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달 1일 '수술실 CCTV' 운영… 전국 확산 조짐에 소비자·의사 의견 '팽팽'
  • 경기도는 내달 1일부터 도내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 경기도는 내달 1일부터 도내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최근 경기도가 도내 병원 수술실에 CCTV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계는 진료권 위축·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수술실 CCTV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반면 의료사고 및 환자 성희롱 등을 예방하기 위해 CCTV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21일 경기도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도내 의료원 산하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수술실은 철저히 외부와 차단돼 있어 환자 입장에서 답답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경기도는 연말까지 안성병원 CCTV를 시범 운영, 장단점을 분석해 2019년부터 도내 의료원 산하 전체 병원(6곳) 수술실에 CCTV를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수술실 CCTV는 환자 동의를 전제로 선택 촬영된다. 이 경우 보관기간은 최대 30일이며 이후 영구 폐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환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CCTV가 미설치 수술실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수술실 CCTV 설치를 각 병원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소비자단체 "수술실 CCTV, '문제 확인'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

    환자·소비자단체들은 경기도의 이같은 결정을 지지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소비자시민모임 등은 18일 공동 논평을 내고 "경기도가 대리수술, 성범죄 등 '수술실 범죄행위'의 근원적 방지 및 의사 면허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수술실 CCTV 도입을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5년 전 강남의 한 성형외과 수술실에서 의사가 마취 중인 환자에게 "가슴이 하나도 없다"는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지난 6월 세간에 알려지기도 했다. 무방비 상태로 수술실에 들어간 환자가 '설마'하는 마음으로 사전에 녹음기를 켰기 때문이다.  

    지난 5월에는 전문의가 의료기기 영업사원과 간호조무사 등에게 대리수술을 맡겨 환자가 뇌사에 빠진 사건도 발생했다. 해당 전문의는 최근 유족과 합의하고 석방됐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수술실 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CCTV 내용 뿐"이라며 "다만 촬영 내용은 문제 확인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활용돼야 하며, 다른 목적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법에서 철저히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 "수술실 CCTV는 기본권 침해…강행 시 총력 대응"

    의료계 입장은 다르다. 13만 의사 회원을 거느린 대한의사협회는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할 경우, 의료인·환자들의 인권 및 사생활 침해는 물론 의료인들의 의료 행위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의협은 20일 '환자와 의료인에 대한 반인권적 수술실 CCTV 시범 운영 즉각 중단돼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할 경우, 의료인의 진료 위축 및 환자 개인과 의료 관계자의 사생활이 현저히 침해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19대 국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이같은 문제로 인해 입법화되지 못했다.

    의협은 "CCTV를 통한 수술실 촬영은 유출 시 해당 공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정보가 대중에게 고스란히 노출돼 인권 침해 우려가 높다"며 "그럼에도 수술실 CCTV 시범 운영을 강행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정성균 의협 대변인은 "구체적 대응 방안에 대해선 (CCTV) 도입을 강행했을 때 밝히겠다"며 "국민들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자는 의미다.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진료를 해야 하는데, 불신이 생기면 진료의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재 나선 이재명 "토론 제안…합리적 방안 찾자"

    수술실 CCTV 설치를 둘러싸고 소비자단체와 의료계가 대립하는 모양새를 띠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중재에 나섰다.

    이 지사는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화를 통해 합리적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대한의사협회에 의료인, 환자, 전문가,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개적 대화와 토론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성균 의협 대변인은 "집행부 논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