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기고 “평양공동선언 속 ‘한반도 비핵화’, 주한미군 철수 안하면 핵보유한다는 의미”
  • ▲ 백두산 천지에 올라 손을 맞잡은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두 사람이 생각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뜻은 전혀 다르다는 게 전직 북한 고위외교관들의 지적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백두산 천지에 올라 손을 맞잡은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두 사람이 생각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뜻은 전혀 다르다는 게 전직 북한 고위외교관들의 지적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평양공동선언’을 놓고 한국 사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다수 언론은 이를 두고 “김정은이 직접 비핵화를 언급했다”며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태영호 前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와 고영환 前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1등 서기관은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의견을 내놨다.

    평양공동선언에는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자”는 문구가 있으며,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있으면 핵시설을 영구 폐기하겠다”는 대목도 들어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0일 태영호 前 공사가 보내온 글과 고영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부원장의 평양공동선언 분석을 소개했다. 태영호 前 공사는 글에서 “북한은 종전선언부터 평화협정 체결까지의 과도기 동안 ‘핵무기를 가진 나라의 군대’가 한국에 주둔하면 북한도 핵무기를 그대로 갖고 있겠다는 의지를 간접 시사했다”고 지적했다. 태 前 공사는 “김정은은 美北 비핵화 협상의 교착상태를 남북관계 진전으로 풀어가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며 “특히 최근 북한이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고영환 前 부원장도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조건을 붙이며 시간을 끄는, 과거와 같은 행태를 다시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영환 前 부원장은 “멈춰있던 美北회담의 수레바퀴를 다시 돌리는 정도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 수레바퀴가 잘 굴러갈지 다시 멈출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를 유보했다고 한다.

    김정은 의도 “주한미군 인정할 테니 핵무기 보유 인정하라”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북한의 전직 고위 외교관들은 “김정은 측이 이번 평양공동선언에 있는 비핵화 관련 문구를 한국이나 국제사회와는 다르게 해석할 것”이라며 “평양공동선언 속에 숨은 북한 측의 의도를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 ▲ 태영호 前공사는 평양공동선언 속 '비핵화'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태영호 前공사는 평양공동선언 속 '비핵화'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즉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된 ‘한반도 비핵화’가 향후 해석의 여지를 남겨 놓았으며, 주한미군(핵무기를 가진 나라의 군대)을 내보내야 한다는 북한의 숨은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또한 김정은이 대북특사단이나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철수는 관련이 없다”고 밝힌 것 또한 “주한미군을 인정할 테니 우리가 가진 핵무기도 인정해 달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한편 고영환 前 부원장은 김정은이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의전 상 최고 예우를 했다고 풀이했다. 김정은이 리설주를 김정숙 여사의 일정에 동행시키고,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모인 5.1 경기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연설할 기회를 준 것, 김정은 집무실 맞은 편에 있는 北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한 점 등이 그렇다는 설명이었다. 고 前 부원장은 이를 두고 “김정은 본인이 정상적인 국가의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대북제재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노리고 문재인 대통령 예우에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풀이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