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대 캠퍼스 우남 동상 둘러싸고 '철거 vs 사수' 주장 충돌… 우파 단체 "공개토론부터 하자"
  • ▲ 대전시 배재대학교에 위치한 우남 이승만 동상.ⓒ연합뉴스
    ▲ 대전시 배재대학교에 위치한 우남 이승만 동상.ⓒ연합뉴스

    대전시에 있는 배재대학교에서 '건국대통령 이승만 동상' 철거를 놓고 시민단체들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전국 대학에서 이승만 동상이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좌파 성향 시민단체들은 "부끄러운 과거사 청산"을 이유로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반면, 보수우파 성향 시민단체는 "반공 상징물을 철거하려는 의도"라며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등 '동상 수호'에 나서고 있다.

    우남동상지키기 자유민주 시민본부 발족 준비위(이하 우남동상지키기 본부)는 9일 성명을 내고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이승만 동상 철거 공동행동본부'를 향해 "배재대 이승만 동상 철거가 국민과 배재대 후학들 입장에서 정의로운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배재대 교정에서 모든 시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공개토론을 하자"고 했다.

    '이승만 동상철거 공동행동'이 지속적으로 배재대를 압박하는 것에 대한 반발 차원이다. 이 단체는 배재대 총장 선출을 위한 후보 토론회가 있었던 지난 7일에도 학교 정문 앞에서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동상 철거를 공약한 총장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승만 동상철거 공동행동'은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대전세종충청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대전YMCA·배재대학교민주동문회·충청평화나비네트워크 등 좌파 성향 지역단체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대전시의회 '이승만 동상 철거' 결의안으로 사태 촉발

    '이승만 동상 철거' 논란은 8월 21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광영 대전시의원이 '반민족·반헌법행위자 단죄 및 국립현충원 묘소 이장 촉구 결의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촉발됐다. 이 결의안은 서울과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63명의 묘소를 이장하고, 배재대학교 내에 있는 이승만 동상을 철거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배재대학교 내 '우남관' 등 건물 이름을 변경하는 것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63명의 묘소 이장 대상자는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했던 친일인명사전을 참고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끄러운 과거사를 청산하는 작업의 일부"라는 게 이유였다고 한다.

    하지만 우남 동상지키기 본부 측은 이 같은 논란이 시작된 것은 이승만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단체들의 '저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운동권 세력'들이 반공 상징물을 '말살'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우남 동상지키기 본부 측은 "동상철거 공동행동은 배재대 이승만 동상 뿐만 아니라 지난해 서울 상암동의 박정희 동상과 생가, 인천 맥아더 동상, 초등학교의 이승복 어린이 동상 등 대한민국의 '반공'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해 온 모든 상징물들을 철거해오고 있다"며 "이 단체의 구성원들은 소위 '운동권' 세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승만 동상 철거 공동행동'은 지난 4월 설립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동상 철거를 주장하며 단체행동을 해오고 있다. 

    동상지키기 측 "저들의 목적은 반공 상징물을 철거하는 것"

    우남 동상지키기 본부는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단체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우남 동상지키기 본부 측은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등은 이승만을 두고 친일파를 앞세워 부정부패를 저지르다 국민 저항으로 쫓겨난 독재자로 묘사하고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독재는 사상과 언론의 자유, 법치, 자유선거, 삼권분립 등 견제와 균형의 자유사회 구성 원리가 파괴되고, 모든 권력이 1인 권력자(대통령)나 당 혹은 특정 이념 세력에 장악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승만 대통령은 전쟁 중에도 전국 규모 선거를 치르면서 부산 정치파동을 통해 오늘날의 대통령제를 확립하고 공산침략에 대항했다. 이런 이승만 시대를 '독재'라는 단어 하나로 단죄하는 것은 대단히 무례한 짓이다."

    그러면서 "이 지구상에 스스로 하야하는 독재자가 어딨느냐"고 반문하며 "역사적 평가는 끝나지 않았으니 공개 토론회를 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한편 '우남 동상 지키기 자유민주 시민본부 발족준비위'에는 11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선본(이런선한교육문화운동본부) 대전본부, 바른가정세우기시민연합, 공교육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공학연), 차세대세우기학부모연합(차학연) 대전지부, 리버티아카데미, 대전태극시민연합, 대한민국수호천주교모임, 바른군인권연구소, 자유국민봉사단, 한국교회진리사랑연합회 등이다.

    배재대에 있는 우남 이승만 동상은 1987년 2월 배재대 졸업 동문들이 기증해 세운 것이다. 같은 해 6월 항쟁 발발로 철거됐다가 숱한 우여곡절 끝에 대학총동창회, 총학생회 등의 주도로 2008년 6월 우남관 앞에 다시 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