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무 공무원들 결탁, 허위신고해 과세표준 낮춰... 주범은 해외도피
  • ▲ 정부세종청사 국세청.ⓒ뉴데일리DB
    ▲ 정부세종청사 국세청.ⓒ뉴데일리DB
    국세청 직원들이 수십 차례에 걸쳐 양도소득세 감면을 대가로 납세자들에게 뇌물을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감면해 준 양도소득세는 고지세액 기준으로 100억원대로, 사상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범행사실이 발각되자 사표를 제출하고,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5월말께 7급 세무공무원 서모씨와 노모씨를 공전자기록 등 위작, 위작 공전자기록 등 행사,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형법 제227조의 2는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위작 또는 변작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주범으로 꼽힌 6급 세무공무원 임모씨는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무공무원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재산세과에 근무하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재산세과가 양도소득세 조사와 결정 업무를 담당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범행을 기획하고 주도한 것은 임씨다. 임씨는 사건이 불거지기 직전까지 서울중부지방국세청에서 근무했다. 범행은 임씨가 지방 A세무서 재산세과에 근무하면서부터 시작됐다. 2012년 10월부터 2013년 2월까지 해당 과에서 근무한 임씨는 양도소득세 납세자나 세무대리인(세무사 등)에게 양도소득세를 줄여주겠다고 제안한 뒤 뇌물을 받아 챙겼다.

    임씨의 범행 수법은 치밀하고 조직적이었다. 임씨는 납세자 등에게 △부동산 취득가액을 부풀려 허위 신고 △조세특례제한법 제69조의 ‘8년 자경농지 감면'에 해당하는 것처럼 허위 신고 △필요경비를 부풀려 허위 신고 △주택의 경우 1세대 1주택에 해당하는 것처럼 허위 신고 등의 방법으로 양도소득세 신고서를 작성하게 했다. 

    허위신고서 기준으로 세금 낮춰

    이 신고서를 직접 교부받아 소위 '조기결정' 사안이 아님에도 '조기결정' 시스템 방식을 이용해 전산실 입력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고서에 기재된 금액대로 양도소득세를 확정시켜줬다. 조기결정은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하지 않고 과세표준과 세액을 조기에 결정하는 제도로, 가산세를 절감할 수 있다. 세무서가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을 조사한 뒤 과세표준과 세액을 부과하고, 납세자는 이의 신청 없이 받아들인다고 보면 된다. 

    임씨는 이점을 악용했다. 양도소득세 조사와 결정 업무를 모두 갖고 있어서 허위 신고서를 기준으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낮춰준 것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납세자들을 자신이 근무하는 세무서 관할로 옮기기 위해 국세 전산프로그램(NTS)에 납세자들의 주민등록 주소지를 자신의 관할 지역으로 허위로 변경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소득세법 제6조에 의하면 관할 세무서는 납세자의 주소지로 규정한다.

    NTS는 시스템상 납세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행정자치부 시스템과 연동돼 해당 납세자의 주민등록 주소지가 자동으로 입력된다. 하지만 임씨는 수동으로 기존 주소지를 삭제하고, 자신이 '관리'하는 납세자의 주소지를 변경, 저장했다.

    임씨는 2013년 2월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자 같은 세무서 재산세과에 근무하는 후배 서씨를 뇌물을 주고, 포섭했다. 서씨는 2012년 2월말부터 2014년 2월 중순까지 지방 A세무서 재산세과에서 근무했다.

    서씨는 임씨의 제안에 따라 2013년 2월께부터 범행을 공모했다. 범행 수법은 임씨와 동일했다. 서씨는 2013년 2월 14일께 자신의 사무실에서 NTS 양도소득세 결정결의 기본사항 화면에 접속해 납세자 김모씨의 양도소득세 신고 건을 '조기결정' 대상인 것처럼 허위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2014년 2월 초까지 임씨와 공모해 27건의 공무소 전자기록을 위작하고, 위작 공전자기록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양도소득세 결정 업무를 소홀히 해 직무유기 혐의도 적용됐다.

    현행법에 의하면 양도소득세 결정 업무 담당자는 납세자가 제출한 양도소득세 신고서와 양도소득금액계산명세서에 기재된 양도가액, 취득가액 등 필요경비와 조세특례제한법상 비과세·감면요건에 대한 증빙서류가 있는지, 그 증빙서류가 허위나 위조가 아닌지 등에 대한 검토와 확인을 해야 한다.

    서씨가 다른 세무서 조사과로 발령이 나자, 임씨는 지방 B세무서 재산세과에 근무하는 또 다른 후배 노모씨를 뇌물을 주고 포섭했다. 노씨도 서씨처럼 임씨의 범행을 도왔다. 그는 2014년 12월 24일쯤 자신의 사무실에서 임씨의 요청을 받고 납세자 유모씨의 주민등록 주소지를 허위로 변경하고, 2014년 4월 중순부터 2015년 1월 초까지 ‘조기결정' 대상이 아닌 납세자를 ‘조기결정' 대상으로 허위 정보를 입력하는 수법으로 총 41건의 공무소 전자기록을 위작하고, 위작 공전자기록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노씨는 이 기간동안 양도소득세와 관련한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한 혐의도 있다.

    국세청 "자체 감사결과 적발해 검찰 고발…탈루 세금 전액 추징"

    이에 대해 국세청 측은 "국세청 자체 감사결과 부당한 업무처리를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다"며 "전체적으로 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했다. 이어 "탈루한 양도소득세 전액에 대해 신속히 추징해 세수 손실은 없다"며 "과거 2015년 이전에 발생한 사건인데 2015년 차세대 국세 프로그램(NTIS)을 가동한 이후 이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