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프·배우·일반인 여성, "나도 피해자다" 잇단 폭로 눈길
  • 5개월 전 영화감독 김기덕과 배우 조재현의 성폭력 의혹을 다룬 방송을 내보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MBC 'PD수첩'이 지난 7일 방영한 후속 편에서 ▲당시 인터뷰에 응했던 여성들이 신원 노출 등으로 인한 심각한 2차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두 사람으로부터 비슷한 유형의 피해를 입었다는 추가 피해자를 등장시켜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PD수첩 제작진은 김기덕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여배우 C씨를 찾아가 방송 이후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취재했다.

    C씨는 김기덕에게 고소를 당한 뒤 '공황 장애'와 '발성 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몸이 불편한 C씨를 대신해 근황을 전해온 한 지인은 "방송 이후 반성하며 살 줄 알았던 김기덕이 도리어 법적 소송을 하는 모습을 보이자 C씨의 몸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졌다"고 토로했다.

    분장스태프 D씨의 폭로도 충격적이었다. 휴식 시간에 김기덕이 불러 찾아갔더니 "나랑 자자"고 말해 일언지하에 거절했는데, 이후 김기덕이 오토바이를 타고 숙소 앞까지 찾아왔었다는 일화를 공개했다.

    또 여배우 E씨는 "어느날 택시를 타려고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김기덕이 반바지에 손을 넣는 추행을 저질렀다"며 "그는 여배우를 소품으로도 안 보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이밖에 다른 스태프는 "김기덕이 강제로 스킨십과 키스를 시도하는 바람에 한 신인 배우가 잠적한 적도 했었는데, 그녀가 사라지자 김기덕은 당장 잡아오라며 주소까지 건네줬었다"는 사연을 밝혔다.

    이날 방송에선 앞서 언론인터뷰를 통해 드라마 촬영장 화장실 안에서 조재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재일교포 여배우 F씨도 출연해 끔찍했던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F씨는 "2000년대 초반 한국으로 건너와 연기 생활을 할 때 조재현을 처음 만났는데, 3개월간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며 친절하게 굴다 어느날 연기를 가르쳐주겠다며 자신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이동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조재현이 다다른 곳은 공사 중이었던 방송국 남자 화장실이었다고.

    "고마운 마음에 따라갔는데 복도를 걷고 계단도 오르락내리락한 거 같아요. 당시 공사 중이었던 남자 화장실이 있었어요. '여기서 연기연습을 하자는 건가'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조재현 씨가 그 안에서 저를 성폭행을 했어요."

    그 사건 이후 F씨는 몇차례 자살기도를 하는 등 큰 후유증을 겪다 나중엔 도쿄의 한 정신병원에 격리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다 얘기해서, 내가 죽더라도 절대로 얘기를 해야지. 이젠 내가 망신을 당해도 얘기를 해야겠습니다."

    조재현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중엔 일반인도 있었다. 모 연예기획사 직원이었던 H씨는 2007년 초 지인으로부터 "드라마 팀이 다 같이 회식을 하는데 놀러 오라"는 문자를 받고 강남 모처로 향했다고.

    그런데 지인이 부른 장소는 건물 지하에 위치한 가라오케였다. 게다가 회식이 진행 중인 방에는 전원 남자들만 앉아 있었다. 마음이 불편해진 H씨는 20여분 만에 빠져나와 곧장 화장실로 이동했다. 충격적인 건 방금전 처음 만나 간단한 인사만 나눴던 조재현이 화장실로 따라 들어왔던 것.

    이어 조재현이 키스 시도를 하자, H씨는 순간 자신이 팬이라고 얘기한게 오해를 일으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제가 이런 스타일이 아니"라고 말하며 계속해서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조재현은 H씨가 움직일 때마다 "어 조심해. 조용히 해. 아무도 몰라. 그럼 다쳐"라는 말을 태연하게 건네며 그녀에 대한 추행을 멈추지 않았다.

    순간 자신의 바지가 벗겨지고 있다는 걸 알아챈 H씨는 "가슴을 추행당하는 것보다는 일단 더 큰 일을 막고 나가야한다는 생각에 몸을 돌려 밖으로 뛰쳐 나갔다"고 말했다.

    이후 스트레스성  방광염을 1년 동안 달고 살았다는 H씨. 그녀는 공중화장실이 자신이 무책임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동안 혼자서 화장실도 못갔었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한편 여성 스태프들의 추가 폭로에 대해 김기덕은 "방송 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추가로 소송을 해 법적으로 밝히면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마찬가지로 일반인 여성까지 추행했다는 추가 의혹에 휩싸인 조재현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해당 여성과는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가졌고 여타 왜곡된 주장들이 반론없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며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사진 출처 = MBC 방송 화면 캡처]