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기고… "2014년 방한 때 '북한인권' 말 안했는데, 평양에서 하겠나" 독재 정당화 우려
  •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순방중인 지난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그의 방북 의사를 직접 확인한 가운데, 교황이 방북할 경우 북한에 이용만 당하게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그렉 스칼라튜는 지난 16일 〈RFA(자유아시아방송)〉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교황이 인권 유린국을 방문하면서 그 독재국가들의 열악한 인권을 거론하지 않으면 그러한 독재정권들을 정당화할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스칼라튜는 "프란치스코 현 교황의 경우 지난 2014년 한국을 방문했는데, 그 당시 김씨 일가에 의한 북한의 반인륜 범죄와 같은 열악한 인권 유린을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며 "서울에서도 북한인권을 거론하지 않았는데 평양에서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일성, 종교인 40만명 처형"

    스칼라튜에 따르면, 북한의 종교의 자유권 침해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1950년 북한 통계에 의하면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1945년 북한의 916만 명 주민 중 22.2%가 종교를 갖고 있었으나 북한 김일성이 들어서면서 개신교 신자를 탄압했다고 한다. 북한 김일성은 이른바 '공산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레닌과 다른 공산주의 독재자들처럼 "종교는 아편"이라고 비난했고, 이에 40만 여 명의 종교 신자들이 죽임을 당하거나 정치범 관리소에 수감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스칼라튜는 '교황 바오로 2세'를 언급했다. 여러 공산주의 국가의 독재체제를 무너뜨린 교황 바오로 2세처럼 프란치스코 교황도 평화, 화해, 개혁, 개방, 인권상황 개선과 경제발전 추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스칼라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00개국을 넘게 방문해 독재자들을 직접 만나며 그 나라 국민들에게 인권과 종교를 이야기 했다"며 "2014년 한국을 방문할 때처럼 북한 인권유린에 대해 침묵하는 유화 정책을 쓸 것인지 세계가 주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스칼라튜의 주장은 앞서 지난 1990년대 초반에 두 차례 방북했던 빌리 그레이엄 미국 목사의 사례를 비쳐볼 때 의미심장하다. 북한의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개인 필명의 논설에서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조선 인민들에 대해 '그분(김일성)을 하늘처럼 받들고 있었다, 이런 나라에 성경책이 무슨 필요가 있겠나'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6년 워싱턴 포스트에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했음에도 이같은 주장을 되풀이 한 것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번에도 교황의 방북을 '체제 선전'에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태영호 "고립 피하기 위해 교황초청 구상했다"

    실제 태영호 전 영국재주 북한 공사는 자신의 저서인 '3층 서기실의 암호'에 "북한이 외교적 고립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교황 평양 초청 TF를 구성했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 역시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교황과 북한 김정은을 만난 것 자체를 두고 체제를 인정했다고 한다면, 그 부분은 우려스러운 지점이 될 수 있다"며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당초 해방신학이 나오게 된 계기가 남미의 독재정권의 학살과 폭압이 심하다보니 거기에 대해 교회가 하느님의 정의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그들을 지원하고 함께 맞서 싸워나가 데 있다"며 "지향점이 독재 철폐에 있는 만큼, 김일성의 교황방문 프로젝트를 김정일이 막았던 것 처럼 북한 김정은에게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황이 지난 번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에도 본인의 휴가를 빼서 방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황의 일정이 만만치 않다. 북한방문은 현실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