '北의 수석대변인' 자세로는 협상 안돼"
  • 북핵 협상이 잘 안풀리는 모습이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속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우리로서는 술술 풀리기만 바라지만 최근 미전략연구소의 북미사일기지 관련 발표가 있었다. 펜스 美부통령의 CVID 재발언, 상원의 한미훈련재개 위협도 있었다. 북한 쪽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군사행보 재개 움직임이 포착된다. 서로에 대한 '압력' 수단으로 보아진다.  

    이 같은 갈등 양상은 북핵 협상 등 국가적인 의제 뿐만 아니라 기업, 개인 간 협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노사가 임금인상을 놓고 협상을 하다 회담장을 박차고 나간다. 시장에서 물건 값을 놓고 한참 흥정하다 한쪽이 안사겠다며 그냥 일어서는 경우도 있다. 상황의 크기와 대처 방법에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의 대응 원칙은 의외로 명확하다.

    특정 상황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첫째, 특정 상황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말아야한다. 물론 노사협상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장기간 파업을 겪거나, 실제 물건을 그 가게에서 사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파업은 끝나고 필요한 물건은 사게 마련이다. 북핵 협상은 이미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세계적 불신 국가인 북한만 예외적으로 핵무기를 인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실제 물건 판매 직전처럼 판이 깨지는 듯한 순간이 올 뿐이다. 실제 세계의 화약고라는 중동에서는 협상이 1, 2년간 중단되었다가 다시 재개되는 경우도 많다. 협상 경험이 많은 미국이나 북한도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극한 상황이 오더라도 간절한 모습을 드러내거나 반대로 일방적인 비관론이나 비난을 피해야 한다.

    '북한의 수석대변인' 평가 나오지 않게 해야 
    둘째, 중립적인 조정자의 역할이다. 1993년 전세계인에게 감동을 주었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상 결과는 두 나라 뿐만 아니라 양측의 신뢰를 얻었던 클린턴 미대통령이 큰 역할을 했다. 국제사회에 팔레스타인 인권문제와 전통적인 친이스라엘 입장을 골고루 반영하며 불신이 컸던 양측에 믿음을 주었다. 클린턴 미대통령은, 당시 아라파트 PLO의장과 라빈 이스라엘 총리 사이에서 팔을 크게 벌리고 있었던 사진처럼, 신뢰의 상징이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조정자 역할 수행을 위해 무례한 언행을 인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양측의 신뢰 유지를 위해 적어도  '북한의 수석대변인'같다는 국제사회의 평가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막장 상황'에 대한 대비 시나리오 준비해야
    셋째, 소위 막장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긍정론 중심은 위험할 수 있다. 협상의 속성상 양측 강경파 간의 긴장 상황은 불가피하다. 반드시 생길 협상 결렬의 순간이나 정말 무산될 때 가장 영향을 받게 될 우리 국민과 경제, 관련 국가들에게 신속히 대안을 보여주어야 한다. 다행히 미북협상에서 강온파의 구별과 이해는 비교적 명확하다. 미국과 북한 모두 최고 지도자들, 북한 장마당 등 개방정책의 수혜자들은 온건파이고, 미국은 펜스 등 소위 네오콘 인사들과 일부 싱크탱크들, 북한은 외교, 국방라인이 강경론자이다. 국제사회에서도 대부분 정부는 UN의 제재에 동참해야 하는 반면 UN내에서도 유네스코, WFP 등 UN 산하 문화, 인권보호 기구 등의 북한 주민 지원기구들의 활동은 지금도 두드러진다. 미북 양쪽에 오해를 줄 수 있는 중국, 러시아 또는 일본 정부와의 직접적인 연합전선은 유의해야한다. 직간접 이해관계자들의 소위 ‘이해 우선순위표’를 만들어두면 운영할 카드가 많아진다. 

    북에 대한 요구 수준 낮춰선 안돼
    끝으로 북핵협상이 이제 1년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초반에 동력을 만들어낸 것은 사실이지만 평창올림픽 때 의례적인 제안에 대해 북한 정부가 이례적으로 신속하고도 판을 키운 점을 보다 주목해야한다. 핵무기 댓가를 구해야 할 시점이었고, 그 점을 북한 주민들에게 수년간 약속해왔기에 정작 간절한 쪽은 김정은 북한정부이다. 비핵화는 반드시 이뤄진다는 자신감을 토대로 북에 요구수준을 낮추지 않길 바란다. 유명한 협상가 중 하나인 하버드대의 구한 교수는 “진짜 협상타결은 협상을 박차고 나갔을 때 밖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권신일 에델만코리아 부사장(허드슨연구소 前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