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울고속도로 구로 항동지구 구간... 도로 위로 초등학교도... 전문가들 "지반 약해 싱크홀 우려"
  • “신도시라고 한푼 두푼 모아서 어렵게 내 집을 마련했는데, 내 아이가 다닐 초등학교 밑으로 고속도로가 지나간다니요. 여기가 강남이었으면 이렇게 했겠습니까. 최신식 공법이면 뭐합니까. 항동지구 입주자들은 언젠가는 무너질 시한폭탄을 안고 살게 되는 겁니다.”(구로 항동지구 입주 예정자)

    국토교통부가 서울 구로구 항동지구의 아파트 단지 밑을 관통하는 지하 고속도로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다. 입주 예정주민들은 위험성이 있으니 노선을 변경해달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는 안전평가가 이미 끝났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의 사업은 지난 2월 20일 국토부가 승인한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서서울고속도로)’ 건설계획이다. 경기도 광명시 가학동(가학IC)과 서울시 강서구 방화동(방화IC)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서서울고속도로 가학IC-방화IC 구간, 구로 항동지구 지하통과

    국토교통부는 경기도 광명시 가학동(가학IC)과 서울시 강서구 방화동(방화IC)을 연결하는 길이 20.2km, 왕복 6차선 지하 민간고속도로 건설을 계획 중이다. 올해 말 착공에 들어가 5년 후 완공 될 예정이다. 사업 시행사는 ㈜서서울고속도로로 코오롱글로벌이 주관하며 국민연금(20%) 등 연기금과 보험사, 건설사 등 19개 기관이 출연했다. 

    문제는 이 고속도로가 구로 항동지구 아파트 단지 밑을 통과한다는 점이다. 구로구에 따르면 구로 항동지구에는 총면적 66만2525㎡ 부지에 5200세대의 아파트가 주민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곳에 조성되는 항동초등학교와 일부 아파트 단지 지하 약 30미터에 고속도로가 관통하게 돼 있다.

    입주 예정주민들은 국토부가 분양 공고 전에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실제 항동지구 개발계획은 2015년 발표됐지만 서서울고속도로와 관련한 주민 공청회는 이미 2014년에 진행됐다. 

    주민들은 항동지구에 실제 입주하는 주민들의 의견 수렴이 없었던 사업계획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재희 구로 항동지구 현안 대책위원장은 “국토부는 항동지구에 살게 될 입주주민들과는 공청회조차 진행하지 않았다”며 “세부건축계획 수립 이전에 실시된 환경영향평가는 무효이며 즉각 재시행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항동지구 지반 약해...위험하다”

    국토부는 이미 2014년에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 등에 용역을 맡겨 안전진단을 실시했으며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주민 민원에 따른 추가 협의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얘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서울고속도로 지하 통과에 대한 항동지구 주민들의 우려가 있고 국토부에서도 우려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해당 사업은 민간 시행사가 협의서를 작성하고 기준에 따라서 하는 것인 데다 아직 주민들에게 전달이 안된 부분도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환경영향평가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가지하수정보센터에 따르면 항동지구 인근의 지하수 함양률(강수가 지하수로 유입되는 비율)은 0.47%로 서울시 평균치 10% 내외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전 환경영향평가에서 항동지구의 함양률을 10%로 두고 평가를 진행했다. 

    이찬우 한국터널환경학회 부회장은 “10%의 함양률을 가지고 계산했기 때문에 서서울고속도로 건설로 유출되는 지하수보다 비가 와서 채워지는 양이 더 많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라며 “함양률이 낮은 항동지구의 토질을 고려하면 폭우 등 재난이 겹치게 될 경우 분명히 위험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싱크홀 발생해도 책임 규명 어려워... 피해는 주민들 몫”

    싱크홀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 지반침하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음에도 예방을 위한 관리 체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서울 금천구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도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주민이 대피하는 등 소동이 일어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건물이 무너지는 경우 시공사에게 책임을 물으면 되겠지만 땅이 무너지면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 때문에 정부나 시공사측에서도 신경을 잘 안쓰고 있는데 그 피해는 오롯이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지하공사에 대해서는 지하 안전영향평가 및 사후 지하 안전영향조사를 실시하도록 하는 등 지하 안전관리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